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신흥봉건제후

농화학분야의 거대 다국적기업인 유니온 카바이드사는 인도의 뉴델리에서 그리 멀지않는 보팔이라는 도시에 그룹의 가장 큰 공장을 세웠다. 그 결과 유니온 카바이드 사는 인도의 살충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1984년 12월 3일 공장에서 가스유출사고가 발생하였다. 27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가 유출되어 도시를 뒤덮었다. 유난히 독성이 강한 메틸이소시안 가스였다. 어린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8천명이 넘는 보팔 시민이 사건 발생 하루만에 목숨을 잃었다. 유니온 카바이드사는 미국 회사다. 시행중인 법령에 따르면 이 회사는 모기업이 자리한 곳에 법정에서 재판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보팔 공장을 소유한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워, 유니온 카바이드사의 변호인단은 재판의 사고 현지 이송을 허락받았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1989년에 성사된 재판 외 협약에 따라 회사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총 4억 7천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만일 같은 재판이 미국법정에서 진행되었더라면, 유니온 카바이드 사는 의심할 여지없이 수십억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지불해야만 했을 것이다. 어쨌든 희상자 가족들에게 4억7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나누어 지급하는 일은 인도 정부의 소관이었다. 그러나 인도 공무원들은 이중 상당 부분을 빼돌렸다. 신흥 봉건제후들이 전세계에서 특히 남반구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즐겨쓰는 수법중의 하나는 바로 관리를 부패시키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 장관이나 판사, 일반 공무원, 지방자치 정치가들의 봉급 수준이 매우 낮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이 중개인을 통해 은밀하게 선사하는 선물은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유전자변형 식물이야말로 천문학적인 이윤을 보장해줄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다. 특허권으로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된 종자를 사용하는 농부가 지난 해 수확에서 다음 해의 수확을 위해 일정 비율의 종자를 남긴다면, 농부는 이 종자의 특허권을 가진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일종의 세금을 지불해야한다. 농부가 유전자변형 종자를 사용하되 그 종자가 번식이 불가능한 종자라면, 농부는 해마다 기업으로부터 새로 종자를 사들여야 한다.

 

신흥 봉건제후들이 유전자변형 물질이 기아를 퇴치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방편이 된다는 억지 논리를 편다. 기아로 인한 떼죽음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물의 유전자변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엄청난 왜곡이지만,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의 앵무새 노릇을 하고 있는 세계 관계부처에서 매일 흘러 나온다. 이와 같은 말이 나오기까지 수십억 달러가 오고 갔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유전자변형이 이루어진 식물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특허권을 통해 보호를 받는다. 바로 이점이 유전자 변형식물의 매력이다. 이 덕분에 몬산토사는 해마다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어 들인다. 유전자변형 생물에 관한 갈등은 어마어마한 돈이 걸려있는 절박한 문제이다. 미국 농가공 식품업계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자신들이 보유한 종자들과 자신들이 새로 개발한 제품을 파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지 않은 나라에서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지역에서 미국업체들은 유전자 변형 생산품 금지조항을 피해가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고 있다. 이들업계의 선두주자가 바로 몬산토사다. 백악관에서 이 회사의 입금은 대단하다. 세계유전자 변형 종자 시장의 개방이 몬산토사의 최우선과제다.

 

세계 식량계획은 잠비아에서 미국의 잉여 유전자변형 곡물 배분을 중단했다. 그 대신 세계식량계획은 옥수수를 빻아서 지급하는 방법을 썼다. 옥수수가루가 잠비아를 기아로부터 구했다. 낟알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루를 받아서 잠비아 농민들이 이듬해 농사를 위해 낟알을 남겨둘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유전자변형 옥수수 종자는 잠비아 시장을 점령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몬산토사는 단념하지 않았다. 학회를 개최하여 아프리카의 여러 대통령을 비릇하여 고위직 공무원들이 참석하게 했다. 생물공학과 서부아프리카 농업의 접목이라는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었다. 유전자변형종자 생산을 적극 장려하는 100명의 학자들이 미국으로부터 몰려왔다. 아프리카에서 유전자혁명 만큼은 뒤지지말아야한다고 설득하여, 어찌되었건 신흥 봉건제후들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고안해내는 전략은 언제나 승승장구하는 편이다. 몬산토사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파고들어 그들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려는 전략이 잠정적으로 실패했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생물에 관한 특허는 농가공 식품업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세계 제약업계 또한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시작하자  (0) 2011.09.05
네슬레 왕국  (0) 2011.09.02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  (0) 2011.08.31
브라질 혁명-외채와의 전쟁  (0) 2011.08.30
브라질 혁명-룰라  (0) 201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