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은 가르치는 일과 연구에 집중하면서 일상 속에서 새롭고 즐겁게 모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어떤 상태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섰다. 그가 브라질에 있으면서 브라질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자신이 살아왔던 곳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바삐 서두르지 않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브라질 사람들이 자유로움과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브라질에 10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파인만은 리우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파인만은 자신이 무엇을 설명하면 학생들은 그것을 받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파인만은 외우고 받아쓰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는 이러한 학생들이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과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 어떤 분야든 공부를 하는 것은 우리의 삶과 인류의 미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발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배우든 어떤 책에서 무엇을 읽든 그저 외우고 아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듣고 배운 이론을 실제로 해보고 다양한 시각에서 보고 또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은 자연의 행동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는 과학으로 살고 과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교과서에 과학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에는 어떤 용어를 다른 낱말로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실험해야 나올 수 있는 내용들인데 실험결과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 책으로만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저 외울 뿐입니다. 실험이 따르지 않는 과학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닙니다. 암기로 이루어지는 교육 속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과학을 하는 사람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
대학에서 동료들이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때 파인만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알았다. 다양한 과학분야의 전문가들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고,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실험과 연구를 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곳,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 그게 바로 파인만이 찾고 늘 갈구하던 재미였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도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여 잘못된 결정을 따를 수는 없었다. 파인만은 앞으로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을 충실하게 살기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잘 길러서 스스로 따라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시카고대학에서 제안이 왔다. 시카고대학이 제안한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평생동안 돈과 명예를 다 누리고 남을 대우였다. 하지만 그는 시카고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 나은 조건, 많은 돈, 어쩌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나를 얽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유와 행복에서 멀어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조건 때문에 마음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필요한 곳, 자신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곳에서 연구를 하고 싶었고 동료들과 많은 가치 있는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겉으로 보면 멋진 조건들이 결코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인만은 뭘 하든 시늉만 내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그는 뭘 하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그는 일을 하든 놀든 뭐든지 열심히 했다. 파인만은 화가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그들의 세상을 경험하면서 화가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화가들은 대책 없는 사람들이야. 현실적 삶과 깊은 고리를 이루고 있는 과학세계를 몰라. 그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화가들은 ‘물리적인 주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응수 했다, 서로 결론 없는 토론을 되풀이 했다. 그러자 파인만이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봐. 우리가 결론도 없는 토론인지 논쟁인지를 반복하는 것은 화가는 과학을 모르고 과학자는 미술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 논쟁을 멈추고 서로의 분야를 조금씩 더 깊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로에게 미술과 과학을 가르쳐 보는 것은 어때요? ’
파인만은 그림을 배우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잘 표현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과 비슷한 것을 느끼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파인만은 예술이 지니는 봉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깨달았다. ‘예술의 깊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예술은 최소한 한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로 어떤 사람이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것, 이것이 예술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파인만에게 세상은 흥미진진한 그 자체였다. 그는 더 넓고 다양한 세계와 분야를 꿈꾸며 탐구하고 실천했다. 파인만은 학생들에게 말했다. “ 자신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지 말아라. 세상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멋지고 재미있는 것으로 가득하다 ”
파인만은 가르치는 것도 물리학자가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주제만을 가지고 강연을 하는 기존의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물리학자도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어느 정도 교양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물리학을 어렵게 여기는 학생들의 흥미를 끌었고, 그의 강의는 곧 최고의 인기수업이 되었다. 파인만의 강의는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는 어려운 부분을 설명하더라도 가능한 한 전문적인 용어보다 쉽게 풀어낸 단어를 썼으며, 실제 생활에서 물리학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예를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노벨상을 받게 된 파인만은 두가지 점에서 불편했다. 하나는 노벨상 때문에 자기의 의도와 상관없는 사람들 앞에 내몰려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을 받기위해 스웨덴에 가서 수상식과 관련된 모든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권위와 형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그는 노벨상을 받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노벨상이 좋았던 것은 상금을 받는 것이었다. 노벨상 때문에 자신이 변하는 것도 사람들이 전과 다르게 자신을 대하는 것도 싫었다. 그는 거짓 없이 진솔하게 살고 싶었으며, 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관심받기를 원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자신을 속박하고 싶지 않았다.
파인만은 노년에 암이라는 병에 휘둘리고 있었지만 파인만은 여전히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호기심과 탐구정신으로 가득했고, 늘 재미있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 했다. 파인만은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항상 자유롭고 재미있게 살았다. 동시에 과학자로서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늘 고민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이게 바로 리처드 차인만이 평생 꿈꾸던 ‘나다운 삶’이었고, 이 점에서 그는 기존의 과학자들과 다르게 천재가 아닌 인간 파인만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자유를 느끼면서 상상하고 실천했던 파인만은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유명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권력, 명예, 부 같은 것이 방해했기 때문이다. 파인만은 과학자에게는 ‘권력, 명예, 정치적인 어떤 것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야 했고,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엉뚱한 장난을 일삼기도 하였지만, 과학은 진정한 가치를 찾고 과학자로써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늘 고민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파인만은 자유로운 삶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그냥 나 답게 사는 것, 나다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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