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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

자율성, 어떻게 키울 것인가

교사들은 부모가 제대로 양육을 못한다고 투덜거리고, 부모는 나름대로 교사에 대해 불만이 많다.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은 남들을 대할 때 갖춰야할 기본적인 태도다. 특히 상대가 낮은 지위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자면 먼저 상대의 관점에서 볼 줄 알아야 한다. 즉 상대방처럼 세상을 바라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가 무엇을 왜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다. 교사와 부모, 경영자가 자율성을 키워주면 학생과 자녀, 직원들과 연대감이 생긴다. 새로운 상항에 맞닥뜨릴 때마다 그들의 처지와 관점에서 행동하게 된다. 자율성을 존중하는 관리자 밑에 있는 직원들은 급여나 복지에 대한 불만이 적었으며, 회사를 신뢰했고 회사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도덕성도 높았다. 자울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곧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윗사람이 지닌 권위와 힘을 나누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를 주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활동 내용을 정하게 하는 데는 물론 한계가 있다. 직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줄 수 없다고 털어놓는 관리자들이 의외로 많다.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진정 자율성을 북돋는 관리자나 교사라면 그 정해잔 조건을 받아들이고, 범위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선택을 경험한 사람은 내면의 동기가 높아져 업무가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더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람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킬지를 결정하려면 다음 몇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여럿이 참여했을 때 의사결정 과정이 힘들고, 갈등을 낳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결정할 사항에 참여하는 사람의 성숙도에 알맞은지도 고려해야한다. 이를 테면 너무 어린아이에게 의미가 없거나 적절하지 않은 일도 있을 수 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할 사안이어서 직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줄 수 없는 사안일 수도 있다.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사안이라면 여렷이 참여하기가 힘들다.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이렇듯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통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상대로는 더욱 힘든 일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 그들의 기본적인 본성을 다시 일깨우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끔 노력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들이 활력과 흥미를 느끼며, 도전과 책임을 기꺼이 떠맡을 수 있도록 이끌 책임이 있다.  자율성, 격려의 핵심은 상대방의 권리가 어디부터인지 이해하게 하는데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권리와 제약에 대해 의사소통 하는 한가지 방법은 바로 한계설정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선택의 책임을 지게끔 할 수 있다. 한계를 설정할 때는 자울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사람들이 직접 행동의 한계를 정하게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선택이 집단 내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모두가 함께 논의하여 한계를 정해야 한다. 한계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이유를 이해하면 마음 상하는 일 없이 흔쾌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제의 중요성이나 가치, 집단의 정책 등을 이해한 사람들은 자신을 외톨이가 아닌 집단의 일원으로 느낀다. 과제를 수행하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것도 좋다. 한계를 정해줄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이 몇가지 있다. 한계를 되도록 넓게 설정하여, 그 안에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라. 한계를 넘어설 경우 빚어질 결과도 미리 정해둔다면, 한계설정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일단 한계가 정해지고 결과도 알려줬다면, 그대로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셈이 된다.

 

한계를 넘었을 때 생기는 결과는 처벌과 다르다. 처벌은 통제 수단이지만 한계설정은 통제가 목적이 아니라, 책임감 독려가 목적이다. 적절한 한계를 정하고 공정한 결과에 합의했다면, 한계를 지킬 것인지 넘어설 것인지는 그건 당사자가 선택할 몫이다. 한계를 정한 후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나 학생을 상대로 한계를 설정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선택으로 가득차 있고, 선택 하나하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학생들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동시에 결과에 책임질 준비도 해야 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회사는 분기마다 목표를 수립한다. 목표는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도 중요하지만, 동기를 유지시킨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행동은 결과를 중시하는 '목표 지향적' 특징을 갖는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기대할 때 행동한다.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인간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평가를 내린다. 목표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하려면 개별화 되어 있어야 하고, 적절한 수준의 도전이 있어야 한다. 목표가 너무 쉬우면 지루해져서 동기부여가 안된다. 너무 어려우면 자기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개별화된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과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닐 수 있고, 설사 그렇다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남의 관점을 고려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부당한 요구를 하며,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만든다. 부서와 부서원에게 알맞은 목표를 설정하려면, 목표설정 단계에서 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저율성을 존중 받으며 목표설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은 목표를 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평가과정에서 성과가 기준에 못미쳤다고해도 그것을 비난하기보다는 해결할 문제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말해 '그 사람의 행동이 문제'라는 식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어쩌면 기준이 잘못 되었는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장애 요인이 있을 수도 있고 설사 그 사람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해도, 비판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다음 번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다음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상과 인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수많은 연구에서 보상이 동기부여에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학생들에게 칭찬을 해주면, 자신감을 북돋고 인정 받았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보상은 위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왜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지적, 정서적으로 가르치는데 열정과 관심이 있었지만, 해가 갈수록 윗선의 압박을 받으면서 열정을 잃어버리고만 교사들이 너무 많다. 표준화된 교과 과정과 정해진 교재, 평균성적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문제다. 부모나 정치가, 교육 행정가들은 하나 같이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내용을 개념적으로 깊이 이해하기 바란다. 하지만 그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한 나머지 교사들을 압박하다. 그러면 그럴수록 교사는 더욱더 통제적으로 행동한다. 교사가 성과 압박에 시달릴수록 제대로 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윗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아랫사람을 통제하게 되고, 이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