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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행복

사진은 설악산 서북주능이다. 서북주능은 설악산의 주능선이다. 산행 중 가장 고생한 산행은 대학산악부에서 하계등반으로 설악산 서북주능을 종주할 때였다. 천천히 걸으면 지금도 도전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산행을 위한 짐을 지고 갈 자신이 없다. 이제 바라만 본다. 갈수록 소심해진다.
 
손바닥만한 텃밭에 고추, 호박 등 작물 몇 가지를 심어 놓고 한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작은 연못의 물은 벌써 말라버렸고, 축 널어진 작물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집에 있는 통이란 통은 모두 동원하여 집에서 물을 길어다 주었지만, 그래봐야 겨우 흙이나 적실 정도이다. 한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혹시 오늘은 비 소식은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새벽 창가에 빗방울이 토닥토닥 떨어지는 소리가 얼마나 반가운지 그때서야 비로소 편하게 잠이 들었다. 비 내리는 소리에 마음은 더없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이제 좀 더 게으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마음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행위를 하기 위한 재료를 준비하는 곳이다. 마음에는 공간적 한계가 있다. 내 마음에 뭐가 있느냐에 따라 내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 마음에 걱정꺼리가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갈등이 있으면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마음에 잡다한 쓰레기들이 자리 잡고 있으면 갈등과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나’를 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몸과 자아라는 뿌리에서 수많은 가지와 나뭇잎이 무성하게 된다. 그 수많은 가지와 잎들은 내가 살아가면서 필요에 의해 또는 환경에 의해, 나와 관계 맺으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 타인과 물질과 맺은 수많은 관계들도 구속이 된다. 나무가 겨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관을 닫고 잎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우리도 나이가 들면 나뭇잎과 가지를 정리해야 한다.
 
우리는 삶의 목적을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占을 치거나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불행을 피하고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편안함, 아늑함, 가슴 벅찬 감동, 즐거움, 만족함, 자존감/자신감 등을 느끼는 감정이라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은 이러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다. 이러한 감정은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다. 행복이란 생존하기 위해 주어지는 보상이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몸은 이러한 행복한 감정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 또한 그렇다. 산을 오르면 편안함과 때론 벅찬 감동과 존재감, 그런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뭔가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야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몸이 아프면 우울할 수밖에 없다. 욕구가 있어야 그것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기고, 내가 그 뭔가를 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갖게 된다. 안전감은 내가 도움이 되는 어떤 무리에 속해있다는 소속감이다. 나를 지켜줄 무엇이 있다는 것이 안전감을 갖게 하고 존재감을 갖게 한다.
 
나를 지켜주는 무엇이 예전에 인간뿐이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그것을 보완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돈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을 타인이나 외부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건강도 쇠약해지지만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없다. 오로지 돈과 나를 지켜줄 무리와 인연에 의존하려 한다. 나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야 하고, 스스로 욕구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찌할지 모르는 것, 마음이 균형을 잃어버리는 것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갈등은 힘든 스트레스다. 그 일에 대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스트레스를 만든다. 동물은 싸우거나 아니면 도망가면 된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에 대해 갈등한다. 이 세상에는 우리를 구속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나이 들어 갈수록 마음이 지혜가 필요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15세에 공부를 하겠다는 뜻을 세웠고, 30세에 이르러 자립하게 되었으며, 40세에 되어서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고, 50세에는 천명을 깨닫게 되었고, 60이 되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편히 듣게 되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흔들림이 없는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불안하고 의심도 많아지고 화도 많이 난다. 주위의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진다. 몸의 기운은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에너지도 떨어지니,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많아진다. 
 
우리는 언제나 주변에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불안의 요인은 대부분의 경우 물질이나 인간과의 관계에서 온다. 어떤 대상과의 관계가 불안해지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너무 많아도 너무 부족해도 우리는 불안함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가면 사회와 점점 멀어지니 성취에 대한 불안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관계도 자신에 대한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불안함을 더 느끼게 된다. 또 모든 사람들이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안하니 우울해지고 별것 아닌 것에 짜증나고 화가 난다.
 
나무가 잘 자라게 하려면 적절하게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불필요한 감정들을 떨쳐내야 한다. 불필요한 감정을 잘 정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척도이다. 불필요한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인간이든 물질이든 관계를 줄여야 한다. 나는 인간이 공부를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기 통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릴 수 있을까? 우리 마음은 어떻게 작동할까?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이 우리 감각과 생각과 행동과 기억을 지배한다. 기분이 좋으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주변사람들도 좋아 보이지만, 기분이 나빠지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하는 행위도 도대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만 같다. 기분이 나쁘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인간에 대해 공부할수록 인간에게 감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영혼, 정신이라는 것의 근본이 감정 아닐까? 찰스 다윈은 ‘미래에 어떤 인간이 살아남을까?’라는 질문에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기쁨, 편안함, 행복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자존감을 정신에너지의 근원이라 생각한다. 자존감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며,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언제 불안하고 언제 슬픈가? 내가 원하는 것이 충족되었을 때 행복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불안하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채워지기를 원하는가?
 
심리학자 매슬로에 의하면 인간은 가장 먼저 의식주 등의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면 안전하게 살아가길 원하고, 그것이 채워진 다음에 나를 사랑해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채워질 때 비로소 나는 나의 잠재력을 발휘해 남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아실현의 욕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위 욕구를 채우느라 다른 사람까지 헤아리며 잠재력을 발휘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남을 생각하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좀 부족해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욕구가 채워지면 행복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하위욕구가 좀 부족해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자존감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일으킨다.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나 역시도 하위 욕구에서 헤맨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 두서 없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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