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잘 찍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합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몰입하고, 그 과정을 통해 치유 받습니다. 사진을 통해 위안을 받고 목적이 생깁니다. 좀 더 잘 찍어보고 싶어 가끔 사진 공부도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합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실망하고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사진을 보면서 찍을 때의 그 경험, 감동, 느낌-쓸쓸함, 고요함, 고독함, 편안함 등-으로 일상의 활기를 느낍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생명체중에서 생존능력이 약한 존재입니다. 생물학적 생존도구가 미약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무한한 잠재능력을 가진 존재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잠재능력은 공부를 통해 계발되고 발현됩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공부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생명체 중에서 가장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의 변신을 보면 바이러스가 인간을 능가하는 것 같습니다만... 공부는 의식은 하지 못하지만 ‘지금의 나를’ 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나’로 변화시킵니다. 자기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닙니다. 그냥 몸에 걸치는 장식품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이라는 것도 내가 좋게 평가받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공부는 일상에서 어떤 대상을 만나, 그것이 사람이든 물질이든 관념이든 상호작용하는 경험들입니다.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새로운 내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배경지식이란 인간으로서 타고나는 본능을 기반으로 일상의 경험으로 형성됩니다. 하지만 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그래서 학교를 가고 책을 읽고 타인으로부터 배워서 형성됩니다. 어떤 대상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그 대상은 나와 상호작용이 미약하거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아무 자극도 주지 않으며 나 역시도 아무 반응도 없습니다. 감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서가 중요합니다. 인간은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그 공부를 하기 위한 공부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아이들 독서지도를 위해 독서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해 왔습니다. 나이가 들게 되면 누구나 가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잘 살아왔는가? 나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는가? 내 삶에 대한 평가는 타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살아가며 자기만의 척도로 다른 사람을 평가합니다. 자신의 삶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 스스로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생각할 때 나만의 가치관으로 나의 주인으로 살아왔다면,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왔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직업에서 은퇴할 때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이제 와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독서지도의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주도 독서를 해야 합니다. 자기주도독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책을 스스로 선택하여 읽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자기주도독서를 하는 아이들은 자기주도학습을 합니다. 공부에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끼며 스스로 알아서 공부합니다. 학습권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갑니다.
내가 지도하는 아이들은 매월 두 권의 책을 읽게 하고, 책 내용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책의 주제, 작가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 자기 생각과 느낌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몰라요, 그냥요, 못하겠어요’라고만 하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여도 인정해주고 칭찬할 꺼리를 찾으려 애씁니다. 우리 아이들이 특히 자존감이 낮거든요. 행여 깨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나에게 석가모니 부처고 예수입니다. 나는 아이들을 통해 스스로를 수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께 이야기를 하고 난 후에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 중심으로 글로 표현해 봅니다, 일기쓰기, 편지쓰기, 詩 쓰기, 이야기 만들기, 기사문 쓰기, 논설문 쓰기, 감상문 쓰기 등으로 인상 깊었던 내용, 자기생각과 느낌을 표현해봅니다. 이번 주 4학년 아이들과 詩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詩에 대해 지금까지 10시간 정도 공부한 것 같습니다. 詩에 대해 선생도 모르고 아이들도 모르면서 함께 공부하였습니다. “詩란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노래하듯이 쓴 글이야. 詩를 쓸 때는 짧은 글 속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 리듬감 있는 말로 써는 거야. 시는 쓸 대상에 대해 먼저 모양, 소리, 맛, 색깔,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 등을 먼저 생각해보고 그것을 자유롭게 정리하여 쓰면 되는 거야.”
지금까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한 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번 시간에는 ‘용기’라는 주제에 대해 용기가 무엇인지, 용기가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 용기를 얻을 때가 언제인지, 용기를 얻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누가 용기 있는 사람인지 등을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한 후 시를 쓰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들이 10행이 넘는 詩를 완성했습니다.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이제 詩라는 것을 나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할 때 혼자 감동받아 울컥했습니다.
독서의 최종 목적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자신의 언어로 쓰고 말하는 것입니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처럼 '진정한 공부란 그러한 과정을 거쳐 학습한 것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느끼고, 내 몸의 세포가 되어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독서를 하게 되고, 독서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이런 패턴을 행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독서지도를 해오면서 많은 시간동안 실망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미운 아이들이 고맙고, 보람 있고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나 한잔 들고가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이 어떻게 괴물이 되는가? (0) | 2022.03.07 |
---|---|
공부 (0) | 2022.02.27 |
나는 나의 주인 (0) | 2022.02.09 |
돈 걱정 (0) | 2022.01.24 |
파인만 이야기 (해리 러바인 3세)2 (0) | 202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