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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코스모스

내 몸이 아프면 아무것에도 신경을 쓸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TV를 시청하는 것도 무엇에 집중할 수 없다. 내 몸이 어디에 집중하여 신경 쓰는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몸이 좀 나아지니 그때 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봄을 보내기 아쉬워 카메라를 들고 봄을 담는다. 햇살이 눈부신 봄날, 참 아름다운 날이다. 좋은 장면이 있으면 한참을 구경하며 눈에도 담고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는다.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여유를 한껏 즐긴다. 아이 몇몇이 모여 앉아 무슨 놀이를 하는지 즐거워하는 몸짓하나 표정하나 하나가 모두들 예쁘고 아름다워 슬며시 말을 걸어 본다. 아이들이 흔쾌히 받아준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 보인다. 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는가?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가? 우리는 무엇을 이루었는가? 인간이 자랑하는 위대한 문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가? 인간이 탐구하여 찾아낸 자연의 이치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 인간이 이룩한 위대한 문명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금 이 지구의 주인은 인간인가? 인간도 역시 우주의 수소 산업에 의해 만들어진 일부일 뿐이지 않은가?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의식 일뿐이지 않는가? 내 몸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의식 아닌가? 인간이 이 지구를 대변할 만 한가? 인간이 지구를 위해서 뭘 했는가? 만일 핵전쟁이 일어나든 자연재해로 인해서든 지구상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생명체가 절멸된다면... 인간이 이룩한 모든 문명, 문화, 학문이 사라진다고 해서 뭐 그리 대수겠는가?
 
인간 역시 진화적 산물이고 원시세포부터 파충류, 포유류까지 그 모든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파충류적 성향과 또 하나는 자식을 사랑하고 무리와 함께 지내고자 하는 감정을 지닌 포유류적 성향이다. 이 두 성향을 조절하는 것이 인간적 뇌라는 전두엽 아닐까? 인간의 뇌로 생존을 위한 배경지식을 만들고, 생존을 위한 기술을 배우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은가?
 
인간 뇌의 가장 큰 역할은 자기통제다. 자기 통제능력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한다. 사랑으로 모두 함께 살아갈 수도 있고, 오로지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살아갈 수도 있다. 인간이 파충류적 성향으로 변하면 파충류보다 더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 파충류의 욕심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한계가 없다. 그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타인을 해치고 자연을 착취한다. 그래서 인간 세상에서 전쟁은 끝이 없다. 인간사회에서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가? 정의인가? 정말 정의로운 전쟁이 있었는가? 
 
전쟁의 목적은 약탈이다. 땅과 노예를 얻기 위해, 자원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얻기 위해 약탈을 했다.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전쟁은 무엇을 약탈하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현대 전쟁은 단순한 약탈만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국가는 파멸이다. 그리고 어떤 나라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가 아무 대가없이 도움을 주는가? 그런 적이 있었는가? 우크라이나가 이기든 지든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거기에 빨대를 꽂으려 할 것인가? 나는 생존을 위한 탐욕의 뇌가 더 많이 작동하는가, 이웃을 사랑하는 뇌가 더 많이 작동하는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자연환경보존, 핵전쟁, 인권과 사회적 정의구현, 극심한 불평등 해소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모든 지구인들이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 모든 문제들은 당연히 어느 개인 한 사람이, 특정국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우리사회에 영향을 끼친 고전중 하나이다. 그는 책에서 인간의 위상과 정체를 우주적 시각에서 바라보라고 설득한다. 현재 지구의 문제는 지구인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코스모스’는 인간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밝혀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문학에서 인간의 교만함을 끝없이 경계하라고 한다. 칼 세이건 역시 인간의 교만함을 우주와 인간을 연계시켜 스스로 성찰하게 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주와 생명의 드라마는 우주대폭발, 은하와 별의 탄생, 핵융합을 통한 원소합성, 초신성폭발, 행성의 형성과 지구 행성의 등장, 지구생명 탄생, 과학기술, 문명의 진화로 연결되는 길고 긴 드라마였다. 핵반응에서 타고 남은 재가 의식을 갖추고 지산의 주위를 인식하게 되기까지... 그렇게 인간이 탄생했다. 그런데 그 인간으로 인해 지금 지구가 위험하다. ‘코스모스’라는 책은 자연과학책이지만 인문학 책보다 더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게 한다. ‘코스모스’의 내용 중 마지막 장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사람은 대지의 자녀인 동시에 하늘의 자녀이다. 지구에서 살아오는 동안 인류는 못된 진화적 습성을 많이 길러왔다. 호전성, 그릇된 관습,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이방인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과 같이 오랫동안 유전되어온 못된 요소들은 지금 인류의 생존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남을 측은히 여길 줄도 아는 천성도 갖고 있다. 우리는 자식을 사랑할 뿐 아니라 자식의 자식도 아낀다. 역사에서 무언가 배우려고 노력하고 좋은 것을 배우고 행하려는 열정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은 인류에게 지속적인 생존과 번성을 약속하는 도구요 방편이 될 것이다. 못된 습성과 좋은 천성 중에서 어느 쪽이 우리 마음을 지배할지는 확실치 않다. 우리 눈이 눈앞의 탐욕에 고착되어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마음이 어느 지역, 어느 한편에만 묶여 있다면, 결국 저 못된 습성이 사랑의 마음과 이성의 예지銳智를 지배할 것이다.
 
우리의 문명은 화해할 줄 모르는 증오심 때문에 자기파괴와 몰락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지구는 극단적인 우월주의, 우스꽝스런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지금 지구의 온갖 족쇄에서 벗어나려고 끙끙거리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폭력성을 잘 길들이며, 그 뇌가 내리는 일방적인 지시와 대결함으로써 지구가 사람에게 걸어놓은 정신적 족쇄로부터 탈출하려고 하고 있다. 정신적 해방과 육체적 탈출은 상호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전자 없이 후자의 실현이 있을 수 없고 후자의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은 전자의 성공 또한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전쟁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지금 전쟁을 대비하여 사용하는 비용, 물자를 지구인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곳에 사용한다면, 지금 지구인 누가 병들고 굶주리겠는가? 
 
지금 인간은 상호불신이라는 최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인류 공동체에 대한 염려 같은 것을 아예 할 줄 모른다. 모든 국가를 지구를 인류를, 죽음을 향해 서둘러 행진하게 한다. 우리가 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은 너무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올 짓거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초래될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무슨 일이든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 일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으며, 거기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핵전쟁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핵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은 모두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핵전쟁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핵의 필요성에 대해 모든 국가는 그럴듯한 구실을 갖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이 핵폭탄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독일보다 먼저 만들어야 했다. 미국이 가지고 있으니 소련도 가져야 했고, 그 다음에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의 나라들이 가져야 했다. 핵폭탄은 만들기 쉽다. 핵분열물질은 원자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최고조에 달했고, 앞으로 핵폭탄 기술은 가내공업 범주에 들 것이다. 핵전쟁을 경험해 본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핵전쟁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핵의 파괴력은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핵전쟁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참혹한지, 단순히 건물이나 생명체를 죽이는 수준이 아니라 삶의 기반 자체를 깡그리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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