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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권력의 쇠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몇몇 나라의 정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부와 소득은 실제로 소수에 더욱 편중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중산층은 점점 줄어들고, 극소수 사람들이 상상을 뛰어넘는 부를 축적하고 있다거대한 부를 손에 쥔 집단과 개인은 그 부를 이용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지나치게 많이 얻는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막대한 돈을 써서 자신들의 사업이익을 지켜주는 정치인들을 후원하거나  친기업적 의제를 제안하는 슈퍼팩에 기금을 낸다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관리와 한통속인 신흥재벌이 권력을 휘두른다. 99%의 사람들은 돈 많고 권력 있는 1%의 사람들에게 기만 당하고 빼앗기고 착취당한다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오늘날 권력이 쇠퇴하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더 단명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늘날 권력자들은과거보다 더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그들의 권력 장악력은 전임자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기간은 더 짧아진다.

 

많은 나라가 경제적 불평등을 오랫동안 참아왔고, 어떤 나라는 오히려 칭송하기도 했다그러나 이제 많은 나라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아랍, 중국에 이르기까지 불평등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거나 적어도 중요하게 지내온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전통적인 세력이 지배했던 인간 활동의 많은 무대가 새로운 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주기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쟁터가 되었다.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다가 마침내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잃는다. 1970년대 저명한 하버드대교수 새무얼 헌팅턴은 많은 나라가 식민통치에서 벗어나거나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고있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폭넓게 진행 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 폭력과 폭동, 반란이나 쿠데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팅턴은 이렇게 썼다. “ 권위가 있어야 그것을 제한하든 말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반체제 지식인과 난폭한 군인들, 시위 학생들에게 휘둘리는 근대화 과정의 나라에 부족한 것이 바로 권위다”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로 옮겨가는 이행기에 대개 국가 통치의 어려움 때문에  과거 독재정서를 그리워하는 정치적 격동을 흔히 겪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경제 권력의 쇠퇴는 독과점을 축소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더 많은 산택과 더 낮은 가격더 좋은 품질을 제공한다독점에 대한 혐오는 과점과 담합에 의한 혐오로 이어진다. 소수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할수록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하지만 권력 쇠퇴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자국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힘이 없어지거나, 강대국 집단이 다양한 국제문제를 다루는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영향력도 전보다 떨어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권력의 쇠퇴는 또한 수많은 범죄자와 테러리스트, 악의적인 비국가 활동가들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추동력 가운데 하나다그들에게 국경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그들이 공격하고 무시하는 정부는 효율성이 점점 떨어지는 장애물에 불과하다. 권력이 약해지면서 기존 민주주의 체제와 새로 들어선 미숙한정치체제를  가리지 않고 모두 극단주의 정치세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여기서 극단적인 분리주의자, 외국인 혐오주의자, 종파주의자들을 가리킨다.

 

권력의 쇠퇴는 사회감시를 피하고 후원하는 온갖 종류의 급조된 단체, 기업, 미디어 매체를 길러냈다. 권력의 쇠퇴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들과 헤드라인 뉴스도 가져온다이 사건 속의 개인들과 조직들은 이면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어렴풋하게 알려준다경쟁 세력에 눌리든 내부로부터 변하든 어쩌든 모든 권력은 바뀌기 마련이다, 이들이 권력을 행사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누리는 권력은 다른 기업이  보유하지 못한 기술에서 나온다더 나아가 양적증가혁명, 이동혁명, 의식혁명의 엄청난 영향력은 동시에 각종 문제를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문제를 다루는 장치들을 약화시켰다. 오늘날 국제협상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그 결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방향을 따르다보면, 신속하게 문제를 진척시킬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진다.

 

정치적 마비 상태는 정치가 양극화 되면서 지나친 견제와 균형에 따른 시스템의 결함이 더욱 명백해졌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들은 일련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행정부의 권력을 제한하는 헌법이 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그러한 견제는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갔다이제 미국은 거부권 정치가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이러한 시스템이 이념 정당과 결합 되면, 그 결과는 마비 상태다우리는 강력한 지도력뿐 아니라, 제도와 규칙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학자 피터 오재그는 거부권 정치에 대해 이렇게 비난했다.  “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그래서 통치에 필요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을 수행할 행정부의 능력을 해치고 있다. 우리의 정치제도를 약간 덜 민주적으로 이끔으로써, 그것들이 야기하는 정체상태를 해소 핳 필요가 있다그런 생각에 위험부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양극화 되고 정체된 정부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어떻게든 그것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미국처럼 다른 나라들도 견제와 균형제도를 개혁하고정부가 정책 마비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정부가 채택하는 정책의 질을 높이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 때에도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위기에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필요한 권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경제위기는 정치적 양극화와 권력을 분화를 훨씬 더 심화시켰고, 집권세력과 그 반대 세력 모두를 더 약화시켰다경제학에서 파멸적 경쟁이라는 개념이 있다특정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책정한 가격이 생산비를 책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가격상태를 말한다그들의 목표가 이윤극대화가 아닌, 한 군데 이상의 경쟁업체를 파산시키는 것이다이상적 경쟁이 아닌 뒤틀린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정치에서 독재와 무정부 상태라는 양극단이 있다. 권력이 지나치게 한 곳에 쏠리면 독재를 낳는다반대로 권력이 분산되고 약화될수록 질서도 없는 무정부 상태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권력이 지나치게 쇠퇴하여 모든 주요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의 제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도 어느 누구도 자신이 의지를 내세울 권한이 없다면, 국가체제 자체는 물론이고 정치체제와 사회, 공동체나 가족까지 큰 위기에 몰린다권력이 위축될 때 국가가 마비 상태에 빠진다.

 

권력이 분산되고 쇠퇴하는 환경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연방주의, 정치적 동맹과 연합, 국제기구, 정부부처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그것이다오늘날 권력 쇠퇴는 아직까지 제도적 대응방안을 찾지 못했다. 다시 말해 개인적 성취와 자율성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의 삶을 구성하는 혁신을 이루지 못했고치명적인 위협을 저지하지도 못했다. 정치가 무기력해져 여러 가지 극단주의와 폭력이 난무할 때 그 위기상황은 더 긴급하다

 

오늘날 세계는 핵 확산과 기후변화 같은 거대 현안들을 앞에 두고 있다. 권력의 쇠퇴는 그러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특히 핵개발 계획을 추진하거나, 국내외 적대세력을 표적으로 삼아 정교한 사이버 공격용 바이러스를 개발하는 능력을 갖춘 나라가 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평화유지, 테러저지, 질병퇴치, 기후변화 대처, 멸종 위기보호 같은 집단적 노력은 세계적 차원의 공익활동이다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러한 세계적 차원의 문제해결은 점점 더 요원해지는 것 같다. 파도가 끊임없이 일렁이며 충돌을 일으키듯 지속적인 권력의 약화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인간 사회는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고 일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에 의해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