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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심리지도( 비요른 쥐프케 지음, 엄

남자다움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모든 남자들은 정서적 결핍과 수많은 감정들을 차단한 결과 남성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전통적인 남성은 오랫동안 감정을 억압해 왔던터라 과음을 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받는 등 예기치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 동안의 통제력을 순식간에 상실하게 된다. 이들은 사회적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 충동을 차단해야할 일이 많지 않았거나, 성인이 되어 나약함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행동한다. 이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능하면 바꾸지 않으려는 것이 '자기보존 경향'이다. 자기보존 경향과 반대 개념이 '자기실현 경향'이다. 이는 자기계발을 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남성딜레마는 이와 같은 자기보존 경향과 자기실현 경향간의 투쟁이다.  자기보존 경향은 감정을 방어하려하지만, 자기실현 경향은 적극적으로 감정을 인지하기를 원한다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자기보존과 자기실현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듯 남성에게 꼭 필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딜레마를 통합하는 것이다.

 

남성이 불안, 슬픔, 무기력감과 같은 남자답지 못한 감정을 거부하고, 타인의 그러한 감정도 잘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둔하거나 상대에게 무관심해서 그런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감정방어를 통해 남성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의 이같은 태도에 여자는 상처를 받는다. 남자가 자신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분노를 느낀다. 아내 혹은 여자 친구가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은 일이나,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남자들은 자꾸만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 뿐이다. 남자가 아내나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싫증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엇갈림에 있다. 여자들과 이야기 할 때, 남자들는 대화를 해 나가는 자신의 방식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남자들은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하품을 하면서 지루해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함께 느낀다는 것은, 그에 따른 감정을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감정의 공유는 남성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남자들이 어린시절부터 외면하도록 강요 받아온 것이 아닌가? 남자는 여자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턱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것이다. 옆방으로 가서 다른 일을 하거나, 뭔가 다른 것에 몰두하면서 대화를 회피하는 것은 감정에 직면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이것이 남성들의 전형적인 자기보존 경향이다. 감정방어를 통해 지켜온 남성 정체성은, 설령 그것이 당장에는 안정적인 듯 보일지라도 오랫동안 유지되기 힘들다. 더욱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인간적 권리를 빼앗긴 정신과 육체는 상호협조를 거부하게 된다. 그 결과 위궤양, 우울증, 성적장애, 불안증 같은 몸과 마음의 질병으로 나타난다. 여기다 부모의 사망, 이혼, 또는 여자 친구와의 이별, 직장 해고나 업무능력 저하등 외적 고통이 심해질 경우 자칫 정체성의 위기마저 초래될 수 있다. 

 

"...이제 내 남자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감정과 욕구를 중시하며 열정적이고 부드러운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거야. 나를 만났으니 영원히 정상으로 살아갈 수 있을거야. ..."  흔히 여자가 내 남자에 거는 기대이다. 껍질은 쉽게 벗겨지지 않거니와 알맹이가 한번쯤 속살을 드러냈다 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남성의 감정방어는 자기극복과 자아발달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내면화 되었다.  일터에서  입었다가 퇴근할 때 벗어던지는 작업복이 아니다. 이것은 남성 스스로가 적극적인 태도로 덤벼들어야

해결할 수 있는 평생의 과제다.

 

사회적 환경은 남성에게 전통적인 남성성 즉 감정방어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남자들의 인간관계에서 직장 상사는 유능한 인재를, 테니스 파트너는 동급 맞수를, 술친구들은 재미있는 대화를 기대한다.  이런 구조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무기력감, 슬픔, 불안 등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알려고 하는 남자는 거의 없다. 서로 위로해 주고 위로를 받아들이도록 훈련된 남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자는 어떤 남자에게 끌리는가? 답은 남성성과 비남성성이 잘 조화된 남자다. 정서와 감수성이 풍부하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면서, 남성적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야말로 가장 이상석인 완벽한 남자다. 어떤 남자인들 그런 완벽남을 갈망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유명한 칼럼니스트 악셀 아케의 말을 들어보자.

 

".....오래 동안 신경 거슬리는 말이 있다. 다른 남자들! 나는 이말만 들으면 가까운 술집으로 달려가 술을 퍼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다른 남자들이라니, 정말 지긋지긋하다. 다른 남자들은 언제나 나와 다르게  행동한다. 모든 면에서 나보다 훌륭하다. 그들은 자기 부인이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물을 끊인다. '아내가 차한잔 마셔볼까' 하는 순간 다른 남자는 끊인 차를 대령한다. 다른 남자들은 감수성도 대단히 풍부하다. 그들은 내가 미처 생각해내지도 못한 생각들을 해낸다. 잠도 자지 않고 에너지가 고갈되지도 않는다. 설령 피곤하다고 하더라도 여자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거나, 적당한 타이밍에  살짝 티를 내는 센스를 겸비했다. 아내와 함께 산 십수년 동안 내 소원은 하나였다. 한번 쯤 나도 다른 남자가 되어 보는 것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완벽한 납자는 강하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터프하면서도 섬세해야 한다.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을 흘릴줄도 알아야 하며, 재치와 유머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며 여자가 이야기할 때 자기일 처럼 진지하게 들어줘야 한다. 아내나 애인의 감정이 어떠한지, 그녀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고 말이 통하는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야 한다.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내들에게 이혼당하는 남자들을 교육하는 캠프가 있다. 이 켐프에 수용당한 남자들은 아내와 재결합하기 위해 몸만들기, 가사 도우미에게 요리와 청소하는법 배우기, 심리치료사에게 말하기와 경청하는법 배우기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아내와 함께 살고 싶은 현대 남성은 쵸코릿과 같은 식스팩을 지녀야 하며, 부드럽고 달콤한 모습으로 언제든지 아내를 위한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영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영화 주인공들은 악을 물리친뒤 홀연히 말을 타고 떠나갔다. 그의 영웅적인 행위에 반한 여자들은 전혀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미련없이 황야로 말을 달리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남자들은 각자의 업무를 마친후 집으로 돌아오면 자상한 아빠와 남편이 되어야한다. 이는 냉철하고 과감함을 요구하는 직장의 요구와는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면 새로운 행동양식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요구들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직장에서와는 달리, 남자들은 가족이 자신에게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결국 남자들은 그를 둘러싼 요구의 숲속에서 헤매다가, 심리적 건강은 물론 자기 자신 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 양립되기 어려운 두가지 요구들 동시에 받았을 때 일반적인 대처방법은 그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다. 한 부분을 충족하는데만 집중하고 다른 측면에는 등을 돌리는 것이다.

 

최고가 되어 본 남자들 십중팔구는 여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권위적이라고 지적을 받는다. 강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남자가 되려면, 그리고 남성 딜레마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려면, 자존감과 내적인 강인함을 지녀야 한다. 스스로 믿고 사랑하며 어지간한 일에는 좌절하지 않는 단단한 정신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