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홀로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가는 세월은 안타깝고, 숲의 짙은 녹음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가는 세월은 아쉽고 떨어지는 나뭇잎이 애절하다. 가을 산은 또 왜 이리 적막한가?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늙어 잘 죽는 꿈만 서려 있다. 가을 회포 묻고자 하나 들어줄 이 없다.
요즘 나는 공부를 좋아하고 자연을 찾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삶이 혼란스럽고 힘들 때 어디 도움 받을 곳도, 물을 곳도 없으니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은퇴 후에는 스스로 삶이 민망하니 바깥 세상에 나가기보다 더욱 책을 가까이 하다 보니 나도 모르니 사이에 세상만물에 대한 앎의 욕구가 생겼고, 그 욕구를 쫓다보니 공부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본다. ‘만일 내가 학문의 길로 들어섰더라면 지금의 삶보다 더 의미 있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본다.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어떤 환경에 태어나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건을 만나느냐 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그것은 운명이다. 내 삶의 상황이 나를 만들고 그러한 나는 내 삶의 운명을 만들며 그렇게 내 인생의 서사가 만들어진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가까이 하면 음악을 좋아하여 음악적 재능이 생기고 孟母三遷之敎가 재능을 만든다.
가을이면 아이들과 읽는 책의 빠지지 않는 주제가 ‘꿈’이다. 우리 아이들 대부분은 꿈이란 것이 없다. 가장 힘든 일이 학교 가는 것이며, 학교 가기가 왜 싫은지 물으면 수업시간이 너무 지루하다는 것이다. 벌써 삶을 포기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니 꿈에 대한 책을 읽고 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꿈에 대해, 공부에 대해, 독서 쌤이니 독서에 대해 썰을 푼다.
‘ 성공한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성공한 삶을 살아가느냐 못하느냐는, 얼마나 도전하고 힘든 과정을 끈기 있게 해쳐나가 극복해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에 의해 사회적 지위가 오가기도 하고, 돈을 벌기도 잃기도 하고, 학문의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이름을 날리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을 기준으로 삶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왔느냐 하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서만 살아왔다면 小人의 삶을 사는 것이고, 자신의 재능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자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면 君子의 삶의 사는 것이다. 군자의 삶이 의미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꼰대 쌤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걱정도 하고, 수치스러운 것, 분한 것, 의심스러운 것, 의기소침한 것, 막막한 것, 벅찬 것, 의심스러운 것, 안타까운 것, 허전한 것, 쓸쓸한 것, 초조한 것, 짜릿한 것, 후회스러운 것, 심심한 것, 감사한 것, 행복한 것, 유쾌한 것, 지루한 것 ... 그 모든 것을 다 느끼며 사는 것이다.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려면 그러한 것을 느껴봐야 한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책이다. 책은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책을 펼쳐든 시간동안 수많은 만남을 누린다. 세상 모든 역사와 문화, 도전과 실패, 전쟁과 화해, 용기와 상처, 러브스토리... 시공간을 초월한 등장인물, 그들의 삶과 그것을 둘러싼 세상, 그 모든 것과 대화가 이루어진다. 책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움추려든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일깨워준다. 그렇게 책은 내 삶을 생각해보게 하고 긴 울림을 남긴다. 그래서 고여 있지 않고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어 책 읽기가 즐거움이 된다.
아이들은 이야기 한다. '어차피 이루지도 못할 꿈을 꾸어서 뭐하나요?'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뭐가 진짠지 가짠지 알 수 있다. 꿈을 이루려면 믿음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언젠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다. 꿈은 이어달리기 같은 것이다. 앞의 꿈이 달려가서 그 다음 꿈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꿈을 거치면서 진짜 꿈을 알게 된다. 꿈은 어릴 적의 스스로 걷기, 신발 신기 같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꿈이 없고, 품은 꿈을 이룰 수는 없을 것 같아도 꿈을 잊지 않고 성실하게 살다보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애쓰고 버티고 서로 도우고 사랑하며 살다보면, 꿈이 앞에 나타날 것이다,
사실 주인으로 사는 것도 노예로 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꿈을 가지는 것도 이루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꿈 없이 사는 것도 모두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주인으로 사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 온 마음과 힘을 다할 수 있어서 더 신이 날 것이다. ‘좀 못하면 어때? 망하면 어때?’ 좋을 때 좋아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쓸 수만 있다면... 그리고 쌤은 믿는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온전히 바치면 마법이 일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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