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가 바뀌고 우리는 한 살 더 먹었습니다. 노인이 되면 가진 것이 시간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제 비로소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요? 젊었을 때는 우리의 삶이 무한할 줄만 알았으니 시간이라는 것은 공기처럼 무시해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삶 자체가 시간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노년이 되면서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고 시간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한편으로는 쏜 화살같이 빠르게 지나고, 또 한편으로는 지루하기만 합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시계와 달력이라는 틀에 짜인 시간에 따라 살아갑니다.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시간은 다릅니다. 젊었을 때 시간과 노년의 시간이 다릅니다. 정신없이 바쁠 때는 쏜살 같이 빠르다가도 또 어떤 때는 내일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1분1초가 1년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계와 달력이 없을 때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활했습니다. 동이 트고 닭이 울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었으며, 사계절 변화에 맞게 생활방식을 바꾸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은 규칙적이고 일정한 시간을 쪼개기 시작했습니다. 도시가 생겨나고 생활권이 확대되면서 시간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의 시간은 자연과 상관없이 흘러갔습니다. 시계나 달력이 가리키는 시간이 진짜 시간일까요? 아니면 우리 몸이 느끼는 때로는 바쁘고 때로는 느리게 가는 시간이 더 맞는 것일까요? 나이가 들면 자신의 몸에 맞는 시간을 만들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새해 첫날 코끝이 쨍하고 눈물이 날만큼 추운 날이지만, 티 없이 맑은 날씨가 너무 상쾌하고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연말 3일 동안 코로나 3차 백신접종으로 몸 살를 앓고 난후라 더욱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만큼 뭔가 새로운 각오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연초의 각오가 대부분의 경우 作心三日이라고 합니다. 끈기 있게 행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용에서 성誠을 큰 덕德이라고 했나 봅니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통제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 자기를 통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뇌가 하는 가장 고도의 작업이라고 합니다. 자기통제란 자기주도적 삶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자기통제가 인간의 의지력입니다.
인간이 의지력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서부터 훈련되어야 익힐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것이 습관이 됩니다. 습관이란 내가 의도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老子의 無爲가 이것입니다. 이것은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대단한 무엇이 아닙니다. 자기주도적인 모든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입니다. 자기통제력, 감정조절력, 의지력이 곧 人性의 측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도 자기통제입니다. 노년에는 더욱 시간을 잘 관리하여 의미 있는 삶을 살다 가야겠습니다.
“...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시간이다. 우리 인생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이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이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모든 것은 차곡차곡 쌓이는 법이다. 매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기 앞에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 하자. 자주 우울하거나 서글픈 사람은 할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을 감사하게 생각하자. 그 하루가 좋은날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 하루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거나 현재 속에 경직되어 있거나, 미래를 걱정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가 매일 할 일을 생각해 보며 일상에서 하루 30분씩 산책을 하자. 5분이라도 낮잠을 자자. 집안일도 계획을 짜서 하자. 좋은 책을 읽고, 여행을 계획하는 등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하자. 좋아하는 사진들이 담긴 앨범을 보자. 사진은 당신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흘러가고 있는지, 당신 생활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떤 사람들과 장소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려준다.
우아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보다 느린 리듬으로 살고, 적게 소유하자. 온종일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고, 책상에 당장 처리해야 할 일 외의 서류는 치우자. 서류더미가 눈앞에 있으면 스트레스로 혼란이 생긴다. 현재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고 잡념은 모두 밀어내야 한다. 지금하고 있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자. 지금과 여기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행동하자. 세포 하나하나가 다른 모든 세포와 연결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짧은 한순간이 다른 모든 순간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보다는 해야 할 것에 대한 생각에 더 많이 사로잡혀 지낸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서 살아야 피로하지 않다. 집중할게 없는 사람은 우울해지기 쉽다. 먹고, 대화하고, 집을 청소하는 것처럼 평범한 행동도 신성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그 행동을 신성한 의식처럼 하면 된다. 일상적인 일을 의식으로 만들자. 의식을 만든다는 것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의 첫 모금, 화장을 하는 시간, 오후의 윈도쇼핑,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 비 오는 일요일의 몽상, 팝콘 한통을 들고 비디오를 보는 저녁,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아침 등등...
당신의 삶에는 어떤 의식이 있는가? 그 의식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삶이란 결국 인식의 문제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의식을 통해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인생을 잘사는 것은 일종의 습관이며, 의식은 잘사는 습관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의식에 의미와 매력을 부여하면, 삶의 온갖 영역은 풍요로워지고 만족과 신비, 평화, 질서가 찾아온다. 의식은 일상을 신성하게 만들고 우리 세계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글을 쓰는 행위도 하나의 의식으로 만들 수 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좋은 글귀 등을 적어보자. 이때 종이와 펜의 질, 노트의 형태, 의자의 안락함, 책상과 분위기 등이 중요하다. 다이어리는 지나치게 크지도 작지도 않으면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아야 한다. 장을 볼 때는 뭔가 신비로운 것을 탐험하는 것처럼, 좋은 것을 찾아다니는 수집가처럼 물건을 고르자. 싱싱한 채소, 맛있는 과일, 좋은 상인을 찾아내는 일에는 시간과 참을성이 필요하다.
내 몸에게 휴식을 주자. 매스미디어와 혼잡함과 모든 걱정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조용한 장소로 달아나자. 식사가 해결되고 은둔하기 좋은 숙소를 찾아내자. 떠날 때 되도록 물건을 적게 가져가자.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소유물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지낸다. 휴식을 취할 때만은 그 소유물에서 멀어지자. 가끔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아침을 먹자. 저녁에는 도시락을 준비해 일몰을 보러가자. 삶을 심플하게 만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다른 곳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아야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고,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가장 고상한 형태의 활동은 멈추어 서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삶의 매순간에 집중하면서도 제대로 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이러한 활동은, 우리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로 만든다. 게으름을 즐겨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게으름은 나태함이 아니라, 일종의 사치스러움이다. 게으름은 하늘이 준 선물이다. 게으름을 즐긴다는 것은 도둑맞았다가 되찾은 시간이다. 게으름은 소유하고 관리할 물건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특권이다. 우리 주변에는 신경 써야 하는 물건들이 너무 많다. 그러므로 물건에 할애하는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온종일 집에서 詩를 읽고, 요리를 하고,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달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자. 집안일을 단순하게 만들고, 창의력을 키우고, 우리의 몸을 돌보고, 정신을 관리하자. 그래서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를 만들자....“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에서 )
새해 첫날부터 말이 너무 많았네요. 그래도 누군가에는 의미 있는 새해 첫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몹시 추운 새해 첫날 혼자 걸으면서 생각한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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