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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심리지도( 비요른 쥐프케 지음, 엄

침묵하는 남자, 허세부리는 남자1

 

남성은 성적 정체성 발달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자연스러운 감정 일부를 무시해왔다. 남자들은 의식을 하든 못하든 '혼자해내야 해'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아간다. 혼자하기와 침묵이라는 남자들의 원칙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개인적인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람, 고립된 채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는 사람은 언제나 단절된 개인으로 존재한다. 그가 가족이나 사회 구성원으로 속할 때도 그렇다. 남성은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 주로 사실과 관련된 외적인 부분에 치중한다. 그의 관점은 오로지 문제와 관련된 사실에만 국한 되어 있을 뿐, 그에 따른 감정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대화를 통해 연대감, 좌절감 벗어나기 등 을 경험하지 못한다. 남자들의 외향적 성향은 주제를 선택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화 중에 무엇에 대해 말할 것인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자들은 대화 도중에 남자들이 사적인 주제를 꺼내면 무척 기뻐한다.  하지만 그들은 곧 실망한다. 주제 자체만 사적인 것일 뿐, 그 부분에 대한 실제적인 감정적 교류나 논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성은 개인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조차 외향적인 성향을 보인다. 남성은 스스로 선택한 침묵과 말하는 태도로 인해 정서적, 사회적으로 배제된다.

 

남성의 고립과 고독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수 밖에 없다. 구속에 얽매이지 않는 외로운 카우보이가 결연히 길을 간다. 하지만 대체로 어디로 갈 것인가? 많은 남자들 특히 30,40대의 남자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없다. 운동 동호회나 교회에서 사귄 잘 통하는 친구나 아동기나 청년기 때 만난 진짜 친구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친구는 대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리고 자세히 따져보면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본지도 오래 되었다. 이렇듯 남성들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가 없다. 개인적인 일을 의논하고, 진심으로 연대감을 느낄수있는 크고 작은 위기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다른 남자가 없다. 남성의 침묵과 혼자하기 그리고 고독을 깊게 들여다보면, 결국 남성은 자기감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핵심문제와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침묵과 홀로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음악 감상이나 명상 등을 통한 일시적인 침묵은 사태를 명확하게 인식하는데 효과가 있다.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동안  '내면을 들여다보는가?', '자신의 내적 충동에 주의를 기울이는가?'이다.

 

티베트 속담에 '고독을 두려워 마라, 고독은 자기 자신과 우정을 맺는 좋은 방법이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여기에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적극 활용하라는 충고를 덧붙이고 싶다. 혼자가 된 순간을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용하라는 얘기다. 결국 남성의 소통에서 핵심문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있다. 내면의 충동이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듣는게 어려운 것이다. 어떤 남자들은 누가 간단한 조언이나 의견을 달라고 부탁하면, 자신이 마치 백과사전이라도 되는 것 처럼

아는 지식을 모두 끌어다가 끊임없이 주절거린다. 이는 남성의 몇 안되는 자기 표현 방법중 하나다. 또다른 자기 표현방법은 자기과시다. 적극적으로 자기 표현을 하든, 침묵을 하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쨌든 자아는 형성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기표현을 하도록 요구 받는다. 남성성은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획득해야 하는 하나의 지위다. 남자가 남자답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행동으로 증명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남자답다'라는 수식어를 잃는데는 단 한번의 실수, 단 한번의 남자답지 않는 행동이나 감정표현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 성향을 심리학에서는 '외적귀인'이라고 부른다. 남자들은 어떤 일에 성공하면 그 이유가 자신의 지식, 추진력 등 자가능력에 있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실패하면 거센 바람이나 심판의 잘못된 판정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을 탓한다.

 

부부사이의 문제를 모두 아내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떠넘기는 남편은 부부관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나아가 다른 수 많은 인간관계가 실패하는 것은 물론, 인생 전반의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과 함께 있는 게 고역인 경우가 많다. 그들을 높은 자리로 밀어 올린 동력은 자기과시 능력이다. 자신의 강점을 과장하고 약점을 그럴듯하게 위장하거나, 심지어 강점으로 보이게 만드는 능력과 의지 말이다.  관계 맺기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열린 태도와 공감능력은 나르시시스트들의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들이 다른 사람의 실수를 관대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방어를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