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 손을 놓지 마라 ( 고든 뉴펠드. 가보 마테 지음, 이승희 옮김)

왜 애착이 중요한가?

무더운 여름날 자꾸 밖으로 나가자는 손자를 데리고 가까운 율동공원을 나갔다. 무더운 여름날 손자를 따라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손자를 좋아한다지만 할배에게는 무척 힘든 고역일 수밖에 없다.

 

한 동안 주어진 환경 내에서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하고 내 싶은 것을 하며 여유롭게 지내다 올해 들어 갑자기 삶의 여유가 없어졌다. 육십대 후반에 들어서 할아버지역할, 부모역할, 자식역할, 배우자역할, 아이들 돌봄역할을 하게 되면서 요즘은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역할 중 어느 하나도 대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할아버지역할과 아이들 돌봄역할이다. 우리 아이들이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풍요롭게 산다고 하지만, 돌봄 선생역할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요즘 아이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공간은 쉬운 인공암벽을 할 수 있고 매트가 깔려 있어, 맘껏 뛰고 뒹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뛰어놀 옛날 골목 같은 공간도 시간도 없다. 학교수업 아니면 방과후에 기예를 익히는 방과후 수업을 하고, 영어수학, 그리고 피아노 등의 학원을 가야 한다. 어쨌든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어디선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학원을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들 교육 대부분을 부모가 아닌 누군가에게 맡겨진다. 나는 인간이 해야 할 일중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것이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 중 핵심이 아이와의 애착관계 형성이다. 학폭이나 왕따 같은 학교문제나 우리 사회 문제 대부분은 어릴 떼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잘못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집에서 산다고 그냥 형성되지는 않는다. 애착이란 우리 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물질이나 설교나 어떤 교훈적인 좋은 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몸으로 익혀져야 한다. 설득으로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 교육은 육체적 수련이 목적이다. 체험으로 정신을 단련해야 한다.

 

아이가 인생의 의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이를 준비시키는 것은 부모와 교사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배운 지식의 가치와 이를 가르치는 올바른 방법은 이 목적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자녀를 돈을 많이 벌고 사회에 걸 맞는 사람으로 기르는 데는 관심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부모, 어른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는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부모의 역할, 부모로써 지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부모로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계를 꾸리려면 준비가 필요하지만, 한 사회의 어른이 되고 자녀를 기르는 데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는 생각한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고 결혼만 하면 부모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잘못 되는 것은 모두 아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3살까지 아이를 엄마가 길러야 한다고 할까? ‘는 인간이라는 육체를 뒤집어쓰고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의 육체에 대한 작동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도 동물이라 타고나는 생존본능이 있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기본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작동하도록 태어날 때부터 뇌에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지침, 방향을 뇌의 신경네트워크에 구축해 나간다. 그것을 꿈이라 하고, 삶의 의미라 하고, 욕망이라 하고, 신념이라고도 한다. 새끼오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는 것은 뇌에 이미 그렇게 새겨져 있는 본능 때문이다. 그것을 애착이라고 한다. 모든 동물은 애착본능이 있다. 애착은 대상이 있어야 한다. ‘는 애착본능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애착은 나를 지켜줄 무엇이 있다는 의존감이라 할 수도 있다.

 

애착으로 자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애착이 잘 형성되어 있을 때 비로소 두려움 없이 밖으로 나가 내 삶을 살 수가 있다. 그렇게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사람도 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의 뿌리가 애착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삶의 힘든 시련을 극복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중요하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삶이 불안하고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언제나 어디에 의지하려고 한다. 만약 아이가 부모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또래 친구들에게 애착을 갖게 된다. 부모와의 애착이 가장 튼튼한 뿌리다, 세상 어디에도 부모와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존재는 없다. 아이의 삶을 제대로 이끌어줄 존재는 부모다. 어떻게 또래의 아이가 의지할 대상이 될 수 있겠는가?

 

일상에서 모든 게 아직 미숙한 아이들은 불안정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모와 애착관계가 형성된 다음에야 비로소 외부로 나아갈 수 한다. 어떤 아이가 말을 잘하고, 영어를 잘하고, 수학을 잘한다고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된 다음 이야기다. 부모가 아닌 또래아이가 애착대상이 되면 제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 부모와 애착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아 불안한 상태에서 또래애착이 만들어지면, 또래 지향적인 삶을 살고자 할 것이다. 학폭의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고 왕따가 될 수 있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과 포숙아 같은 좋은 친구 관계를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진정한 친구란 서로를 성장시키는 존재이다. 애착관계를 만들어줄 좋은 부모가 있고 인생을 함께 논할 그런 좋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 부모는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 탓을 하지 말고 아이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캐나다 발달 심리학자 고든 뉴펠드와 내과의사 가보 마테 가 공동으로 집필한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는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왜 아이와의 애착관계가 중요한지에 대해 앞으로 얼마동안 이야기 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