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나 한잔 들고가게!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드디어 2025년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는 원래 시인으로 데뷔하였고 그 다음에 소설가로 데뷔하였습니다. 심사위원회에서는 그녀의 문체가 시적이고 실험적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그녀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습니다. 그녀의 시도 좋은 시가 많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시를 소개합니다.
 
서시 /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차나 한잔 들고가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  (5) 2024.11.19
왜 그래 이제 괜찮아  (0) 2024.10.27
관악산에서  (1) 2024.10.07
나만 이렇게 답답하고 우울한가?  (0) 2024.09.09
장자莊子 거협胠篋  (0)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