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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김성훈 옮김)

예측 가능한 뇌

개인적 행동과 자아감이 뇌속에서 어떻게 생성되는가? 자기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데 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재앙과도 같은 질병에 걸릴 것이 분명한데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생체지표란 생물학적 상태나 질병을 예측 할 수 있는 측정 가능한 지표를 말한다. 예를 들면 혈구세포에 존재하는 항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감염의 생체지표이다. 질병의 밑바탕이 되는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진단 내리는 것은 모두 치료결과를 개선해주기 때문에 삶의 질을 개선하려 한다. 우리는 선천적 요인을 후천적 요인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익을 좇아 이루어지는 변화 속에서 신뢰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잘못된 정보도 판을 치게 될 것이다자신이 타고난 질병 취약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자신이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험회사측에서 유전자검사를 건강보험가입전제 조건으로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신 5주가 되면 태아의 유전자검사가 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선별검사와 맞춤 아기 창조를 어느 선까지 허용하게 될까? 자신의 건강능력, 성격, 신체 속성과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는 문제와 그런 정보에 타인의 접근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한 선택은 태어날 아이가 스스로 내려야 할 부분이다. 기술혁신으로 유전자 선별검사만이 아니라 유전자 편집까지 가능해지고 있어서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잇다.

 

우리는 개인 고유의 프로필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각 개인의 특정질병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특정치료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명의 개인으로서는 질병이나 건강 문제에서 모두가 독특한 존재다. 진단체계는 구체성, 민감성, 진단결과라는 측면에서 결함을 가지고 있다. 환자가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질병마다 중첩되는 증상이 너무 많고 개인별 증상의 발현이나 경과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치료가 효과적일지 앞으로 예후가 어떨지 신뢰할만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최근에 회복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신경생물학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많이 한다. 회복력이란 역경에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인생관을 유지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회복력은 복합적 현상이겠지만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의 뇌는 아주 튼튼하다. 이런 사람들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평생에 걸쳐 형성된다. 새로운 기억을 쉽게 만들고,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어 내고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회복력이 더 뛰어나다는 말이다. 하지만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암호는 결코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유전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환경의 촉발요인에 따라 커지고 작아진다.

 

생물학적 개념으로 이해해보자면 회복력은 고난에 반응하는 수많은 서로 다른 행동을 아우르는 대단히 복잡한 현상이다. 어쩌면 당신의 유전적 성향 때문에 당신은 감정조절 능력이 더 뛰어나고, 그 덕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 대해서도 더 나은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고, 주변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보이고, 당신이 어울리고 싶어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 수준이 내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전자는 나무에 달린 이파리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파리는 중요하지만 어느 이파리 하나가 나무 전체가 드리우는 그늘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긍정적으로 사건을 인식하고 정확하게 지적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그 능력을 가꾸는 것도 가능하다.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사회적으로 어울릴 다양한 기회를 접하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면 뉴런의 성장과 연결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높은 자부심도 회복력의 한 요소이다. 든든하고 긍정적인 가족과 친구집단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사람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지지해야 하는지에 관한 틀을 가족으로부터 습득한다.

 

대부분의 질병에 관해서 누가 어떤 병에 걸리고 누가 안 걸릴지 말하기 어렵다. IQ검사가 지금까지 표적으로 삼는 부분의 능력만 측정하지만, 지능에 관해서 오랜 시간 동안 광범위하게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의미 있는 측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억, 언어적 추론, 수치적 추론, 반응시간 등의 검사결과를 합치면 이런 측정이 가능하다. 결과들이 서로 상관관계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한 검사에서 점수가 잘 나온다. 개인들 간에 나타나는 지능차이의 절반은 교육의 차이에서 40% 정도는 유전적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전자성이란 어떤 특성이 나타나는 데 여러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의미다유전성이 대단히 높지만 그것이 단일 유전자로부터 유래한다고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교육은 뇌를 보호해서 뇌의 건강이 더 오래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특정 유전적 구성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 오래 교육을 받아 교육이 뇌에 제공하는 이점을 누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일까? 복지국가에서는 국민이 개인적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사람들의 인생결과가 통제할 수 없는 신경생물학적 요인에 결정된다는 것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상품화 된다면, 사회적 계약에 따라 어떤 사람은 터무니없는 높은 평가를 받고 또 어떤 사람은 2등 시민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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