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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김성훈 옮김)

지각하는 뇌 2

병든 신념을 고치는 방법은 밖으로 나가 자신을 새로운 경험, 새로운 의견에 노출 시키는 것이다자신이 구축한 현실을 다른 것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머리 하나보다 두 개가 낫다는 옛말은 신경학적으로 옳은 이야기다. 자신의 세계관을 세상에 드러내어 문제 제기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뇌는 문제 제기에 저항하는 습성이 있다. 세상의 작동방식에 대한 기존 신념에 반하는 새로운 정보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 변화에 에너지라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뇌는 그런 문제를 걸러내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가 어렵다. 뇌는 선천적으로 보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과 균형을 잡기위한 또 다른 경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새로움을 탐구하고 추구하고 싶은 욕구다. 이것이 인간의 집단의식을 형성하도록 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생물학적으로 즐거운 기분이 들게 한다. 이 과정이 인간이 한 집단으로서 신념체계를 구축하게 한다. 이러한 신념 체계는 의미를 만들어낼 때 유연성과 창조성을 가능하게 한다. 집단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병든 신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만약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아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과만 교류한다면, 내부에 축적된 모순으로 휘청거리게 된다. 병든 신념체계가 공권력과 손을 잡고 대량학살을 저질렀던 비극적 사례가 너무 많다. 지금 온 세상에서 진행 중이다. 소셜 미디어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대단히 선택적인 자기만의 현실에 갇혀 자신만이 건강한 현실에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새로운 개념과 경험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 선천적 기질은 지각 결함을 완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뇌를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물리적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환경과 사람과 상호작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뇌 회로가 보상체계 속에 선천적으로 새겨져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새로움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아이와 10대 청소년들의 급속히 발달하는 뇌는 이런 지상의 명령에 이끌린다. 물론 계속되는 학습 뇌 속에서는 소통경로가 만들어진다. 뇌의 가소성 덕분에 세상을 지각하고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가소성이 주변 세상이 항상 변화하고 있는 동안 최신 버전의 현실을 제공한다새로운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을 탐험하는 성향은 진화적인 측면에서 인류에게 이점을 준다. 오늘날에는 새로운 환경 탐험을 위해 약물남용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활동에 끌린다. 이런 활동이 보상경로를 장악한 것이다. 익숙한 일상을 고수하는 삶을 사는 것을 잘못이라 할 수 없다. 가벼운 도전 과제를 제시해 보는 것은 삶의 활력을 주고 뇌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인간은 운동,활동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몸짓이나 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번식한다.

 

인간은 멍게와 다르다. 멍게는 어린 시절에는 바다를 탐험하며 보내다가 적당한 바위를 찾으면 그 위에 정착하는 원시적인 하등동물이다. 멍게는 암수 한 몸이다. 그래서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별로 개의치 않지만, 우리 종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평생 자신의 사고방식, 뇌를 업데이트 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냄새를 즐길 수 있도록 산책을 시켜주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새로운 자극을 받도록 산책을 시켜야 한다. 여행이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든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든 아니며 인간의 뇌는 점점 활동이 줄어든다어떤 과학자들은 운동, 활동이 인류로 하여금 계속 번창하고 진화하고, 개인적 사회적 지혜를 축적하게 해주며 인간의 유일한 삶의 목적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공유하여 합의된 현실을 만들어 냄으로써 더 성공적인 집단의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편견에 저항하려고 의식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성별, 인종, 나이 그리고 우리가 지각하는 온갖 정체성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기존에 존재하는 범주에 끼워 맞추게 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유형에 순응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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