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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500개 다국적 기업들이 지구 전체 생산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500대 기업중에서 58%는 미국에서 출발한 기업들이다. 이들 500대 기업은 모두 합해도 고작 전세계 노동력의 1.8%만 고용하고 있다. 이들 500개 기업이 축적한 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33개국의 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첨단기술의 독점권을 가진 이들은 인간이 영위하는 물질적인 삶의 발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류공동 자산이 되어야 생산이나 학문적 발견을 사유화 또는 독점하는 방식은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한다. 이들 신흥봉건주의자들이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는,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이익을 창출하여 자신의 권력 확대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저신들이 정한 규칙에 반대하는 모든 장애물은 제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남반구 국가들의 부채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자리잡은 현지에서의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윤이나 주식투자 등을 통해서 얻은 이익을, 외화로 본사가 있는 나라로 송금하는 관행을 들 수 있다. 거기다 로열티를 지급하는 체제까지 추가해야한다. 지주회사가 가지고 있는 특허 등을 사용하여, 현지 화폐로 얻어진 순수 영업이익과 특허 사용에 따른 로열티 합계액은 외화로 환전되어 본사로 가게되므로, 외채사정은 한층 악회될 수 밖에 없다. 10개 거대 다국적기업이 세계 종자시장의 3분의1이상을 지배했다. 그리고 살충제 시장도 80%는 7개 거대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온갖 종류의 곤충들이 번성하면서 수확기가 되면 옥수수, 밀 등을 비롯한 곡물들을 왕성하게 먹어치운다. 따라서 살충제의 가격에 따라 수백만 벵갈지역 농민들의 목숨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해마다 벵갈지역에 판매되는 살충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앞서 말한 신흥붕건제후들이다. 이제 곡물거래 상인들에게로 눈을 돌려보자. 이들은 세계 곡물 운송, 보험, 저장창고 등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시카고 농산물 거래소까지 좌지우지한다. 30개의 기업이 세계곡물 거래를 도맡아 움직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나름대로 홍보부를 두고 있다. 이 부서는 여론에 주입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정리하여 발표하고 옹호하며, 널리 알리고 정당화시키는 일을 주된 업무로 삼는다.  여론이라는 것은 무지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무지는 극단적인 독재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사물에 대해서 건전하게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사람들은 말에만 집착할 뿐이다. 말에 현혹되는 사람들은 아무리 파렴치한 사물이라 할지라도,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만 되어 있다면,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칭송받아 마땅한 사물들이 아름답지 못한 말로 묘사되면, 그것을 혐오한다. 자본주의 거대 다국적기업이라는 사회는 홍보 부처를 운영할 뿐 아니라, 독자적인 정탐과 정탐색출 부서도 운영한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이를 해결할 하수인 부서도 물론 구비하고 있다. 이들은 경쟁회사의 핵심부서 뿐만아니라 각국 정부, 주요 국제기관, 정부기관, 비정부기관도 침투하여 정보를 캐낸다. 일부기업들은 유엔 주요 기구의 조직에 침투하는데 아주 능하다. 세계보건기구는 독자적인 정책을 결정하고 결의안을 채택하며, 여기서 결정된 사항들은 화학, 유전자 공학, 제약, 담배 관련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신흥 봉건제후들은 자기 방어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다. 적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공들여 준비하는 사업계획을 절대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감시를 당하며 사생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거나, 쉽게 타협하지 않는 정부나 유엔기구 소속 전문가를 매수하기 위하여 사전에 꼼꼼하고 참을성 있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작업이 없다면 허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신약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상업화시킴으로써 인류에 보탬이 되는 것은 매우 고귀한 사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살아남아야 한다. 다시말해서 경쟁사와 대결해서 이겨야한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비싼 약값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세계의 제약시장은 제한되어 있다.경쟁자들은 더할나위없이 사납고 맹렬하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상대방을 먼저 배려해 주는 경우란 없다. 매순간이 치열한 전쟁의 연속이다. 정글의 법칙만 지배할 뿐이다.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늘 맹렬하고 냉소적이며 냉정해야한다. 개인적으로 얼마간의 공감을 느끼는 인류애라는 명분 때문에, 이윤극대화라는 절대절명의 원칙을 저버린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네슬레 책임자 패터 브라벡의 예를 들어보자. 에티오피아는 720만 명의 남녀노소가 기아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다. 커피야말로 에티오피아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3년 전부터 생산자들에게 지불되는 값이 급락하고 있다. 따라서 수백만 농부들의 가정은 와해되거나, 대도시 주변 빈민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들은 거리를 배회하다가 죽어간다.

 

브라벡은 세계시장에서라면 얼마 안되는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원두에 대해서, 에티오피의 농부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들에게 높은 값을 지불해야 할것인가? 혹은 오늘날 무소불위의 네슬레를 있게 만든 이윤극대화의 원칙을 포기함으로써 그의 경쟁자들이 네슬레를 거꾸러 뜨릴수 있도록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인가? 요제프 아커만은 유럽에서 막강한 은행은 도이체 방크 회장이다. 그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국가들이 부채의 의한 극심한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부채에 대한 전략을 바꾸지는 않는다. 채무변제를 해준다면 수천만 명의 삶을 구해줄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지본시장에서 도이체 방크의 위상을 약화시키게 만들것이다. 그러면 경쟁자인 은행들이 덕을 보게 될 것이다.

 

부채와 기아 덕분에 나날이 번영하고 있는 세계화된 자본주의 맥락에서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끈끈한 연대의식을 지닌 사람들 처럼 행동한다면, 그들이 세운 제국은 와해 될 것이고 반대로 그들이 연민이나 인류애 등을 버리고 사납고 냉소적인 행동을 한다면, 투자가 증대되고 이윤은 높이 솟구칠 것이며, 발밑에 시체가 즐비하게 널리게 될 것이다.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이들 신흥 봉건제후들이 그들의 활약을 통해서 거두어들이는 엄청난 액수의 보수를 고려한다면, 연민의 길을 택해서 제국을 와해시키는 선택은 이들에게 결코 매력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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