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어 찬바람만 불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이별의 노래’다. 아침 저녁으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풍경은 시골에서는 흔하게 보는 가을 풍경이었다. 그 시절의 이 풍경을 지금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지낸지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늘도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보내놓고는 마음이 한구석이 짠하다. 비싸고 좋은 어떤 장난감보다 손자는 산에 가서 도토리 줍고 밭에 가서 감자를 캐고 강가에 가서 돌멩이를 던지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물질적으로 빈곤했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는 지금의 아이들의 삶보다 훨씬 더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이별의 노래/ 박목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 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너고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너고 가고 나도 가야지
우리는 무슨 특별한 사건이나 이유가 있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허락된 운명의 시간이 되었으니 모두들 제 갈 길을 갔다. 모두들 그렇게 떠났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어갔고 지금 여기에 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힘들었다. 산을 가도 무덥기만 하고, 마음은 우울하고 가슴은 답답했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가을 바람이다. 오랜만에 조망이 좋은 관악산에 오르니 수도권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한산이 코앞에 있고, 인천 앞바다까지 보인다. 시원한 바람에 눈도 시원하고 온 세상이 또렷하게 보인다. 가슴 깊이 가을 하늘을 들이마신다. 그 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인다.
가을 산에는 모든 것들이 다 살아있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나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불어오는 바람은 자연이 쉬는 숨이다.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자연 앞에서 우리 삶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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