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다시 시작하자

우리는 현재 수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공격을 받고 있다. 그 어떤 나라도 그 어떤 초국가적인 기구도, 그 어떤 민주주의로도 이 공격을 저항 할 수 없다. 경제전쟁을 벌이는 신흥 붕건제후들은 온 지구를 거덜내고 있다. 이들은 국가와 국가가 지닌 규범적인 권력을 공격하며, 주권재민사상을 무시할 뿐 아니라, 민주주주의를 전복 시키며, 자연을 망가뜨리고 인간과 인간의 자유를 말살시키고 있다. 이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권리를 전적으로 부인한다. 그 어떤 반대권력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 앞에서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다. 인간은 인간의 치료약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도움을 얻어야 존재할 수 있고, 스스로를 이루어 나갈 수 있으며,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 사회를 이루지 않고 사는 인간, 역사가 없는 인간, 연민의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란 있을 수 없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이 보여주는 냉소적인 태도, 그들의 하수인들이 저지르는 폭력, 행복권의 무시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칸트의 말처럼 이제 다시 혁명을 시작하자. 지구상의 사회정의구현과 봉건권력 사이에는 영원한 전쟁 있을 뿐이며 근본적인 이율배반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인간에 의해 정복될 수 없다. 고독과 절망 혹은 그외 인간조건을 이루는 수많은 고통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적인 고통은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 우리 인간이 만들어내는 고통이 얼마나 많은가?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왜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잘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며, 고문으로 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째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했을까? 출생의 우연이라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나와 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갈라놓을 다른 요소란 전혀 없다. 여론은 무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무지는 독재를 부추긴다 라고 했다. 정보를 제공하고 봉건제후들의 관행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식인들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흡혈귀들은 대낮의 광명을 흑사병만큼이나 두려워하는 법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하자. 공동의 행복을 생각하고, 모두 모여 천 년 동안 감내해온 이 천박한 법을 바꾸자.

 

경제 난민들은 보다 나은 삶, 즉 편의를 위해서 이민 길에 오른 사람들이다. 반면 기아 난민들은 생존의 필요에 의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다. 필요라는 것은 국제법과 국내법에서 잘 알려진 개념이다. 예를 들어보자 환자를 태우기 위해 과속으로 질주하는 구급차가 운행중에 이러저러한 교통법규를 무시했다고하면, 이는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다. 그러므로 구급차의 교통법규 위반은 무효라고 할수 있다. 기아 난민도 마찬가지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굶주린 자들은 국경을 넘는다. 그런 식으로 국경을 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상황은 필요라는 상황에 의해 무효가된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희귀재가 지배하는 수치의 제국에서는 전쟁은 국지적이고 영원히 계속된다. 전쟁은 일시적인 위기상황이나 특별한 증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일상일 뿐이다. 전쟁은 이성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상태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국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전쟁의 선봉에 선 제후들은 우리의 지구를 거덜내고 있다. 이들은 국가가 지니는 규범적인 권력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민중의 주권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의 전복을 꾀하며 자연을 훼손하고, 인간과 인간의 자유를 유린한다. 경제를 일정의 자연현상으로 만들어 버리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맹종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는 우주생성 이론을 대신한다. 이익의 극대화는 이 이론을 실행에 옮기는 것에 다름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92개국 가운데 122개국은 남반구에 위치한다. 이들 국가들의 외채를 모두 합하면 2조1천억 달러가 넘는다. 외채는 멍에처럼 채무자를 짓누른다. 가령 특정 제3세계국가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의 대부분이 부채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데 고스란히 바쳐진다. 북반구의 채권은행들은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다. 따라서 채무국은 순식간에 빈혈 상태에 이르고 만다. 부채는 관개수로 설비, 도로기반사업, 교육, 위생사업 등 사회투자를 저해한다. 가장 가난한 국가들일 경우 부채를 안고 있는 한, 어떤 발전도 불가능하다. 기아는 하루하루 대규모 학살을 저지르지만 이는 냉혹한 현실일 뿐 이다. 이 지구상에는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명이 기아로부터 목숨을 잃는다. 비타민 A의 부족으로 4분에 한명씩 시력을 잃는다. 2006년 8억 5400만명, 다시 말해 지구전체 인구중 한명 꼴로 심각한 만성 영양결핍에 시달렸다. 2005년의 8억 4200만명에 비해 훨씬 증가한 숫자다.  가아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기아로 죽은 어린아이는 살해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편성된 세계의 경제, 사회정치적 질서는 살인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부조리 그 자체다.

 

소수, 즉 대체로 별다른 의식없이 사는 백인들의 편의를 위해 언제까지고 대다수가 가난과 절망, 착취, 기아 속에서 신음해야 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인간의 이성 속에 희망이 깃들어 있다.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는 도덕적인 요청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흔들어 깨우고,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북돋우며 투쟁해야 한다. 2006년 6월 세계 500대 다국적 기업들은 전세계 총생산량의 52%를 장악했다. 다시 말해서 1년 동안 생산된 지구상의 모든 부 ( 자본,서비스,상품,특허권 등)가 이들의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슬레 왕국  (0) 2011.09.02
신흥봉건제후  (0) 2011.09.01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  (0) 2011.08.31
브라질 혁명-외채와의 전쟁  (0) 2011.08.30
브라질 혁명-룰라  (0) 201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