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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관악산은 내가 가장 많이 갔던 산이다. 한때는 친구들과 거의 매주 주말이면 조찬 모임을 연주암에서 가졌다. 세월은 벌써 20년 넘게 흘렀다. 이제 모두들 이런 저런 사유로 잊혀져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무엇보다 서로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정서적 관계가 중요하다. 그런 친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시간도 물질도 심리적으로도 친구들에게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친구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 살아가면서 화제나 관심사나 가치관의 차이로 서로 이질감이 점점 쌓이게 되면서, 친구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지난 주말에 옛생각을 하면서 관음사에서 과천 구세군 쪽으로 코스를 잡고,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설경을 즐기며 세월아 네월아 하며 걸었다. 아침7시 반부터 시작한 산행은 오후 2시가 되어 끝났다. 6시간 이상 걸렸다. 요즘 산을 가다보면 젊은 청춘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생각하면 아니다. 20년 전의 ‘나’다. 그러니 그들이 청춘이 아니라 내가 늙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산행이 힘들다. 하지만 산행을 하고 나면 아직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나는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그 쪽으로만 나를 끌고 갈 별 하나와
그리고 빙벽을 깎아나갈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장밋빛 노을
동트는 산 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밝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 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뜻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기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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