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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

통제 속에서 자율성 찾기

아이들은 신체적 특성뿐 아니라 심리적 특성에서도 개인차를 가지고 태어난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를 믿어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기꺼이 도움을 베풀어준 사람이 등장하곤 한다. 누가 되었든, 아이가 자기를 진정으로 믿어주는 특별한 사람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받으면 환경의 영향력을 극복할 수 있다. 그 아이가 뛰어난 자질을 타고 났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붙임성 있고,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는 양육자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낸다. 다른 아이에게는 냉정하고 통제적인 부모나 교사라해도 이런 아이에게는 더 관심을 쏟고, 자울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한 아이는 평균보다 약간 더 수동적이고, 다른 아이는 평균보다 조금더 적극적이다. 담임 선생님은 약간 통제적인데 두 아이를 조금 다르게 대한다. 수동적인 아이에게는 조금 더 통제를 가하고, 적극적인 아이는 조금더 자율성을 존증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보기에 첫번째 아이는 통제해 주어야 하지만, 두번째 아이는 자기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이 이렇게 서로 다른 대인관계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점점 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첫 번째 아이는 한층 더 수동적으로 변했고, 두 번째 아이는 한층 더 자율적으로 변한다.

 

실제 업무환경이나 관리자의 처우가 동일하다해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출발 시점의 기대가 서로 달랐던 탓에 한 사람은 더욱 자율적이 되고, 다른 사람은 더욱 통제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했을 경우 어떻게 그 일이 가능했을까? 그 답은 두가지다. 첫째, 그런 사람들은 평균보다 훨씬 높은 심리적인 특성을 타고 난 덕분에 건강하고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둘째 그들은 관계욕구를 채워줄 누군가를 만났을 수 있다. 인간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은 평생동안 계속된다. 사람들은 나름의 특성과 기대를 갖고 새로운 상황 하나하나와 만나게된다. 그 특성과 기대는 부분적으로는 과거의 상호작용에서 생긴 것이고, 미래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개인차는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예측하게 해준다.

 

인간의 행동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정도, 내면으로부터 동기부여된 정도는 자신의 성격과 사회적 환경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동기부여나 행동에 대단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성격요인 또한 동기부여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성격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도 작용해 결국 자기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환경은 인간내면의 동기를 훼손하고,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인간 역시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기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그것을 얻기 위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세상이 줄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원하는 일이 일어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도 있다. 더 자율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상호작용 과정이 유리하게 전개되게 할 수도 있다.

 

인간의 감정은 강력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 에너지에서 행동이 나온다. 화가 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긴다.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체계와 과정을 확립하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긍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이 과제를 남들보다 더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행동한다. 성장하면서 엄격한 규율을 내사한 탓에 감정을 억누르게 된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감정의 표현을 관리하는 체계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자주 감정에 휘둘리고 만다. 이 두 유형은 감정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감정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감정이란 현실 상황이나 기억에 존재하는 실제적 혹은 상상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얼굴 앞으로 날아드는 주먹, 당신 외모를 칭찬하는 말 한마디, 당신 앞으로 달려오는 자동차 등은 모두 감정 경험을 유발하는 자극이다. 자극을 만나면 사람들은 즉각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특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특정하게 반응하는 방식이 이미 정해져 있다. 자극에 부여된 의미가 변함에 따라 느끼는 감정도 변한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재검토하면서 두려움과 분노가 사라진다.

 

사람은 결과를 기준으로 자기 존재가치를 느낀다. 스스로 가치 있디고 느끼기 위해서는 똑똑하게 보여야할 수도 있다. 여성스럽게 보여야 할 수도 있고, 강하게 보여야 할 수도 있고, 예술적으로 보여야할 수도 있다. 강하게 보여야 할 자아가 가치있는 존재라고 믿는 사람에게 누군가 겁쟁이라고 불렀다면, 그는 자존심에 성처를 입고 분노하고 말 것이다. 그 분노는 겁쟁이라는 말을 위협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자아가 위협받는다고 해석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자아를 위협하지 않는다. 자극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우리는 자기 감정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자율적인 인간이 되려면 감정이 자극을 받을 때, 행동을 관리할 통합적 과정을 발달시켜야 한다. 우리에게 감정은 중요한 메신저 역할을 담당한다.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얻지 못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감정이다. 두려움과 분노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우리가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바를 얻지 못하리라고 예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을 단서로 삼아 우리는 자신에게 두가지 핵심 질문을 던진다. 내가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둘째, 그것은 정말 필요한가? 감정은 현재의 상태와 기대하는 상태의 괴리를 나타낸다.

 

사람들은 항상 행복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공포나 슬픔, 역겨움, 분노 따위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나 오페라를 일부러 보러가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히말라야 산속의 극한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경험하는 것에는 우리를 끌어 당기는 그 무엇이 있다. 우리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에서부터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감정을 추구한다공포는 행복이 아니다. 행복만을 바라게 되면 오히려 인성 발달이 저해된다. 살아있음의 진정한 의미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폭넓게 경험하는 것이다. 행복만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감정의 경험을 가로막고 결국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쉽다. 삶은 다양한 경험으로 가득차 있다. 사람들은 성공하고 실패한다. 관계를 맺고 사랑을 잃기도 한다. 실패나 실연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려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 경험에 동반되는 순수한 감정의 경험은 삶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자율적인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 경험은 삶의 가장 생생한 선물이다.

 

동기부여는 기법이 아니라, 내면에서 와야 한다. '자신을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결심에서 동기가 부여된다. 결단이 없다면, 그리고 개인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변화의 계기가 없다면, 기법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기법이란 성격과 기질과 맞아야 하고 또한 진심으로 변화를 선택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담배생각이 날 때마다 손목에 끼운 고무줄을 당겼다 놓을 수도 있다. 변화는 자기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갖는데서 시작된다. 나는 왜 과식할까? 왜 아내에게 고함을 지르지? 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지? 왜 이리 담배에 의존하지? 당신이 그 행동을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힘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 행동의 이유를 찾는 것은 좋은 출발이지만, 비난으로 옮겨가서는 안된다. 아내에게 걸핏하면 고함을 지르는 남자는, 마음속의 내밀한 감정이나 비밀을 아내와 나누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자도 모른다. 거리를 유지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함을 지르는 법이다. 이 깨달음 역시 어떻게 하면 자신을 좀더 나눌 수 있을지, 자신을 열고 약함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첫 걸음이다. 압박을 느끼면, 순응하거나 저항 할 수밖에 없다. 순응은 변화를 낳을지 모르지만 그 변화는 오래 가지 않는다. 저항은 애초부터 변화를 가로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