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존감(이무석)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열등감

외모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타고 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예쁘고 잘난 사람들을 좋아한다. 체격 좋고, 얼굴 예쁘고,옷차림이 세련된 사람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예쁜 아이는 유치원에서도 사랑받는다. 그래서 외모에 자신이 있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높다. 뚱뚱하다고 놀림 받고 키가 작다고 무시당한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외모에 대한 것이다. 

 

"그녀는 의과대학을 들어갔다.  그러나 열등감이 심했다.  얼굴이 예쁜 아이들은 금새 남자 친구들이 생겼다. 그녀는 외모를 무기로 삼는 아이들을 머리 빈 속물이라고 무시했다.  소개팅을 해도 상대방이 내 맘에 드는 사람인지보다 이 남자가 나에게 실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남성에게 친절할 수도 없었고, 겉으로 선수를 쳐서 냉정하고 도도하게 굴었다. 외모 열등감은 그녀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 간의 그녀의 평은 좋지 않았다. 거만하고 자기만 안다는 것이었다. 이런 평판은 그녀가 거만해서라기 보다 열등감 때문이었다.  얼굴 예쁜 환자나 간호사를 보면 오히려 왠지 모를 경계심과 적대감이 끊어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무시하고 허세를 부리다가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허세의 껍질 속에서 그녀는 고독,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괴로웠다." 그녀는 예뻐야 사랑 받을 수 있고,  자기 가치를 인장 받을 수 있다는 어릴적 사고방식에 아직도 갇혀 있었다. 이런 사고방식은 외모 하나만 가지고 평가하는 단순 논리에 빠져 있다. 유아기적 사고방식이다. 성숙한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른의 사고방식은 종합적이고 합리적이다.  강점은 강점대로 인정하고, 약점은 약점대로 인정하는 것이 성숙한 것이다.

 

남의 거울에 비친 나를 나로 착각하지 말자. 세상에는 다양한 거울이 있다. 깨진 거울도 있고 더러워진 거울도 있다. 이런 거울은 네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거울은 자기식대로 나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 모습을 지나치게 찌그러지고, 더러워진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 모습 그대로 내 모습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자존감을 유지할 수 없다.  어른이 된 이제 수동적으로 남 눈치만 보지 말자.  깨진 거울에 비친 깨진 당신의 모습만 보지말고 당신을 비추어 주고 있는 거울이 온전한지 평가해 보기 바란다나를 평가하는 전권을 남에게 위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아깝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 못지않게 힘든 열등감이 아버지 열등감이나 집안의 열등감이다. 교육을 많이 받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부모나 친척을 둔 사람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가난하고 무식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집안의 열등감이다. 외모에 여자들이 호감을 표시하지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집안 앞에서 외모는 힘쓰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현실을 인정하십시오’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할 때 '노이로제'도 생기고 '정신질환'도 생기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쇠약한 사람일수록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아! 많이 좋아졌구나’ 하고 안도한다. 키나 눈이 큰 외모는 선천적인 것이다.  아버지나 집안도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낮은 아이큐도 타고난 것이다. 우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조건들이다. 그런데 이런 선천적 조건 때문에 생긴 열등감이 60%를 넘는다.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열등감을 느낀다면 답답한 일이다.  이런 선천적 조건에 대한 열등감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는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기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현실을 인정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고 꾸준한 자기성찰도 필요하다. 아울러 아주 중요한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열등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다. 그러나 더 예쁘고, 집안이 좋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신을 알고,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마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예컨대 “내가 남들보다 더 잘날 필요는 없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내 나름대로 살 뿐이다.” 이렇게 마음 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