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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1

우리의 앞날을 가리키는 믿을 만한 나침판은 없다.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줄 확실한 기준은 없다권력이 변화하는 방식과 그 결과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관한 어떤 지침도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오늘날 권력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전통적 견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 대표적 예가 지금도 널리 퍼져있는 승강기를 타고 오르는 것에 대한 비유다. 누가 올라가고 누가 내려가는지, 즉 어떤 나라 도시, 산업, 회사, 정치지도자기업가, 종교지도자, 학자가 득세하고 몰락하는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다승강기 비유는 어서든지 1등을 차지하려하고,  1등을 찬양하는 인간의 뿌리 깊은 본능에 박힌 생각이다물론 당신은 어떤 특정 시점에 재산, 권력, 성적 따위에서 경쟁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한 나라의 경제 생산량, 인구, 국토, 제조기술 같은 요소는 그 나라를 평가하고 순위를 정하는데 쓸만한 척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척도들이 제공하는 그림은 극히 순간적이어서 짧은 노출을 이용해 찍은 스냅 사진과 같다.

 

많은 중국인은 중국의 성장을 낙관한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 사람들도 성장을 낙관적으로 본다. 반면 유럽인들은 유렵대륙이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미국 정세 분석가들은 미국 쇠퇴가 치명적인지, 다시 회복가능한지, 과도기적인지 아니면 환상에 불과한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변방국의 부상과 더불어 세계가 지정학적으로 다국화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주장한다국제전문가 찰스 쿱찬은 이렇게 주장한다.  ‘서방의 질서는 새로운 하나의 강대국이나 지배적 정치모델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한 나라가 지배하는 세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는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세계를 이끄는 중추세력이나 수호자 없이 말이다. 어떤 나라도세계정치를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다.어떤 나라가 뜨고 어느 나라가 지는지 아는 것은 승강기안에 있는 그들 국가와 정치운동, 기업, 종교내부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해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게다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지도  못하고 집권기에 권력을 휘두르다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계에서 누가 뜨고 누가 지는가 하는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래에도 잘못된 생각을 할 가능성이 많고 나쁜 지도자를 만날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우리는 승강기에서 내리는 순간 극단적 단순주의 세력을 지향하는 것은 아닌지 늘 경계해야 한다권력 쇠퇴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실망을 활용해 변화를 시도하고  극단적인 행동과 목소리를, 제안을 쏟아냄으로써,  사람들 혼란에 빠뜨리는 선동가들에게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다이 변화가 만들어낸 혼란은 그릇된 생각을 품은 지도자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치명적인 금융수단을 창조적 해법인 것처럼 옹호하는 최고의 은행가들, 증세 없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헛된 공약을 남발하는  미국 정치인들, 그 반대편 극단에서 부자들 소득의 75%를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것들이다많은 극단적 주장들이 과거 경험에서 얻은 역사적 교훈과 그에 따른 과학적 데이터와 증거를 무시한 채, 극단적 단순화에 발을 붙이고 있다이러한 민중선동가들, 협잡꾼, 허풍선이 장사꾼 이야기는 물론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역사는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정상에 있을 때 초래한 끔찍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오늘날 새로운 것들이 있다면 신진세력이 권력을 잡기에 훨씬 쉬워진 환경이다. 극단적 단순주의 세력을 개인적, 집단적으로 그리고 지적, 정치적으로 찾아내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긴박하게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리고 가정의 저녁 식탁에서 그런 새로운 논의가 훨씬 더 많이 꽃을 피워야 한다. 이런 대화는  단순주의 세력이 싫어하는 정치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체계를 마비시키는 거부권 정치를 근절하려면 민중의 풀뿌리 운동에 의한 정치개혁이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우리를 다스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어야 한다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그들을 믿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물론 그들을 믿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권력의 쇠퇴는 조직화된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끼치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더 불길한 결과를 낳는다.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가 거부권 정치 때문에 국정을 운영할 수 없을 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나아가 국제적 차원에서 마비 수준은 더 불길하다기업 경영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가 유발하는 위협보다  국내와 국제정치 지도자들이 마치 걸리버처럼 수많은 미시권력에 온 몸이 꽁꽁 묶여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 상태가 더 위험하다.

 

긴급한 현안과 관련된 중요한 국제협약에 많은 나라가 서명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적이 언제인가? 유럽국가들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공동적으로 보조를 맞추지 못한 무능력은  그러한 마비 상태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방지를 위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전세계의 무능력, 2012년 시리아에서 터진 대학살을 멈출 수 없는 것과도 같다세계화와 양적증가혁명. 이동혁명, 의식혁명의 영향이 전세계로 퍼져나간1990년대 초부터 여러국가의 효과적인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급상승했다국의 지도자들이 긴급한 국제현안을 두고  다른 나라와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자국에서 이들의 지도력이 약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정부는 국민이 허락하지 않는 약속이나 협의, 양보심지어 희생을 요구하는 국제협상을 타결할 수 없다국민이 정부게 무제한 권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통제와 책임, 견제가 없는 권력은 위험하고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권력이 기울어 지고 있을 때, 정부 당국들의 권력을 더욱 옥죄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정부를 운영하는 당국자들의 권력을 제한하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견제와 균형장치는 정부의 신뢰 추락과 직접 관련이 있다일부 나라에서는 이런 추세가 거의 영구적인 추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