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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심리지도( 비요른 쥐프케 지음, 엄

무엇을 어떻게 극복 할 것인가?

'위기는 기회다 '라는 말처럼 취업, 퇴직 등의 새로운 상황들은 인간이 성장하는데 좋은 기회가 된다. 어쩌면  인생의 위기와 함께 병행되는 심리치료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아를 깨닫게 하는 가장 큰 기회가 될지 모른다. 이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퍼센트가 '남편이 아내 또는 아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어 헤어졌다. '라고 대답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아내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다. 남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내에게 관심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 아내에게 익숙하지 않는 방식이자 아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이었을거라는 점이다. 

 

남성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이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란 쉽지않다. 외향화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 지금까지 남자들이 능숙하게 사용했던 방법, 안주했던 자리에서부터 그들을 끌어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만약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온다면 지금까지 누려왔던 얄팍한 행복을 넘어서 진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모든 남성은 고유한 개념이 있다. 폭력, 침묵, 경쟁적 사고 등 남성 개개인이 취하고 있는 개념들은 각자의 생활 환경에 스스로 적응시킨 결과이다. 남성 개념은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무리없이 작동한다. 하지만 실직, 퇴직, 이혼등 사고가 발생하면 이 개념은 혼란을 일으킨다. 이런 사건은 대부분 개인의 불행으로 마무리되지만, 내면을 마주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혼란에 빠졌을 때 그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성공한다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실패하면 알콜 중독, 자살, 고립 등 남성 특유의 해결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인생의 위기를 그동안 만들어 놓은 개념만 조금 바꾸는 것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혹시 모든 문제가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자기 반성과 변화는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인간관계나 처리 차원의 어려움을 내용의 차원에서 논쟁하는건 별 의미가 없다. 남녀 간의 싸움이 여간해서는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편이나 남자 친구와 싸우는 순간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들은 상처를 받았거나, 화가 나 흥분한 상태이다.  그 싸움의 빌미는 꽤 오랫동안 여자에게 고통을 주었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여자의 분노에 찬 비판은 상대 남자의 개념에 순간적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공격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남자는 그 혼란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즉시 방어모드를 발동한다. 그는 자신의 개념을 재확인하면서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면 여자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남자는 다시 똑같이 반응하고... 여자가 애정어린 마음으로 비판한다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내의 감정 표현에 대해 여전히 단단한 자신의 개념 안에서 나오지 못한 채 과거와 똑같이 반응할 것이다. 그는 전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신뢰관계가 확립된다. 그리고 공동의 목표가 생긴다. 둘이 함께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두려움, 슬픔과 같은 여자들에게는 당연한 감정들이 남자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이러한 감정과 만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혼란과 무력감에 빠진다. 그들이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극복할 새로운 방식을 내면화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개인적인 해결책을 구한다면 그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말하기- 느끼고 소망하기- 의지 형성하기- 행동하기가 그것이다. 먼저 감정을 방어하지 않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소망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여기서 의지와 소망을 구별해야하는데 의지는 극히 다양한 감정에 바탕을 둔 소망에 대한 인지적 작업이며 집약이다. 그런 점에서 의지는 이상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다른 사람에게 사랑 받으면서 맘껏 노래하고 싶다'는 소망이 의식적으로 집약된 것이 바로 의지다.  이 의지야말로 그를 가수로 만들어줄 내적 동력이다. 그러나 많은 남자들의 현실은 침묵-억압-당위-행동 이라는 원칙으로 도식화 되어 있다감정을 말하지 않고 억압하지만 그들에게는 당위성이 있다. 여성의 순환 원칙은 말하기- 느끼고 소망하기- 허용불가-행동하지 않기이다. 일상 생활에서 여자들은 보통 불평하고, 남자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순환 원칙 때문이다. 자기 소망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것을 충족시킬 방법이 막혀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화가 나서 불평을 한다. 반면에 자신의 소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외부적 요구에 따르는 사람은 말없이 괴로워하며 얼굴을 찌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