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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김성훈 옮김)

믿는 뇌 1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우리가 갖는 여러 가지 신념들은 우리가 선택, 판단, 의견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여 어떤 경험에 다가서게 하고, 어떤 경험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든 의견을 형성할 때, 그것에 대한 지각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지각은 결함이 많고 대단히 개인적이다. 우리가 의식해서 생각하는 신념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뇌의 작동에 의해 대체로 결정된다. 신을 믿는 신념조차 우리가 엄격한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기 전에 마련된 셀 수 없이 많은 무의식적인 뇌 메커니즘의 산물이다모든 의식적 사고는 결함이 많고 편견에 빠진 지각과 현실 형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나는 사람이 세상 본질에 관해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모두 자신만의 믿음, 혹은 신념이라 생각한다. 믿음은 오늘 비가 올 것이라 믿는다는 검증 가능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는 을 믿는다는 추상적인 추정에 이르기까지 온갖 형태와 크기로 등장한다. 이런 믿음, 신념들이 모여 현실을 안내하는 자기만의 인생지침서가 만들어지고, 이 지침서는 무엇이 사실인지 뿐만 아니라 무엇이 자연스럽거나 옳은 것인지도 알려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려 준다. 또한 나는 의식이라는 단어는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을 형성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신념형성은 인지기능 사이에서 등장하는 사치품이 아니라 세상을 해쳐나가는데 필요한 도구다. 일을 해치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공통의 신념만한 것이 없다. 집단신념체계는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프로젝트의 토대다. 어떤 것이든 무언가 올바른 신념을 가지면 뇌 건강이 유지되고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모든 신념은 오류에서 자유롭지 않은 뇌가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에 영광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결함도 많다. 이것이 개인수준과 집단수준 모두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자기만의 현실 버전에 사로잡혀 어떤 인종, 성별, 인간집단이 더 우월하다는 자신의 신념이 자명한 진리라는 확신에 빠질 수 있다.

 

신념체계는 사람을 종교 혹은 정치적으로 편협하게 만들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사회는 신념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 신념은 문화, 과학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수없이 많은 업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신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뇌는 어떻게 성격기반을 형성하고, 인생을 조종하고 결정하기도 하는 현실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 아무리 진실 된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적인 것임을 알고 있다. 신념은 하나의 구성물이다. 누가, 무엇이 그것을 구성하는가? 선천적 특성, 유전, 삶의 경험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한 개인의 행동을 만들어낼까? 신경과학으로 어느 정도까지 신념이 의식적이고 지적인 노력이 아니라, 뇌 회로의 무의식적 작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본적으로 지각의 메커니즘으로부터 우리가 믿는 내용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입력된 내용과 함께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신념은 자기만의 독특한 현실감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좌우하기 때문에 인생초기에 습득한 신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왜 인간은 그렇게 끈질기게 세상과 자신에 대한 설명할 이론을 추구할까? 신념을 형성하는 능력은 인간진화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한다. 사랑이 번식욕구가 낳은 부산물이듯 신념은 뇌의 패턴추구 습성이 낳은 부산물이라고 한다. 뇌를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로부터 지속적인 의미를 축출하려는 신념엔진이라 생각 할 수 있다. 뇌는 모든 감각입력을 분류하고 상호패턴을 생성함으로써 이것을 해내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돕는다. 뇌는 특정한 사실을 일반화 하는데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맥락에서 똑같은 맥락을 두세 번 겪고 나면 이것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과거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현실을 모형화 한다. 이러한 과정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다. 모든 동물의 생존 메커니즘은 어떤 사물, 어떤 사건의 연관성을 구축해 미래 행동방식에 영향을 준다. 식물도 세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초보적 신념을 만든다.

 

우리는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평가하고, 그 내용을 자신의 세계관에 어떻게 연결할지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세상에 대해 숙고하고,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언어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소통할 능력을 가지고 진화해 왔다. 인간의 인지능력의 정점은 언어다. 언어로 이론을 만들고 소통한다. 인간의 세상에 대한 지각의 토대는 어린시기에 형성하고 청소년기에 시냅스 가지치기와 새로운 감각에 대한 욕망이 결합해서 세상과 자아에 대한 핵심개념을 만든다. 뇌는 이런 신념에 빠져 모순된 정보들은 무시하고 그 신념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만 찾아 강화해 나간다. 그렇게 현실과 미래는 그 신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처리과정에서 지름길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졌다. 뇌는 신념을 바꾸기보다 유지하는 쪽으로 매몰되어 있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세계관을 바꿀 수 있는가? 자신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

 

정보처리, 지각, 의식생성, 신념생성, 언어를 이용한 소통 등 이 모든 것이 정신활동이다. 인간은 기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며 좀 더 똑똑한 존재라고 스스로 믿고 싶어 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세상을 관찰하고 개인적 주체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불완전하고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념을 이용해 사후 합리화하려하고, 자신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 종으로서의 자부심이며 이로 인해 문화적 풍요를 누리고 산다. 하지만 때로 어느 정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인류의 집단적 자아를 바로 잡는데 유용하다. 의식이란 과거 경험으로부터 학습하여 현실과 미래 예측에 대한 믿음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능력이다. 그 의식으로 종교를 믿고, 정치를 하는 정교한 사고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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