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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커는 인문학 (이 지영 외)

마음 2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두뇌작용이 마음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두뇌활동이 마음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호르몬분비과정으로 설명하고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마음의 상태, 흥분, 미움, 슬픔, 괴로움, 아픔까지도 뇌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감정이라는 것이 뇌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면 뇌 활동을 조절하면 사람의 감정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호르몬조절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약품이 출시되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음은 곧 뇌의 활동이라는 공식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간교육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생각, 언어기능, 감정과 기억들의 일이 대뇌에서 이뤄진다. 뇌의 좌반구는 언어기능과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고 몸의 오른쪽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우반구는 공간지각능력과 감정에 관한 작용을 하고 몸 왼쪽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한다. 사랑은 모든 종교의 기본적인 교리이며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연법칙처럼 원인결과에 의한 작용이라면, 모든 사람은 동일한 사람에게 동일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생겨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전혀 생겨나지 않기도 한다. 뇌 과학자들은 감정을 두뇌에서 벌어지는 화학작용으로 설명한다. 뇌 과학은 마음의 다양한 모습과 특징이 두뇌의 어떤 작용을 통해 실현되는지를 밝혀냄으로써 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음도 진화하는가? 감각신경이 어떤 대상에 대한 정보를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로 보내 감정을 일으킨다. 즉각적인 감정의 변화는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할 수 있게 도와 생존에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감정이나 정서의 변화가 생존과 연관되어 있다.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음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뇌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생물이 지닌 다양한 특징이 생존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는 관점에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 스티브 핑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마음이란 우리 조상들이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부딪힌 수많은 생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된 프로그램이다.’ 즉 우리 조상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생존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현재와 같은 마음이나 지적능력을 갖게 된 데에는 인류 초기에 가졌던 다음 조건이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첫째 시각능력이 탁월했다. 두 번째 집단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집단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도 적응해 나가야 했다. 자연과의 관계보다 인간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친구와 적을 구별하고 거짓과 참을 구별하는 것은 단순히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 이상의 지적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조건은 손을 능숙하게 사용했다는 점이다. 손을 사용하는 방법이 발전하면서 지능과 함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마지막 조건은 사냥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냥은 많은 인원이 참여할 때 성공 확률이 더 커지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이 사냥에 도움을 주었고, 공동체 결속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인간이 현재 누리고 있는 지적능력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조건을 조금씩 조정해 가며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이 인간 마음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만일 부모가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아기가 어떻게 생존해 나갈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일벌은 왜 목숨을 걸고 독침을 쏠까? 마음이 인간의 생존에 이바지한다는 것으로 마음을 설명한다. 그런데 몇몇 마음의 특징은 전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이타심이다. 일벌의 독침은 끝이 구부러져 있어 한번 찌르면 다시 빼내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일벌은 죽게 된다. 내장과 침이 함께 붙어있기 때문에 독은 계속 주입되고 내장 냄새가 다른 일벌을 불러들여 적을 쫓아낸다. 일벌 한 마리의 희생은 자신의 관점에서 희생이지만 종의 관점에서는 생존에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몸의 각 부분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마음의 역할도 각 부분은 특정한 일을 하기 위해 특화되어 있다. 그 각각의 마음 부분을 통합하고 관리하고, 조정하는 존재를 자아라고 한다. 마음은 그 역할에 따라 몇 가지 주요부분으로 나눌 수 있지만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편의상 마음 영역과 역할을 구분한다. 마음의 영역은 나 자신임을 인식할 수 있게 돕는 자의식영역, 오감을 통해 외부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지각영역,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저장하는 기억영역과 지능영역, 감정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자의식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하며, 지능/이성은 정보를 처리하고 감정은 행위, 목표를 설정하고 기억은 정보를 보관하고, 감각지각은 오감을 통해 외부정보를 수용한다. 마음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중 하나가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지능영역이다. 지능은 문제해결과 연관이 있다. 목표를 정하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여 목표 달성을 위해 현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떻게 변화시킬지 추리하고 수행해내는 능력이다. 지능능력에는 판단력과 추리력이 포함된다. 이것은 고차원적 사고능력이다. 하지만 고차원적 사고능력이 완벽하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눈앞의 것에 홀려서 엉뚱한 판단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다른 감정에 휘말려서 실수를 하고 어떤 경우엔 주변 것과 잘못 비교해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인간이 마음에서 지능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 감정이다. 감정을 어떤 의미에서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일처리를 더디게 하고 괜한 싸움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감정의 중요한 역할은 행위의 목적을 제공하는 것이다. 목표가 없다면 지능자체가 무의미하다. 우리가 목적으로 삼는 만족, 행복, 성취, 호기심, 충족 등은 대표적 인간의 감정영역이다. 고통을 감지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첫 단계이다. 고통을 감지해야 벗어나기 위한 조치를 하게 된다. 만족, 행복, 호기심, 욕심 등 다양한 감정이야말로 인간이 문명을 이뤄낸 원동력이다.

 

느낌을 100%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언어는 우리 삶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 사람의 생각과 느낌, 의도, 감정, 정보 등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달하는 것이 언어의 가장 큰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경험이나 감각은 언어가 표현할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이 느끼는 경험이나 감각을 언어로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나 감각을 상대방이 똑같이 느끼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은 매 순간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나만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대개의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또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었다고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불확실하고 주관적인 게 감각지각((sensory perception 외부의 자극을 자신의 오감을 통해 이해하는 과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감각지각을 무조건 의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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