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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

개인과 사회의 균형잡기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여가를 즐기며 화려한 삶을 살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했다. 우리 사회는 자립심을 중시했다.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부를 일궜고, 그렇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고 권위에 복종한다면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아메리칸드림은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 그들은 특정한 과정을 거치기만 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힘든 일을 견디며 살았다. 안타깝게도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50년대에 살았던 사람에 비해 하루 한 시간이나 더 오래 일한다. 맞벌이 가족이 일반화 되어 낮에는 집이 텅 비어있고, 퇴근후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잡안 살림을 해야 한다. 여가 활동을 할 시간은 없고 화려한 생활에 쓸 돈도 없다. 많은 가정에서 차를 두 대씩 굴리고 가사 도우미를 쓰고, 전화기며 고화질 TV를 갖고 있지만 화려하게 산다고 느끼지는 못한다. 그런 살림살이는 힘든 노동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 일뿐이다. 물질주의라는 개념은 이미 뜨거운 논쟁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왔다. 어떤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은 GNP를늘리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어떤 비평가나 심리학자들은 물질적 풍요가 영혼을 빈곤하게 한다고 경고한다.

 

인생의 열망을 여섯가지로 나누면, 세가지 열망은 외적인 열망으로, 부에 대한 열망, 명예에 대한 열망, 신체적 매력에 대한 열망이다. 이 열망들이 지향하는 것과는 또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작용한다. 돈은 권력과 재산의 소유로 이어지고 명예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온다. 외모가 아름다우면 매력적인 이성을 만날 수 있고, 시장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자기능력인지 욕구, 자율성 욕구, 관계 욕구와 관련이 있는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열망, 공동체에 공헌하려는 열망, 성숙한 개인이 되려는 열망이다. 물론 영향력 있는 사람과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으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공동체에 공헌하면 명예를 얻는 식으로, 다른 열망을 성취하는데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도구적 성격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내적 열망은 그 자체로 만족감을 느낀다는 면에서 외적 열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적 열망을 충족해 느끼는 만족감은 그 결과가 또 다른 결과로 이어졌느냐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돈과 명예. 신체적 매력이라는 외적 열망 세가지 중 어느 하나가 내적 열망 세가지에 비해 월등히 높으면, 정신건강이 좋지않을 확률이 높다. 물질적 성공에 대한 열망이 유난히 강한 사람은 자기애와 불안, 우울 경향을 보였고, 임상심리 전문가가 평가하는 사회적 상호작용 점수도 낮게 나왔다. 이와는 달리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맺고 공동체에 기여하고, 개인적으로 성장하기를 꿈꾸는 내적열망은 행복감과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공동체에 기여하려는 마음이 강한 사람은 활력적이고 자기 존중감도 크다. 외적 열망에 비해 내적 열망을 더 중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정신도 강했다. 부와 명예 같은 외적 열망을 성취하기 힘든 것은 영원히 그 열망을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정한 열망을 매우 중시하면서 그 열망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우울해진다. 

 

세가지 외적 열망과 세가지 내적 열망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외적열망이 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힘들다고 믿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나쁜 편이었다. 그런데 외적열망이 크고 그것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정신건강이 좋지않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보다는 열망의 종류가 심리적 행복감에 더 결정적인 요소로 나타난 것이다. 가장 건강한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고,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물론 이들도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물질적 성공을 열망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처럼 부와 명예, 신체적 매력만을 쫓아 다니지는 않았다. 외적 열망에 매달리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보다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들에게는 그럴싸한 겉모습,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자기 모습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내적욕구에서 만족과 희열을 느끼지 못하면, 표면적인 목표에 매달리게 된다.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사회의 가치와 관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가치를 내면화하고 그 가치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두가지 면에서 민감한 문제다. 첫째 개인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자면, 그 개인이 받아들인 가치와 그에 수반되는 동기부여 요소가 통합되어야 한다. 가치와 동기가 일관된 자아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 관습이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에 맞지 않으면, 내면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돈이라는 가치가 자의식과 잘 통합되었다면, 그 가치가 다른 가치들과도 조합을 이루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돈은 더 풍요롭고 균형잡힌 삶을 살게 해준다. 헌신적이고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외적 가치를 더 잘 통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과 비난을 부모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물질주의를 강요하는 사회가 우리 세대와 자녀세대의 가치 균형에 높은 장애물로 서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주요한 토대는 개인주의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가장 앞자리에 둔다. 개인의 욕망이 가장 중요시 되고 정당화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둘 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사회의 이익은 개인의 관심사가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자기이익을 추구하다보면 사회의 공동선도 실현된다고 믿는다. 개인주의가 자울성과 자주 혼돈된다. 개인주의는 자신의 목표를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이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을 외부적인 힘이 방해할 수는 없다. 개인주의라는 가치안에서 법의 역할은 최소화된다. 자율성 또한 스스로 선택한 목표를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개인주의는 자신의 이해관계와 성취만을 지향한다. 개인주의는 개인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해도 이기심과 자기 중심성 등의 요소가 덧붙는다는 점에서 독립성과 거리가 멀다.

 

자율적으로 행동하려면 이성적 능력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자기이해도 전제되어야 한다. 자기이해를 통한 인간은 더 큰 통합을 이루고, 진정한 내면의 존재와 더 긴밀히 연결된다. 개인주의는 인간의 태생적 권리라고 강조하는 우리 문화에서 순응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참 역설적이다. 종교적 공동체적 가치에 통제받을 일이 더 없는 상황인데도 현대인들은 점점 더 대중매체가 퍼뜨리는 지위의 상징물에 순응하고 외적 결과에 통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