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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 파울루 프레이리, 남경태 옮김)

대화 1

말은 단지 대화를 가능케 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말에는 성찰과 행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참된 말을 하는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변화에 헌신하지 않으면 비판이 불가능하며 행동 없이는 변화도 없다. 반면에 행동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성찰이 부족하면 행동주의가 된다. 행동주의는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존재한다는 것은 이름 지어지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름 지어진 세계는 인간문제로 나타나고 새로운 이름 짓기를 요구한다. 인간존재는 말과 성찰과 행동 속에서 성장한. 누구도 어떤 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말할 권리를 빼앗는 명령적 행동은 할 수 없는 것이다대화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매개로 어떤 것을 이름 짓기 위해 만나는 행위다. 대화는 창조행위이므로 어떤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한 교활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랑은 대화의 기반인 동시에 대화 그 자체이다. 따라서 사랑은 책임 있는 주체의 임무이며 지배관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사랑은 용기를 필요로 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헌신이다. 사랑은 자유를 유발하며 구속되고 억압하고 억압받는 상황은 사랑이 아니다.

 

대화는 겸손해야 한다. 배우고 행하는 일상적 과제를 둘러싼 만남의 대화는 겸손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나 자신을 진리와 지식을 소유한 순수한 사람들의 일원으로 여기고, 그에 속하지 않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완전히 무지한 사람으로 보는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만남에 완전한 현인도 바보도 없다. 다만 함께 노력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알고자하는 민중만 있을 뿐이다. 대화는 인류에 대한 깊은 신념을 필요로 한다. 사랑과 겸손, 신념에 뿌리를 둔 대화가 만들어내는 수평적 관계에서는 대화자들 간 상호신뢰가 싹튼다대화자가 자신의 노력에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 만남은 공허하고 무익하며 형식적이고 따분할 뿐이다. 그리고 대화자가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진정한 대화는 성립되지 않는다. 비판적 사고란 세계와 인간의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분법을 버리고, 현실을 변화로 파악하고, 사고와 행동이 분리되지 않고 과감하게 현실 속에 빠져드는 사고다비판적 사고는 현실의 지속적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세계는 내가 적응할 수밖에 없는 강요되는 현실이 아니라 내가 행동하는 것에 따라 형성되는 영역인 것이다.

 

은행저금식 교육자가 생각하는 교육은 내용을 단지 학생들에게 강의만 할 뿐이다. 자기질문에 자기가 답하면서 교육내용을 구성한다. 반면에 문제제기식 교사는 학생이 알고 싶어 하는 주제에 관해 조직하고 체계적인 지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참된 교육은 AB를 위해 또는 AB에 관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AB가 함께 하는 것이다소박한 휴머니즘은 선한 인간의 이상적 모델을 창조하려 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현실의 구체적, 체험적 상황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정책과 교육이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는 교육내용을 이수할 상황속의 인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자가 행동해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함께 변화해야 할 현실이다. 피교육자에게 자신의 세계관에 일치하는 교육을 적중시키려 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현실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의지가 생기기 전에 변화를 강행한다면 효과가 없다.

 

혁명지도부가 민중에게 다가가는 이유는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민중 자신의 객관적인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현재적 상황을 자극과 반응을 요구하는 문제로 제시해야 한다. 민중의 선입견, 희망, 두려움 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그들이 처한 상황이 반영되어야 한다교육자와 정치가 말은 대개 민중의 구체적 상황과 유리된 탓에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 말과 생각은 그것이 지칭하는 구조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생각과 말을 구성하는 구조적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을 매개하는 현실에 대해 교육자와 민중이 가진 인식을 비탕으로 교육해야 한다민중의 지각을 자극하는 기회부여도 필요하다현실문제의 배경과 자신의 세계관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은  즉자적 존재다. 동물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 자신과 자신의 행동을 객관화할 수 없으며, 스스로 목적을 설정할 수 없고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동물은 외부세계에서 동기를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본능적인 자극만을 받을 뿐이다. 인간은 자연의 행동과 자신이 처한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이 설정한 목적에 맞춰 행동하며, 세상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세상에 변화 작용을 가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창조하고 변화시키면서 세상 속에 존재한다동물에게 여기는’  단지 서식지에 불과하지만 인간에게 여기는 물리적 공간만이 아닌 역사적 공간도 의미한다. (live: 생존, exist: 존재한다. 변화 과정에 깊이 개입한다.) 인간은 세계를 객관화시켜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세계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결정한다한계헹동이란 주어진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부정하고 극복하는 행동이다. 절망의 상태를 만든 것은 한계상황 자체가 아니라 주어진 시점에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태도다. 비판인식이 행동으로 구현되면 한계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현실이 변화되어 그 상황이 바뀌면 새로운 상황이 나타날 것이고. 다시 새로운 한계행동이 필요해질 것이다한계상황이란 가능성이 사라지는 막다른 경계가 아니라 모든 가능성이 시작되는 경계이다한계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동물은 배경 속에 유기적으로 묶여 있어 자신과 세계를 구별하지 못한다. 동물의 역할은 배경과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동물의 행동은 단지 본능적 자극에 따른 물리적 필요를 충족시키는데 종속되어 있다. 동물의 생산물은 자신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구속되어 있는 반면, 인간은 자신의 생산물을 자유롭게 대면한다. 현실과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인간, 물질적 재화만이 아니라 각종 사회제도, 사상, 발상發想 등을 생산하는 것은 더욱 변화되고 창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한 시대는 사상, 발상, 희망, 회의, 가치, 자극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체가 대립과의 변증법적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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