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나 한잔 들고가게!

돈 걱정

추운 날 아침 손자를 깨워 함께 탄천을 걷는다. 손자가 말한다. “할아버지 탄천이 엄청 깊고 큰가 봐요?” “왜?” “아파트와 하늘이 모두 물속에 들어 있잖아요‘ ”그렇네“ ”그런데 할아버지, 이렇게 추운데 왜 탄천 물이 얼지 않아요?“ ”물이 흘러가니 얼지 않는거지!“ 할배 대답이 궁색하다. 나는 아이들과 이런 유치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겁다.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돈 걱정을 별로 해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좁은 아파트에서 아이 둘과 복작거리며 살았다. 그러다 50대가 되면서 돈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도했다 실패하면서 나는 돈 버는 재주가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돈 걱정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환갑이 되는 나이에 직업에서 완전히 은퇴하고 난 후에도 ‘계속 돈을 벌기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건가?’라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그 답을 찾기 위해 짐멜의 ‘돈의 철학’등 돈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앞으로 정말 온전한 육체와 정신으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죽을 때까지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았다.
 
이 모든 질문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했다. 나는 항상 돈이 부족한 일상을 살며, 나 역시도 돈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해보고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면서... 더 이상 돈을 목적으로, 내가 하기 싫은, 잘 하지도 못하는 뭔가를 돈을 위해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5-6년을 살아왔다. 지금 그럭저럭 큰 어려움 없이 일상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은퇴 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상의 주요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낸 세월이 4년 정도 흘렀다.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들의 삶에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가? 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고 의심했다.
 
그러는 동안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은 내가 선택한 길이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독서지도 교육을 받을 때도 그랬고, 이 분야에서는 나이도 제일 많았고 남자도 나 혼자였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참 고독한 길을 걸었다. 산중에서 헤매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그런 곳에서 이제 내 길을 찾았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동안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에 대한 무력함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좌절하고 실망하고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여 아이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아이들에게서 그런 변화를 느낄 때가 있다. 그때 깨닫는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삶은 흔들리고 방황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일상의 모든 삶이 무의식적이고 관성으로 살아가는 노년의 삶은 묻고 또 물어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네 삶은 끝맺음이 없다. 그렇게 길을 가다 어느 순간에 끝나는 것이다.
 
“ 돈 걱정은 돈 문제와는 다르다. 걱정은 상상이나 감성과 관련이 있다. 걱정은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지, 우리가 우리의 욕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장기적인 욕구와 단기적인 욕구를 처리할 것인지 등에 관한 것이다. 부자의 괴로움과 가난의 미덕에 대한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돈과의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관계의 질적 수준은 당신이 어떤 기여를 하고, 상대가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달려 있다. 당신이 돈과 관계를 맺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면, 관계를 좋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기여한 게 없다면 부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해도 당신은 그것으로 의미 있는 일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돈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탐욕의 일부분만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기이해, 지혜, 자비, 친절,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 등 좋은 관계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외면하고 살아간다는 말이다. 머리 속에 돈에 관한 생각만으로 꽉 차있으면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만약 내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데 돈이 하나도 없다면, 큰 문제에 빠진 것이다. 그것은 내 인생관이 얼마나 성숙한지, 내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지, 나의 취향이 얼마나 멋진지 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돈 걱정은 거의 대부분 관계에 관한 것이다. 대체로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돈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돈과의 관계는 단지 일부분만 진짜 돈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다른 것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자신을 고찰해 보고 돈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돈을 버는 것과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 ( 존 암스트롱 ”인생학교: 돈‘에서)
 
 
 

'차나 한잔 들고가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지도  (0) 2022.02.14
나는 나의 주인  (0) 2022.02.09
파인만 이야기 (해리 러바인 3세)2  (0) 2022.01.11
파인만 이야기(해리 러바인 3세) 1  (0) 2022.01.11
새해 첫날에  (0) 202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