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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

물론 국민들이 정치인들, 대개 집권세력을 믿지 않는 이유는 충분히 많다. 그들의 거짓말 습성과 부패 뿐아니라 빈번히 유권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과 또한 불신의 이유가 된다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언론의 철저한 감시는 정부의 비행과 실수, 무능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이제 어느 나라든 정부를 신뢰하는 수준이  저조한 것은 만성적인 현상이 되었다.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정부의 지도들에 대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그러려면  정당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방식에서  그리고 정당을 심사하고,  감시하고, 첵임을 지우고정당의 지도자들을 뽑거나 탈락 시키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정당을 21세기에 맞게 개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지금도 막강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당은 그것이  속한 전반적인 정치시스템만큼이나 분열되고, 약화되고, 분극화,되어 있다정당들이 섬기는 국민 눈으로 볼 때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당의 위신과 가치는 쇠락하고 있다어떤 나라에서나 최저 수준까지 급락했다정당들은 선거에서 이기자 자기네가 추구하는 이상과 목적을 대중에게 호소하기보다  다양한 마케팅기법과 후보자의 미디어 장악력그리고  후보자가 동원할 수 있는 선거자금에 더 많이 의존했다.

 

더 자유로운 미디어와 더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의회와 사법부는 부패 관행이라는 아픈 치부를 세상에 드러내 명백한 범죄 행위로 다루어지고, 이는 정당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대 정당과 자신들을 이념적으로 구분할 수 없게 된 정당들은 유권자의 마음속에 각인 되고자 상대 정당의 부패행위를 비난하거나, 스캔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일반 국민까지 더러운 정치판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했다정당들이 진흙탕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사회단체와 비정부기구는 날로 번창했다정당과 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사이의 유대관계가 약해지면서 NGO와 그 지지자들 사이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조직과 조직의 대의를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의욕이 충만한 좋은 활동가들을 모으는 능력은  정당보다 NGO가 더 뛰어나다NGO들은 거의 편집증적 열의로 한 가지 문제만 집중해서 파고드는 반면, 정당들은 서로 모순 되기까지 한 다수의 목표를 좇고 선거운동 때만 오직 미친 듯이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NGO가 덜 오염되었기 때문에 급속히 성장했다이들은 대개 거대한 국제 네트워크에 속해 있으며,  추구하는 이상이 매우 투명하고, 조직 구조가 덜 계층적이어서 조직원들 사이의 관계도 매우 긴밀하다. 조직원들은 소속 조직의 목표를 마음에 새기며 활동했다. NGO성장은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흐름이다정당이 부활하고 영향력을 키우려면  전반적으로 정치를 경멸하는 사람들을 붙잡을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정당들은 조직 구성과 방식의 고도로 긴말하게 연결된 세계에 기꺼이 맞출 의지가 있어야 한다.  NGO가 비교적 단순하고 더 계층적 구조를 이루며 민첩하게 움직이고,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조직원들의 욕구와 기대에 더 잘 부응하는 것처럼  정당도 잠재적 당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기만하게 움직이며, 자신들의 의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당안팎에서 권력 찬탈을 노리는 극단적인 단순주의 세력들과 싸움에서 우위에 서려면 NGO처럼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

 

NGO는 조직원 자신들이 목표 달성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자신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조직의 지도자들이 책임감 있고 투명하고, 남몰래 뒷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지지자들의 신뢰를 얻는다. 그럴 때 비로소 정당은 국민을 잘 다스리기 위해 필요한 권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어떤 집단적인 일, 정당과 관련된 일에 가담하여 각종 회의, 집단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근 몇 년사이에 놀라운 일들이 발생했다공적인 일에 대중의 관심이 갑작스레 급증하고, 무관심하고 냉담했던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며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각종 정치활동에 수만 명이 가담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참여는 평소에는 적극적인 소수 활동가 잡단에 한정되지만, 혁명과 같은 특별한 시점에는 사회 전체가 정치운동에 휩싸인다그러나 혁명은 대가가 큰 반면에 결과가 불확실하고  더 나은 사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다따라서 모든 사회에 내재된 정치적 에너지를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는 힘으로 재창조하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위험한 혁명은 피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당들이 더욱 경쟁력 있는 정치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고, 정당을 재창조하고, 일반시민이 정치과정에 의미있게 참여할 방안을 찾고, 효과적 통치를 위한 새로운 매커니즘을 창출하고, 과도한 견제와 균형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피하되 무책임한 권력의 지나친 집중은 막고,  국가간 협력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핵심적 정치목표가 되어야 한다혁명적 변화의 시대에서 일상생활과 경험에서 무엇 하나 그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는 이곳에서 그대로 남아있는 중요한 영역이 있다우리가 우리 자신을 통치하는 지역사회, 국가, 국제체제를 통치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개인으로서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데올로기는 피고 졌으며 정당은 일어섰다 추락하고, 몇몇 정부시책은 개혁과 정보기술 덕택에 어느 정도 개선 되었다. 오늘날 선거운동은 대중을 더 잘 설득할 수 있는 정교한 도구에 크게 의존한다.

 

역사가 헨리 스틸 코메이저가 18세기에 이렇게 주장했다.우리는 실제로 현재 있는 모든 주요한 정치제도를 고안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우리는 정당과 민주주의 대의제를 만들었다. .. .. 우리는 군사 권력보다 시민권력이 우위에 있음을 인정했다.  우리는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권리장전을 선포했다.  더 말할 것은 아직도 많다. 그러나 이후로 우리가 그런 유산과 비견할 만큼 중요한 것을 고안한 적이 있는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우리는 또 다른 세계분쟁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정치혁신의 역량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그 결과  유엔을 비롯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같은 전문화된 국제기구들이 탄생했고, 그 기구들은 세계의 제도적 환경을 바꾸었다지난 20년을 휩쓴 기술혁명 만큼 세상을 바꿀지 모를 더 거센 파도가 우리 앞으로 밀려오고 있다권력을 잡고 휘두르고 유지하는 방식이 뀜에 따라 인류는 권력을 지배하는 새로운 방식을 반드시 찾아야 하며마침내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