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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권력 쇠퇴의 위기

분야를 막론하고 권력의 쇠퇴는 단기적으로 시회 안녕과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재난을 초래할 위기를 낳는다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려 하는 것은 타고난 충동인 것 같다. 권력은 무질서를 푸는 해법이다국가 권력이 국민의 삶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므로. 그 권력을 인정한다.  권력은 인간의 가치관과 기대가 발전하는 것처럼 변해왔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양적증가혁명, 교통혁명으로 인한 이동혁명, 정보통신과 교육혁명으로인한 의식혁명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도록 이끌었다. 우리가 국가 권력을 인정하는 이유는질서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권력의 쇠퇴는 정치적 경쟁, 기업간 경쟁, 국가간 분쟁 그리고 20세기의 세계대전을 감지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질서를 위협한다성숙한 민주국가라 하더라도 그러한 상황에 이르면,  21세기의 수많은 도전과 욕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로 바뀔 수 있다유럽이 파멸적 위기를 막아 적시에 효률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권력 종말이 야기하는 파멸적 결과  가운데 아픈 사례다그보다 훨씬 위험한 사례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의 방출을 결정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집중회 되고 계층화된 조직들은 100년동안 지배해왔다정당, 대기업, 교회, 재단, 관료조직, 군대, 일류대학, 문화기관들은 자기 울타리 안에서 경험과 관행, 힘과 지식을 축적한다그들은 성공한 것들을 종업원이나 구성원들에게 관습문화 작업을 반복해서 주입한다. 정당이 특수한 목적을 지닌 운동단체나 일시적인 선거연합, 단일 쟁점을 추구하는 비정부기구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정당의 만연한 부패와 이데올로기, 실망스러운 정부 성과에 신물이 난 모든 곳의 수많은 유권자에게 호소력이 있다. 국민의 분노와 좌절에 편승한 극도로 단순화된 공약, 기만적 공약을 내세워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선동집단, 극단적인 단순주의 세력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게 된다고용주와 투자자로서 대기업도 오랫동안 똑같은식으로 말할 수 있다소액대출을 받아 설립된 극소기업, 임시매장벤처자금, 사회적 네트워크 같은 것은 대기업이 오랫동안 축적한 지적 자본을 복제하기 어렵다. 획기적인 지식분산화는  권력분산과 관련해 흥미진진한 추세 가운데 하나다. 권력이 분산된다고 해서 개인의 교육과 직업선택폭이 더 넓어진다 거나, 그 혜택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조직이 지나칠 정도로 분화되면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때 나타나는  답답한 환경만큼이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지혜롭게 사용하는데 불리할 수 있다.

 

오늘날 디지털미디어 창공에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날아다니며 사회적 정치적 주제에 좋아요를 눌러댄다.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 특정 이슈를 만들어 내는 집단이 실제로 강력한 세력이라는 환상을 낳을 수 있다웹을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이란 것은  전 세계 대다수 사람들에게 버튼을 누르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그 동안 무수히 일어난 거대한 사회운동 같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주의를 유발하지는 못한다저술가 모조로프는  이것을 '슬랙티비즘'이라 불렀다. 최소한의 관여만으로 영향을 끼치는 참여를 말한다. 슬랙티비즘은 게으른 세대에게 이상적인 형태의 행동주의어떤 명분을 지지하거나 청원을 게시하거나  아마존이나 이베이에 인터넷 상점을 개설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일을 직접 하는 것은 자유를 주고 개인적인 성취감을 준다온라인을 무대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숱하게 제기할 수 있다. 이것은 동시에 잡음과  혼란을 야기해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힘을 얻을 만큼 오래 지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이처럼 초경쟁은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에도 해로운 점이 있다. 지도자나 기관 단체들의 권력 장악력이 점점 약해질수록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권력이 불안정해질수록, 단기적 동기와 두려움에 지배될 가능성은 더 커지는 반면에 장기계획을  세울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개인적 차원에서 권력의 쇠퇴가 보여주는 역설은  사람들의 선택 범위가 줄어든다 해도 더 많은 삶의 도구가 주어질 수 있다. 우리가 국내문제나 국제문제를 미봉책으로 처리하는데 익숙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고 완화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권력과 권력기관은 상당히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했고, 권력을 둘러싼 장벽은 전통적으로 매우 높았다따라서 사람들은 자기 삶의 의미를 무엇을 하고무엇을 받아들이고무엇에 도전할 지를 그러한 변수 안에서 구성했다결과가 불확실한 거대한 변화는 대개 소외를 낳는다.  사람들이 서로 멀어지거나  중요한 것과 떨어지게 되면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의식과 자기정체성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규칙들에 변화가 일어나면  방향 감각을 잃고  허둥대기 십상이고, 근심이 커진다. 그러한 변화는 사회적 무질서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기술의 폭격, 디지털 소통과 온라인 의견이 난무하는 혼란과 소음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전통적 권위의 퇴조 현상은 불균형을 낳는다.  1950년 미국의 1인 가구 비율이 10%도 안 되었던 반면,  2010년에 1인 가구 비율이 27%로 상승한 사실이 뜻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의미는 무엇인가가족 또한 권력 구조의 일종이다따라서 거기서도 권력이 쇠퇴하고 있다.

 

다수의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면 믿을만한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뿐더러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선진국에서 증가하고 있는데, 그런 사회에서 신뢰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소외가 널리 고착되기 시작한 사회내부에서 위기가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분노는 대개 질서와 경제적 안정이라는 이정표가 무너지면 야기된 소외에서 발생한다. 과거에서 미래의 나침판을 찾으려는 행위는 구소련 에 대한 향수, 나치, 백인 우월주의, 이슬람 영토를 회복하자는 빈 라덴의 권고 등에서 볼 수 있다이러한 행위는 만일 우리가 권력 쇠퇴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사회적 행복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세상이 후퇴하고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