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을 오른 이날은 태풍의 영향인지 한여름 날씨 같이 무더웠다. 산봉우리에 오르니 구름이 도시 여기저기에 깔려 있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한 점의 바람은 가을바람이다. 산을 오를수록 가을 색이 보이고 가을 향기가 느껴진다. 새파란 하늘을 덮고 있는 하얀 구름은 이미 가을 하늘이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느끼고, 산을 오르면 산을 느낀다. 그래서 자연을 찾는다. 가을이면 아이들 필독서가 시집이다. 아이들과 시詩를 함께 읽고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를 써보게 한다. 나도 잘 모르는 詩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써보라고 하려니 참으로 난감할 때가 많다. 나름대로 詩에 대해 정리해 본다.
詩시란 무엇인가? 시란 특별한 것인가? 시가 왜 어려운가? 시를 이해하기 위해 시적 화자가 어쩌니, 운율이 어떻고, 은유법 직유법 등 표현방법이 어떻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심상이 어떠니, 시인의 마음이 어떠니 하는 그런 것 따지지 말고, 내가 어떤 풍경을 보고 느끼듯 시詩도 그렇게 각자 나름대로 시를 읽고 경험하고, 내 감성으로 바라보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의 어떤 현상을 경험하게 되면 내게 어떤 감정이 스며드는 것처럼, 시를 읽고 내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 보라 한다. 우리는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시도 마찬가지다. 핵심 단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라고 한다.
시인은 보통 사람보다 좀 더 감각이 예민해서 우리와 같은 것을 보아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정과 느낌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시인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준다. 세상에 대한 판단을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한다. 뭔가 이것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못 보는 다른 세상을 보게 하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시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하고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고, 위로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한다. 시를 읽으면 우리 마음도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시인은 이야기 한다. ‘시는 감정이다. 시의 재료는 감정’이라고 한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 시다. 詩는 어떤 대상,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 대상에 대한 감정을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글로 표현한 것이다. 내가 느낀 그 자체를 써야 한다. 마음을 다스리게 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詩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우리 마음은 걸레 같다고’ 걸레는 원래 깨끗했다. 힘든 세상 살아가면서 사용하다 보니 더러워졌다. 세월 따라 우리 마음이 얼룩진다. 노년이 되면 우리 마음은 얼룩지고 너들너들해진다. 그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시詩다.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사는 법이 시를 읽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늙는다는 것 /박인자
삶의 연륜이 쌓여갈수록
인격이 완성되는 줄 알았네
더 많이 인내하고 기품도 생겨
뭇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줄 알았네
그러나 늙는다는것은
오랜 습관에서 한템포 늦어지는 것
말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남을 배려하는 것도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한템포 빨라지는 것
오해하는것도 섭섭해 지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는 것도
그리고 늙는다는 것은
지키고 싶은게 많아지는 것
버리지 못하고 나이만큼 자꾸만 쌓아두는 것
미래를 꿈꾸는 것보다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홀로 교만했던가
얼마나 흘러가버린 삶속에서 당당했던가
너도
나도
그리고 그대도 늙어가고 있다.
'차나 한잔 들고가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 (0) | 2022.10.11 |
---|---|
역사 (0) | 2022.09.28 |
미래 시민의 조건 (로버트 파우저) (0) | 2022.08.31 |
행복 (0) | 2022.06.24 |
핵전쟁 (0) | 2022.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