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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커는 인문학 (이 지영 외)

부富 (박민관)-2

돈은 왜 생겨났을까? 옛날에는 상품 자체가 거래와 지불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경제를 물물교환경제라고 한다. 물물교환경제는 불편했다. 기원전 16세기 무렵 중국에서 조개껍데기가 화폐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초 지폐도 중국 송나라 때 시용된 交子라는 지폐이다. 그 옛날 지폐는 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금으로 바꾸어 준다는 약속을 종이에 적어놓은 것이다. 가장 널리 화폐역할을 한 것은 금과 은 등의 귀금속이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금과 은이 화폐의 기본이었다. 이것을 금본위제 은본위제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금본위제나 은본위제와 달리 국가가 금액을 정하고 그 가치를 약속해주는 것이다. 국가 약속이 없으면 지폐는 단지 종이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의 화폐의 힘은 그 화폐를 발행하는 국력에서 나온다.

 

어떻게 돈을 버는가? 돈을 벌기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생산 활동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산 활동이 있다. 생산 활동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이다. 존 로크에 따르면 처음에는 어떤 것도 소유권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를 자연상태라고 한다. 최초의 소유권이 정해지는 것은 누군가 과일을 따기 위해 노동을 했을 경우이다. 로크는 소유권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노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노동만으로 소유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로크가 지세한 두 번째 원리는 이전移轉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을 때, 그것의 소유권은 그것을 받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노동하여 또 누군가에게 넘겨받아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것은 근검, 절약이다. 아껴 쓰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돈이 많은 것를 좋게 보지 않았고 돈이 많은 것을 걱정했다. 이런 전통적인 생각이 바뀐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들면서 부터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성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베버에 따르면 자본주의 정신은 청교도의 금욕주의 정신에서 시작되었다. 청교도 인들에게 금욕주의란 신에게 부여받은 사명이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아껴 써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 근검절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경제학자인 슘페터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되고 개인이나 회사에 큰돈을 벌어다 주는 방법은 바로 혁신이다. 혁신이란 새로운 제품이나 생산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소비자들의 구입 욕구를 이끌어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버는데 고민한 만큼 돈을 쓰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중요하다. 돈을 벌기위해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훔치거나 강제로 빼앗는 사람들도 있고 약한 사람에게 주어야 할 것을 빼앗아 자신의 이익을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삶에서 부자가 되는 것이 저주가 되기도 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젓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뿐이오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우리에게 가장 나쁜 것은 더 많이 가지려는 소유욕과 탐욕이라고 했다. 가진 돈을 지키려 애쓰며 한 평생을 보내는 사람은 불행하다. 우리가 필요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진 것에 얽매여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재산이 아주 많으면 그 재산을 지키는 데만 온 신경을 써야 할 테니 다른 사람이나 다른 행복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마치 망원경으로 먼 산을 볼 때 옆에 서 있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행복은 다른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많은 돈을 쌓아두고 혼자 만족하는 삶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 돈은 매우 중요하고 꼭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돈 때문에 진정한 행복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 것을 빼앗아 자신이 것으로 만들어 돈을 모으기도 한다. 진정한 행복은 돈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누리는 것이고, 그래야 더 큰 행복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경주 최부자의 마지막 부자였던 최준이 평생교훈으로 삼고 실천했던 말은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라고 한다.

 

돈에 관한 학문인 경제학은 서양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가정관리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기원전 400년 그리스 철학자 크세노폰이 이 말을 집안 어른인 가장이 해야 할 일을 다루는 책에 사용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치학의 한 분야로 경제학이라는 말을 썼다. 경제학은 19세기에 정치학에서 독립하여 하나의 학문분야가 되었다. 오늘날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의 배분행위를 다루는 학문으로 정의된다. 동양에서 경제학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의 經世濟民의 준말이다. 오늘날 경제학에서 중요한 두 가지 이념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다. 자본주의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회주의는 평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유와 평등은 모두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다.

 

부자가 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소유권을 보장해 준다. 로크는 소유권을 노동, 이전, 상속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힘으로 빼앗고 속이고 훔친 것을 소유할 정당한 권리는 없다. 재산은 농사나 공업처럼 노동을 통해서 생산물을 만드는 것 외에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한 부의 원천이다. 시장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하고 파는 자유가 필요하다.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루었을 때 시장에서 적당한 가격이 정해진다. 애담스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표현했다. 시장에서 각 개인의 자유로운 경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항상 잘 조화롭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경쟁이 불완전, 불공정하거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시장이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국가가 개입해 시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 개입을 최소화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규모는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모두가 부유해진 것은 아니다. 돈 많은 사람이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구조 때문에 빈부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그래서 사회주의 사상이 등장했다. 자본주의가 개인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었다면 사회주의는 사회역할을 강조한 이론이다. 이러한 생각을 극단주의로 제시한 사상이 공산주의다. 공산주의는 모든 구성원의 재산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공산주의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졌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라면,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행복지수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사회란 모두가 똑같은 부를 나누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행복해 질 수 있는 사회다.

 

오늘날은 세계화 시대라고 한다. 세계화 시대란 세계 모든 사람들과 국가들이 실시간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다. 오늘날 지구가 하나의 마을처럼 실시간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듯이 지구위의 많은 나라들도 부자와 가난한 나라로 구분할 수 있다. 왜 국가도 빈부격차가 생기는 것일까? 선진국 국민은 부지런하고 똑똑한데 반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고 어리석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들은 선진국의 식민지였거나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기후나 자원 등의 자연적 조건과 정치적 이유 등 수많은 다양한 원인이 국가 발전의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국제무역정책이 국가간 격차를 벌이기도 한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물건에 관세라는 세금이 붙는다. 관세를 통해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각 나라는 관세를 중심으로 자국의 무역정책을 세운다. 국가간 거래에 관세를 비롯한 제한을 없애고 자유로운 경쟁으로 국제무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하는 것을 자유무역이라 한다. 자유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격차를 더욱 크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 나라마다 국제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똑 같은 조건으로 무역을 한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각 나라마다 성장의 속도가 다르고 발달한 산업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자국 산업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오늘날 세계 무역에서 가난한 나라들의 농산품을 무조건 싸게 사려는 자유무역정책을 비판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공정무역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직접 시장에서 사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중간상인을 거친다. 많은 중간상인을 거칠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공정무역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간단계를 줄여 적정가격으로 책정해 최종 소비자도 적정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우리 식탁에 먹는 음식도 대부분 먼 거리를 이동해 온 경우가 많다. 먼 거리를 운반하려면 화학물질을 사용하게 되어 건강에 좋지 않으며 중개상들이 많이 필요하므로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다. 로칼푸드 운동은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품을 소비하므로 먹을거리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좋은 가격이 책정된다. 그 외 경제원리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소비주의는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소비에 매몰된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해진다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물건들을 새로 만들려면 엄청난 자원을 채취해야 한다. 또 그렇게 귀한 자원으로 만들어진 물건들도 조금 쓰다 보면 필요가 없어져 금방 쓰레기로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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