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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 (제드 다이

남성 폐경기의 경험들

처음엔 자질구레한 일들이 날 괴롭혔다.  하지만 확실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냥 자꾸 예민해지고

짜증이 났다. 돈문제와 가족들에게로 스트레스 원인들을 돌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뭔가를 내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었다. 내 감정을 청룡열차처럼 숨 가쁘게 오르내렸다. 기분이 좋을땐 쉼없이 일하기도 했다.

우울해지면 누군가를 패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현상이 뭔지 왜 일어나는지 수수께끼였다.

 

아내는 예전처럼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 난 가끔 마음이 상했고 분노를 느꼈으며, 그러고

나면 상처받고 화낸 것을 부끄러워했다.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언젠가는 모든 고객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은 언제 올 것인가? 인생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과 함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 짐이 될까 걱정이었다. 일은 언제나

맞서기 싫은 여러가지 생각으로부터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일은 언제나 내가 해오던 것이었고, 가족을

위해 혹은 세상을 좀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애쓴다는 보람을 느꼈다. 돈을 번다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연인, 친구와 같았다. 사람에 대해서는 대부분 애증이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일은 언제나 충성스런 법이다. 어렵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바뀌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현 직업에서 불안을 느끼게 되면서 나를 발견하기 위해 다른 일을 원하게 될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다른 일을 찾게 될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다 그만두고 전국일주나 해볼까 하는 상상도 있다.

 

휴가때가 되면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는 대신 우리는 내내 싸워야했다. 아내의 모든 행동이 신경에 거슬렸다.

내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아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데는 그녀의

잘못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 만일 아내가 좀 더 ...  하기만 했더라면,  내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알아주기만 한다면 .... ’

 

화를 내야하는 대상이 아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안에서 날뛰고 있는 악마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은 아내였다. 남자가 둔하고 무신경하다는 말을 하지만 지금 나는 너무 예민하다. 남자들은 화나는

일이 있어도 겉으로 표현하기보다 속으로 삭이는 편이다. 감정이 오래 억눌려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폭발한다.  남성들은 분노를 속으로 가두고 있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애쓴다.  결과

우울증과 급격한 자살률 증가다.

 

분노와 우울증은 신체적 성적인 문제와 깊이 얽혀 있기 때문에 중년에 접어들면서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것들이다.  심장병과 고혈압, 전립선 관련질병, 당뇨, 성기능 장애 등으로 고통받는 남성들이 수없이

많다. 기분이 우울할 때면 누구나 성욕과 능력을 잃기 때문에 발기불능을 경험하면서 우울증에 빠질 우려가

있다.  남성들은 안으로 화를 삭힌다.  그러나 뭔가 꼬투리 잡을 일이 생기면 주기적으로 화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아내를 자꾸 밀어내고 그녀가 뒤로 물러날수록 두려움은 커졌다.

 

남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자기 감정을 외면하고 살았기 때문에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중년의 남성은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정말 어려워한다. 과학적으로 어떤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

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통용되는 일반적인 관념들이 있다.  남자란 사춘기

이후 섹스라는 한가지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먹는 문제, 주거, 일 등 다른 것들이 끼여들

때도 있지만 말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점점 없어진다고 느꼈지만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몰랐고, 남자다움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때 어떤 여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남자는 마치 보상이라도 받은 듯했다. 누군가 아직

자신을 원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것도 생겼다. 가족에게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가족에게 섭섭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힘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니까 말이다.

 

한편으로 모든 책임감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멋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사귄 젊은 여자와 함께

있을 때면 자신은 젊고 능력 있고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많은 남자들이 50줄에 들어서면 꿈속에서

라도 젊고 매력적인 여자가 접근해주길 바라지 않겠는가? 남자는 감정이 무디지만 중년이 되면 아주 작은

일에도 예민해져 힘들게 느끼기 시작한다. 그 여자와 함께 있으면 남자가 스스로 강하고 중요한 사람이 된

듯하고, 그래서 방향 감각이 생긴다.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했고 누군가 다시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반면에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거북하고 낯설어졌다.  두 사람은 계란 위를 걷는듯 위태로웠고 서로

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엇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남자로서 아주

얼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는 우울하고 짜증을 냈고 그 모든 잘못을 아내에게 뒤집어씌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