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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브라질 혁명-룰라

브라질은 오늘날 세계에서 주요 곡물수출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심각한 만성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국민이 수천만명에 달한다. 룰라는 1945년 카에테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룰라 부모는 오두막집에 살면서 얼마 안되는 땅을 일구고, 사탕수수 수확기에는 마을 대농장에서 일하며 불안정하게 생계를 유지했다. 사탕수수가 자라나는 토양은 일반 주민에게는 저주나 마찬가지다. 사탕수수 농장이 들어선 곳에서는 다른 곡물이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필요한 식품의 85%를 다른 곳에서 수입해야 한다. 대농장 소유주들은 대도시 주변에 전망 좋은 아파트에, 혹은 파리 호화주택가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룰라가 다섯 살 무렵,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큰 항구도시 산투스에 정착했다. 룰라 어머니도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나섰다. 아버지는 새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었다. 룰라 어머니는 재봉틀에 매달려 아이들을 키웠다. 룰라는 열두살 때 세탁소에서 일하였다. 열네살 때 금속공장 견습공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했다. 당시 군부독재 시절이었고, 무질서한 파업이 잇따랐다. 이무렵 그는 조직의 리더로서 빛을 발한다. 1980년 초에 노동당을 창립했다. 그리고 2002년 10월 27일 룰라는 5200만표를 얻어 브라질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우리는 정부를 구성하고 있을 뿐, 권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통령 한사람이나 의회만으로 충분치 않다. 민중이 나서야 한다. " 이 말은 브라질 내부를 지배하는 과두세력과 이익창출에 혈안이 된 외국자본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기 위해 민중이 중심이 된 민주적인 사회단체의 단결과 결단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2003년 1월1일 룰라가 대통령궁에 입성할 무렵 브라질 국민들은 거의 재앙에 가까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최저 생계비를 겨우 넘긴 사람은 5300만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8천만명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일 최소열량인 1900 칼로리도 섭취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더불어 브라질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였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농산물 수출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은 전적으로 농가공 식품 트러스트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이 트러스트 대부분은 외국그룹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 서류상으로 보면 브라질은 식량면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지만, 실제로는 수백만 명의 남녀노소가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그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비타민 A, 철분, 요오드 등의 결핍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주 기절을 하며, 이런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성인들도 너무 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사일을 하거나, 정해진 급여를 받으며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수천만 명에 이르는 브라질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그때그때 일감을 구해 하루살이 삶을 이어간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해변에서 아이스 크림을 팔고, 공원이나 길거리에 버려진 맥주 깡통을 모아서 팔고, 폐지를 줍거나 근사한 식당에서 호사스런 자동차를 지키거나 낱개로 담배를 판다. 마약거래의 잔심부름을 해주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봉급생활자들 중에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브라질 지배계급은 지나치게 심할 정도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어떠한 굴욕도 유순하게 감내해야한다.

 

상파울루 시는 빈민가에 사는 주민의 수가 400만 명쯤 된다고 한다. 이는 시 인구 전체의 1/4에 해당한다. 농촌지역 거주 인구의 80%이상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에 합당한 식수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간헐적으로만 받는다. 도시지역으로 오면 이 비율은 10% 로 내려간다. 룰라가 빈곤을 퇴치하고 힘있자들의 교만함을 약화시키기 위해 세운 전략이 기아제로 프로그램이다.(Programa Fome Zero)  여기서 '포메'라는 말은 기아의 가장 넓은 범주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기아, 즉 먹을 것이 없어서 겪는 기아는 물론 지식, 건강, 직업, 자유, 존엄성의 결핍까지 내포한다. 궁극적으로 억압을 초래하는 모든 구조를 하나씩 하나씩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아제로 프로그램은 우선 인간의 몸과 마음을 물질적인 조건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공급확대, 한 계절에만 국한되는 일거리 축소, 연대의식에 토대를 둔 소액대출기관 창설, 농업개혁 가속화, 사회보험혜택 대폭 확대, 가난한 가정에 학비지원, 가족농업 지원 등이 포함된다.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단기적인 지원정책으로 각 가정에 음식바구니 배달, 식량저장은행 창설, 식품품질 안전강화, 노동자 배식개혁, 임산부와 유아 영양실조 퇴치, 학교급식 실시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