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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심리지도( 비요른 쥐프케 지음, 엄

침묵하는 남자 , 허세 부리는 남자2

 남자들은 말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자들은 만나면 함께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한다. 반대로 여자들은 마주보는 상황을 선호한다. 카페에 앉아 몇시간이고 수다를 떤다. 여자들의 이런 상황을, 남자들은 대체로 어이없어 한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사적인 대화를 이처럼 폄하하는 이유는 말하기를, 행위의 한 형태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화가 무의미하며,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뭔가 움직여야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대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강력한 행동력은 무력감을 효과적으로 억압한다. 실제로는 너무나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으면서도 본인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이다. 무기력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 또다른 활로를 찾아 소득 없는 탈출을 시도한다.  대부분의 사회적 행동은 진정한 남자다움을 만드는 필수적인 구성요소다. 남성은 자신의 남자다움을 끊임없이 행동으로 증명하거나, 적어도 그런척 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끊임없이' 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자기내면의 감정에 저항하고 불편함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한편, 다른 귀찮은 일이나 불이익이 생기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취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즉각적인 행동으로 드러낼 수 없는 무기력감, 슬픔, 부끄러움 같은 감정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성이라면 별로 뜸들일 필요도 없이 여러가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성에게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주제다. 

 

언제나 ‘-를 위해’가 남자를 지배한다.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은 오로지 결과를 위해서이다. 때문에 그들은 여자들이 굳이 옷을 사지 않더라도 백화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옷을 사기 위한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백화점엔 왜 가는거야?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그냥 구경하는 쇼핑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곳에는 감정과 욕구가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남성들에게 여성처럼 관계 자체에 중점을 두는 대화는 드물다. 남자들의 대화는 특정한 결과를 목표로 할 때 의미가 있다. 남자들간에 '좋게 지내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 결과지향의 틀을 거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남자들 간에 자기감정을 표현하거나, 친절을 베풀려는 선의의 대화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남자는 일요일 아침 식탁에서 낮에 뭘할까 하고 계획을 세우지만, 여자는 함께 있는 시간자체를 즐기고 싶어한다. 논쟁을 할 때 남자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여자는 의견을 주고 받기를 원한다.

 

남자들은 경쟁과 성과를 즐긴다. 그러한 성향은 정치와 경제, 학교와 직장생활, 스포츠 및 여가활동, 성생활 등 거의 모든 사회적, 개인적 영역에서 드러난다. 단순히 하게 말하자면 남자들은 모든 일에 내기를 걸 수 있다. 시합에서 이기거나, 무엇인가 성취했을때 인간의 쾌락과 자존감은 향상된다. 성공적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상당한 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성과에 대한 남성의 과도한 집착은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의 집착에 비해 더 헤어나오기 어렵다. 여자들은 외모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것말고도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닫는다. 남성의 지나친 성과지향적 태도는 그들이 평소 피하고자 했던 허약함,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할수록, 절망의 패배는 더 쉽게 찾아온다. 용맹한 전사는 전쟁터에서 죽고, 스피드를 즐기는 카레이서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배우와 선수는 자기 비하에 빠지며, 일 중독자는 서서히 알콜 중독자가 되기 쉽다. 극단이 비극을 낳는다. 승리는 분명 중요하고 멋진 일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폭력은 정치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사적인 영역에서도 폭넓게 다뤄지는 남성의 주제다. 좁은 의미에서 폭력은 상해를 가하거나, 상해 입은 것을 감수하면서 행사하는 개인적 차원의 공격적 행동을 말한다. 인간은 자기 반성을 통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을 생각하고 충동을 제어할 수 있다. 분노와 행동 사이의 중요한 차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남성이 화나 분노를 드러낼 때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인 말에는 물리적인 제재를 가해야 하고, 성적자극은 성교로 이어져야 하며, 강한 수치심을 느끼면 자살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은 도저히 참을수 없다는 말을 즐겨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상황을 장악하는 것은 기만적인 행위다.

 

오늘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예술적인 안목을 지녔으며 재치있는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남성은 싸움의 기술을 가진 남성보다 사회적으로 유리한 카드를 쥐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격렬한 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는 남자는 주먹다짐 하는 남자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  폭력을 공격적 행동으로 정의할 때 남성의 폭력은 감정과 욕구의 승화라는 관점에서 개인적인 감정조절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상처 속에 꼭꼭 싸매어 놓았던 자신의 욕구가, 이 같은 감정을 통해 드러날 때 남성의 행동 지향성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때 당자사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과 밀려오는 감정에 대한 적당한 대처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면,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특히 감정에 접근하지 못해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조차 인지할 수 없다면, 무력감은 더욱 깊어진다. 나는 무능력하다. 그래서 폭력이 필요하다.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폭력행위를 일시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돌발사고로 표현한다.

 

남자들은 모든게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다는 말로 행동을 바꾸려는 의지나 가능성을 없애버린다. 그들은 어떤 직접적인 원인으로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심리적으로는 이미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점을 무시한다. 남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을 가지려고 할 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과 관계가 있다. 남성은 남에게 부탁하거나,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을 약자의 위치로 추락하는 것이라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