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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무석)

과거의 경험 때문에 생기는 열등감

학생들은 성적이 올라갈 때 자존감을 느낀다. 직장인들은 연봉이 높아질 때 자신감이 생긴다. 능력에 의한 자존감은 객관적이고, 가시적인 성공을 이룰 때 얻는 자존감이다. 이런 자존감은 남들이 보기에 성공을 했다고 생각될 때만 유지된다. 눈에 보이는 성공을 이룰 때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기 가치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자기 가치감은 시험에 떨어지거나 연봉이 떨어지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사실 전능한 사람은 없다. 경쟁에서 늘 이길수도 없다. 살다보면 지는 게임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건강한 직장인은 나름대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우며 산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존감을 유지하며 산다. 그것이 건강한 인생이다.

 

부자들은 자존감을 느낀다. 돈은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은 열등감을 느낀다. 가난하고 초라한 자신을 보면 자존심이 상한다. 남이 가진 재능이나 재산을 부러워하고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열등감이다. 반면에 자기 재능을 개발하고 키우는 것이 효과적인 열등감 극복방법이다. 인간에게는 두가지 현실이 있다. 하나는 실제적 현실이다. 객관적 현실이다. '다른 사람이 내가 고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실제적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심리적 현실이다. 마음이 만들어 낸 주관적인 현실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학력 때문에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심리적 현실이다. 아무런 현실적 근거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실제적 현실이 아니고 심리적 현실이다. 누가 자기의 학벌을 알리가 없는데도 심리적 현실은 어느새 학벌 열등감에 도달해 있다. 이러나 반응을 정신의학에서 자동적 사고라고 한다.

 

고졸인 어머니는 대학을 다니는 딸과 대학을 졸업한 아버지, 그런 부녀가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면 소외감을 느낀다. 두 사람 사이에 자기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 같다. 남편과 딸은 자기가 모르는 연애인 이야기를 해도 소외감을 느꼈다. 어릴때 형성된 낮은 자존감이 문제다. 이 낮은 자존감이 성인이 된 후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고졸은 창피해' 라는 옷을 입고 나타났다. 그녀에게 학력은 문제가 아니다. 어릴 때 형성된 자존감이 문제였다.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며 자란 사람은 자존감은 낮다.  후천적 경험에 의하여 생긴 열등감이다. 정신과에서는 그런 사람에게 일기쓰기를 권한다. 먼저 그날 하루 열등감을 느낀 사건을 적는다. 마지막에 그 생각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적고 수정된 합리적 행동을 적는다. 이것을 인지행동 치료라고 한다. 매일 꾸준히 반복하면 열등감에 의해 왜곡된 사고가 합리적으로 변한다.

 

관점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학벌 한가지로 나를 평가하지 말자. “나는 건강하고 애들도 잘 키웠고, 나를 사랑해주는 남편도 있다. 이만하면 먹고살 만큼 가게도 잘 꾸렸다. 우리 가정은 내 자랑이다” 라고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남자에게 실직은 인생의 큰 고통이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일자리에 큰 의미를 둔다. 일을 잃으면 동시에 자기 인생도 무너지는 것으로 느끼는 남성들이 많다. 특히 성격이 경쟁적인 사람이나 성공지향적인 이들은 실직을 못 견딘다. 사회적 지위가 자존감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자존감의 붕괴는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자존감의 붕괴라는 심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자존감이 추락하면 정신질환에 빠진다.

 

"그이는 완벽주의자였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일이 풀리지 않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기어이 풀어야 잘수 있었다. 자기보다 앞서가는 친구를 보면 화가 나는 성격이었다. 심지어 고속도로에서 앞서가는 차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런 성격은 승진에서 밀리거나 실직했을 때 자존감이 위태로워진다. 심리적인 붕괴가 올 수도 있다. 그는 모두를 죽이고 싶었다. 동창회도 나가지 못했다. 사람들을 피하고 집에서만 안절부절못하는 그를 아내도 괄시하는 것 같았다.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 없었다. 자려고 누우면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체중이 빠지고 기운이 없다.  당뇨까지 나타났다. 그의 이상은 마비되고 편집증이 생겼다. 절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사실 실직이라는 스트레스가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엄청나다. 국가의 실업율이 증가하면 국민의 사망률도 상승한다. 심장질환과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진다. 실직한 근로자가 병에 더 잘 걸린다. 실직자를 괴롭히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만이 아니다. 제일 못견디게 괴로운 것은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과 주위의 시선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제일 괴롭다. 얼마나 못났으면 쫓겨났을까? 사람들의 조롱하는 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두문불출하고 우울증과 짜증으로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다.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큰 근심이 생긴다. 직장도 없는데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실직은 실직자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은 동료들도 죄의식을 느낀다.  그리고 자기 자리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나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안전주의에 빠지고 창조적인 제안은 피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동료들에 대한 경쟁심이 많아지고 동료의식이 희박해진다. 직장내의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면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크다. 말할 수 없이 분하고 창피하고 자신이 못나보이기도 할거다. 우울하고 앞 길이 막혀 잠도 잘 안오고, 입맛도 떨어지고 기력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학하지 말자. 자신감을 잃으면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몰고 온다.

 

인생을 살다보면 이기는 게임도 있고 지는 게임도 있다. 이번 게임에서 진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다른 게임을 준비하자. 그리고 눈 높이를 낮추어 적응하는 훈련도 해보자.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실직에 병까지 얻으면 큰 불행이다. 이럴 때일수록 새벽 산책도 하고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들은 실직자들에게 비난이나 원망의 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이런 대화가 약이된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요. 나는 사실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이보다 어려운 고비도 다 넘어왔잖아요. 이번에도 당신은 잘 할거예요. ” 괴롭기는 하지만 인간정신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 성숙해진다. 자리를 잃었을 때 자존감까지 잃어서는 안된다. 인생의 많은 고비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고, 자존감은 더욱 높아진다.

 

"그녀는 열등감이 심했다. 항상 남들이 자기를 흉보고 비난할 것을 걱정하고 살아왔다. 양보하고 웃어주고...  그러고도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반응을 보이면 불안해진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먼저 용서를 빈다. 상대방의 기분이 풀어질 때까지 그녀는 불편해서 아무 일도 못한다. 그녀는 자기 권리가 침해당해도 따지지도 못한다. " 사실 사람이 자기 주장을 하고 자기 기분을 제대로 느끼려면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그는 정신치료시간에 항상 후회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같이 싸웠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라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맞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을 것이라고 한다. 마음이 이렇게 비참해지지 않을거라 후회했다." 맞는 말이다. 낮은 자존감으로 싸울 수가 없다. 분노를 표현할 수도 없다. 처절한 패배가 애상되기 때문이다. 맞고 놀림을 당하고도 저항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패배자가 되고 우리 자존감은 무너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상황을 훨씬 아프게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