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여자들은 남자가 말로 하지 않은 것은 듣지 못한다. 이렇게 자신을 억압하는 것은 곧 감정의 둔화와 단절로 이어진다. 남자들조차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살아오면서 쌓인 숨많은 경험들이 기초부터 흔들리는데다 폐경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하다. 이들은 나약해지고 애정결핍에 시달린다. 이런 신체적 변화로 심약해진 상황에서 무슨 병이라도 걸리면 파멸이라고 느낀다. 또 그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던 직장에서 위기를 느끼게 되면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다. 건강, 직장 등 많은 것을 잃어간다는 상실감은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남성들은 도움을 청하는 것을 자신의 나약함과 추락을 시인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도움받길 거부한다. 그래서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주위 사람의 별 뜻없는 애정표현에 고마워 하다가 갑자기 남자는 당신이 떠나주길 바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있어 달라고 간청한다. 한 손으로 당신을 밀쳐내면서 다른 손으로 끌어당기는 형국이다. 사춘기 소년처럼 자유를 달라고 외치다가 막상 혼자가 되면 공포에 질린다. 남자가 여자에게 너무 의지하게 되면 그 여자에게로 분노의 화살이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폐경기 남자들은 기존 삶에서 탈출하여 자유를 찾고 싶어한다. 대부분 남자들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동안 많은 것을 놓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에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결혼생활은 끝내고 싶지 않다. 그들은 삶의 방향을 상실한 채 계속 우왕좌왕할 것이다. 질투심과 두려움이 극단적으로 강해지고 자유에 대한 환상을 아내에게 투사한다. 그들에게 진실로 필요로 한 것은 사랑과 공감, 그리고 자신이 발을 들여 놓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짜증, 성마름,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들이 내 안의 우울증임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외부에 도움을 청한다. 갱년기 남성의 주변 사람들은 인내심을 키워야 한다. 남자 폐경기는 사춘기못지않게 자연스럽고 힘겨운 시기라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활을 안정되게 지켜가면서 최대한 끈기 있게 견뎌야 한다.
남자로서 살아가기 힘든 점을 토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합리화 하려는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폐경을 겪는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자유롭고 싶어요, 진정한 나를 찾고 싶습니다.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격렬한 싸움을 치르는 10대처럼 중년 남자들도 두 번째 성인기에 진입해 성숙한 어른으로서 자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10대들이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처럼 남자들은 자신의 가족과 반목한다. 남자들은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대단히 예민하고 약해진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만 있고 감사하는 이는 하나도 없는 듯 하다. 이때 아내들이 고집스럽고 무심한 태도를 보이면 상황은 악화된다. 오랜 삶의 동반자를 향한 특별한 감정이 사라질 때 이들은 안에서 뭔가 죽어버린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 그리고 그 상실의 책임을 아내에게 돌린다. 기존의 삶의 패턴과 단절하고 인생을 새로운 방향으로 추구하려는 것이다.
남성으로 자라면서 분노와 상처, 두려움과 죄책감, 수치심, 절망감 같은 것을 꾹꾹 누르다 보니 감수성도 함께 둔해져 사랑과 애정의 감각도 죽어버렸다. 중년남자들은 예전의 감수성과 젊은시절 누렸던 인간관계를 그리워한다. 이제 진정한 변화는 내면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자신이 아직도 존중받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젊은 여성을 찾는다. 폐경기 남성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릴 때는 자신의 괴로움과 고통을 이해해 줄만한 상대를 찾는다는 뜻이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해 주고, 그를 필요로 해 주는 여자, 그리고 자신이 아주 중요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 여자 말이다. 겉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그들 역시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은퇴후 맞게 될 노년에 만족감을 느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어떻게 변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파민만이 유일한 구원으로 느껴진다.
남성들의 돌출행동에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니까. 하지만 폐경기 남성의 돌출 행동은 판단보다는 이해를 필요로 하는 듯하다. 이들의 행각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탈출구를 찾는 과정이며, 과거 생활패턴으로부터벗어나기 위해 시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남자는 누구나 호르몬의 노예라 할 수 있다. 폐경기에 접어든 남성의 일반적인 심리를 잘 알면 남성들도 삶의 중대 전환기를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 부부가 함께 남성의 폐경을 이해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보기와는 달리 쉽게 상처받는다. 남성 폐경의 전조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성들은 생리와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로 부인과 병원을 찾지만 남자들은 딱히 찾아갈 병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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