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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힘(장우석)

변화를 이해하는 힘, 함수

그리스인들에게 수학은 과학이라기보다 철학이었고 윤리학이었다플라톤이 수학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에 궁극적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유클리드의 원론 또한 수학책이라기보다 사유의 보편적 원리의 제시라는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아르키메데스가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플라톤과 피타고라스 그리고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등에 의해 시작된 수학은 갈릴레오로부터 부활되었다. 그는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진 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수학이 자연 질서를 이해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역사의 전면에 새롭게 등장했다. 17세기 자연철학자들에게 자연은 본질을 함축한 불변의 그 무엇, 더 이상 성스러운 관조의 대상이 아닌 움직이며 변화하는 무엇이었다.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의 욕구로부터 근대수학은 시작한다대부분의 변화는 임의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규칙을 가지고 일어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해는 현상과 별개로 다루지 않고 하나로 바라보게 되었다. 복잡한 현상이 단순해질 수 있다. 함수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대상, 현상을 연결하여 통일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논리에서 나온 개념이다.

 

기차가 25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경과 시간에 따라 기차의 이동거리가 결정된다. 속도를 '이동거리/경과시간'로 정의한다면, 시간을 x로 이동거리를 y라는 문자로 대표함으로써 y= 250x라는 대수식을 구성하여 기차의 움직임이라는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이같이 어떤 양 x가 변화할 때 다른 양y이 변화하면 그 둘 관계를 함수라고 정의하며 y= f(x)라는 기호로 간략하게 표기한다. 함수에서 x에 따라 y가 결정되므로 x를 독립변수 y를 종속 변수라고 부른다. 이렇게 함수를 구성함으로써 xy라는 별개의 대상이 관계된 하나의 구조로 통합된다.

 

세상의 어떤 일도 단독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어떤 사태도 다른 사태와의 관련속에서 발생하며 또한 그렇기 때문에 다시 새로운 사태로 연결된다. 함수는 이렇게 현상을 개별적 고립적으로 보지 않고, 다른 사태와의 관계속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구조적 사고방식의 일종이다.

 

함수를 구성하는 과정은 다양한 지식과 그것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과정이다관찰에 따르면 1k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6도씩 내려간다. 지상기온이 18도라고 가정할 때 고도와 기온 사이 함수를 구하고, 3도가 되려면 고도 몇 m까지 올라가야 하는가?

 

고도의 변화에 따라 기온이 변하므로 고도를 독립변수x, 기온을 종속변수 y로 둘 수 있다. 이제 지상기온이 18도이며 지상에서 1km올라갈 때마다 지상의 기농에서 6도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x km올라가면 6x도 만큼 떨어진다. 고도와 기온관계는 'y= 18- 6x'라는 함수를 얻을 수 있다. 온도y3도가 되려면 '18-6x=3'을 풀면된다. 현상의 규칙을 찾고 원하는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함수가 자연스럽게 방정식으로 연결됨을 볼 수 있다.

 

함수적 사고는 과학적 발견과도 관계가 깊다. 예를 들어 낙하하는 물체의 이동거리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방식을 연구하여 얻은 이차함수가 있다. 인간의 감각이 자극에 따라 변하는 방식을 관찰하여 얻은 베버-페히너 법칙은 로그 함수로 표현 되며, 방사선 동위원소의 시간에 따른 질량의 변화는 지수함수로 표현된다. 관찰에 따르면 고정된 광원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빛의 밝기가 약해진다. 즉 광원으로부터의 거리x와 빛의 밝기 y사이의 함수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빛은 고정된 광원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빛 한 알갱이를 한점이라고 가정하면 광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x만큼 떨어져 있는 모든 점들은 반지름 길이가 x인 구의 넓이만큼의 있다. 구이 겉넓이는 4π 제곱이 된다.

 

이 값은 광원에서 거리가 2배 즉 '2x'일때 빛이 도달하는 영역은 '4π x 4'만큼 있다. 이 값은 광원에서 거리가 x일때 빛이 도달하는 영역의 넓이의 4배가 된다 따라서 빛의 밝기는 1/4배만큼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빛의 밝기뿐만 아니라 고정된 원천에서 모든 방향으로 발산되는 물리량(예를 들면 중력, 전기력, 자기력)은 모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할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대수적으로 표현된 함수 y=f(x)는 그래프로 나타낼 수도 있다. 그래프는 대수적 관계를 기하학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xy의 관계를 시각화함으로써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최초의 함수는 낙하는 하는 물체의 이동거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이동거리를 연결하는 발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변화의 규칙을 구하기 위한 개념인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함수개념을 새운 것이다. 예를 들어 자판기에 돈을 넣고 누르면 음료가 나온다. 투입된 돈과 음료가 연결된다. 사다리 타기의 경우 시작점과 끝점이 사다리라는 규칙을 타고 관계 지어진다.

 

독립과 종속이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xy사이 연결을 '대응'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 대응은 종속을 포함한 보다 넓은 개념이다. 이전보다 많은 대상들이 함수라는 개념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진화의 결과로 함수는 자연현상의 규명이라는 원래 목적을 넘어선 새로운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정의역 X와 공역 Y라는 집합사이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에서시작된 구조의 발견이 그것이다. 일대일 대응은 두 함수 사이에 존재하는 대응, 즉 함수의 일종이다. 일대일 대응이라는 함수를 통해 두 집합사이의 원소의 개수를 비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대일 대응 f에 의해서 두 집합 XY사이의 원소의 개수가 같다면, 원소의 개수가 같다는것은 두 집합이 일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두 집합 X, Y가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구조를 가지면 f에 어떤 성질이 더 필요할까함수,  즉 대응 개념을 이용해서 서로 달라보이는 세계의 수학적 구조와 동일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구조의 동일성을 수학에서는 '동형'이라고 부른다. 푸앙카레는 수학의 본질을 다른 대상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기술이라 했다. 현상, 사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추상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수학 학습의 궁극적 목적이며, 문제 해결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