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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 파울루 프레이리, 남경태 옮김)

반대화反對話와 대화對話 3

지배집단은 권력 도구를 그냥 사용하면 되자만 혁명집단은 권력을 반대로 사용해야 한다. 지배집단은 근본적 이해관계에 대한 위협이 발생하면 즉각 단결한다. 지배자들 단결은 민중과 적대적 관계에서 비롯되지만 혁명지도부는 민중과 친교에서 비롯된다. 피억압자 민중은 모호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며 자유를 두려워한다. 지배자는 신비스런 힘으로 억압자의 권력으로 피억압자를 현실에서 소외시킨다피억압자의 자아의 일부는 고착된 현실 속에 있으며 일부는 신비스런 억압자의 힘 속에 있다. 그 힘이 현실을 좌지우지 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피억압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고착을 분쇄하고 현실을 객관화할 수 있을 때 주체로서 통합되기 시작하고 현실을 직면할 수 있게 된다

 

피억압자를 분열시키기 위해 억압의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피억압자를 단결시키려면 현실에 고착 되도록 만든 이유와 과정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문화 활동이 필요하다. 자신이 더 이상 타인의 소유물과 같은 사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면 피억압자로서의 의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피억압자가 단결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억압적 세계에 묶고 있는 주술呪術과 신화神話의 탯줄을 끊어야 한다. 개인이 피억압적 지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려면 자신의 현실이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농민은 폐쇄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도시 피억압자들은 억압의 지휘중심이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두 경우 모두 억압하는 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농촌지역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고 도시에서는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협동과 공동노력을 통해 겸손하고 용기 있게 노력하면 통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현재의 역사적 맥락, 민중의 세계관, 사회의 주요한 모순, 그 모순의 주요한 측면 등에 관해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사회상황을 먼저 분석하지 않고 무작정 다르른 사회상황을 참고하여 증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참된 비판적 증명은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며, 민중의 지지를 즉각적으로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지배 엘리트에게 조직이란 자신들이 조직하는 것을 뜻하지만, 혁명지도부에게 조직이란 민중과 함께 조직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에 필요한 규율을 군대편성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리더쉽, 규율, 판단력, 목적이 없으면 조직이 생존할 수 없지만 민중을 활용 도구로 취급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지도부는 자신의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민중과 더불어 말해야 한다. 대화적 행동이론은 권위주의와 방종 모두를 부정하며 참된 권위와 자유를 긍정한다. 권위가 없으면 자유도 없으며, 자유가 없으면 참된 권위도 없다. 자유와 권위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관계 속에 있다. 자유와 권위 중 어느 하나가 비대하게 커지면, 다른 하나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문화활동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이며 사회구조에 작용하여 그 구조를 유지, 또는 변혁하는 목적을 지닌다사회구조가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 대화적 문화활동은 사회구조의 절대적 모순을 극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반대화적 문화활동은 그 모순을 신화화함으로써 현실의 근본 개혁을 회피하고자 한다억압자는 자신의 결정 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들의 행동양식은 민중의 정복, 분할, 조작, 문화적 침략을 포함한다. 반대화적 문화활동의 목적은 지배에 있다. 문화침략 행위자는 자신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로부터 행동의 주제를 끌어내고, 문화통합 행위자는 다른 세계에서 출발하여 민중세계로 들어가며 무엇을 가르치고 전달하고 부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중과 더불어 세계에 관해 배우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다. 문화통합 두 세계관의 차이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차이를 토대로 삼는다. 부정되는 것은 바로 한 측의 다른 측에 대한 침략일 뿐이다.

 

민중의 세계관은 민중의 관심사, 의혹, 희망, 자신과 억압자에 대한 인식, 종교적 신념, 숙명론, 저항 등을 노골적이고 함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 요소들 중 어느 것도 별개로 보아서는 안된다. 모든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하나의 총체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억압자는 자신의 지배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만 파악하기 마련이다.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할 경우 한편으로는 임금인상 요구에 주력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요구의 의미를 문제로 제시해야 한다. 노동자는 자기 노동을 소유하는 것이지 파는 것이 아니다. 노동의 구매와 판매는 노예제의 한 형태이다. 누구나 자기 노동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노동은 인간 인격의 일부분이다. 인간은 팔거나 팔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미봉책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을 인간화 하는 것이 세상을 올바르게 변혁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