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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

건강을 위한 자발적인 선택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죽는 이유를 살펴보면, 아마 절반 이상은 때 이른 죽음일 것이다. 자살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 심리적 요소로 인한 나쁜 행동이 죽음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이라고 하는 죽음의 3분의1가량은 흡연과 음주, 적절치 못한 섭식이나 운동부족 탓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고 원인은 암이나 심혈관 질환이다. 치료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나친 음주 때문에 피로에 시달리거나, 인간관계 문제 때문에 혹은 비만이 움직이는데 불편해서, 음주나 섭식행동을 바꾸겠다고 결심한 경우다. 스스로 삶의 질을 개선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간이 술을 절제하고, 덜 먹고, 운동하고, 금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이성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변화할 준비가 된 것이 아니냐는 즉, '건강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관리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다. 답은 간단하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 폭식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런 행동은 불안감을 줄여주고 압박감을 잊게 해준다.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가끔 좌절감이 엄습할 때면 기분을 전환하거나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곤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분이야 어떻든 알코올이 도움이 되기는 한다. 파티에 참석해서 어색한 기분이 들때 먼저 한두 잔 마시고 나면 유쾌하고 입담 좋은 사람으로 변신한다. 자신이 제출한 광고기획안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불안할 때도 술 한잔이 도움이 된다. 혼자 있을 때 특히 숙취에 시달리는 아침이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자책감이 들고 이러다가 큰일 나겠구나 싶기도 하다.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을 그만둘 준비를 하려면, 그 행동으로 자신이 회피하고 있는 감정과 기꺼이 대면할 작정을 해야 한다. 자신이 무능하다는 끔찍한 기분, 버림 받았다는 고통, 도덕성에 대한 비난 등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초래한 그 모든 감정을 처절하게 느껴야만한다.

 

생리적, 유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행동을 변화시키기가 힘들지 모른다. 그럼에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유전적 성향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행동변화에 성공하려면 먼저 행동의 동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를 자신에게 묻고 속직한 답을 구해야 한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변화하겠다는 결심은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러자면 변하려는 이유를 찾아야 하고, 성공했을 때 누릴 긍정적인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 

 

20세기는 의료의 기술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질병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분석되어 세균이나 신체기관의 이상 작용이 빚은 결과로 여겨졌으며, 약물치료나 외과적 처치가 이루어졌다. 관절만 치료하는 정형의, 신장만 다루는 내과의 등으로 진료 범위가 좁아진 것도 생물의학적 접근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분야를 특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생물학적 원인과 치료에 관심을 의사들은 인간보다 조직에 집중했다. 결국 환자들은 의사와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또 건강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게 되었다. 고도로 기술화된 접근 때문에 처방을 내리는 전문의들과 그 지시를 따라야 하는 환자들 사이는 아득히 멀어졌다.

 

생물심리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의사들은 질병은 화학, 뇌신경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가지 체계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다측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한 차원의 변화가 다른 차원들의 변화를 낳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건강이나 질병에는 모든 차원이 작용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자율 신경계를 지나치게 활성화 해 신체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심리상태는 실제로 체액분비, 근육위축, 면역체계 억제 등의 생리적 변화를 야기한다. 이 생리적 변화들은 암과 심장병, 당뇨병 등 미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각종 질환이 발병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그러므로 심리적 요소와 대인관계적 요소가 모두 신체기능에 영향을 미쳐 건강과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심리적 요소가 행동을 통해 건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과식과 흡연, 과음, 건강에 나쁜 음식 섭취, 부주의한 운전 등 위험한 행동 뒤에는 심리적 사회적 동기가 숨어 있다. 친구들이 다 함께 그런 행동을 하는 상황이라면 혼자서 거부하기 어렵다. 나약한 에고가 충동질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접근법에서는 의료진과 환자사이에 협력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격이 있는 존재를 치료한다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적, 심리적 과정이 행복과 얼마나 직결되어 있는지도 일깨워준다. 아울러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방식에 따라 환자가 제대로 약을 복용할 수 있고, 체중을 줄일 수도 있고, 담배를 끊을 수도 있음을 일깨워 준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결정을 실천하는데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심리학적 의료 혹은 환자중심 의료에서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몇가지 길을 제시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왜 그 제안을 했는지 근거를 대고,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고, 통제적인 말투나 행동을 삼가면서 자율성을 존중한다. 궁극적으로 환자의 행동은 환자 자신의 책임이다, 흡연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환자에게는 피울 권리가 있고 따라서 본인이 원한다면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의사는 환자의 행동을 막지 못한다. 그리고 조언자의 역할을 넘어 통제자가 되면, 대개는 환자에게 자나치게 개입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