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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이한음

이타주의

우리는 극단적인 형태의 자기 희생에 매료된다. 하지만 포유동물의 자기 희생에는 그런 감정을 느끼겠지만, 개미의 자기 희생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쳐 남을 구한 사람, 죽음이라는 똑 같은 운명을 향해 비범한 결정을 내린 그런 사람들에게 명예의 훈장이 수여된다. 그러한 이타주의적 자살은 용기의 궁극적 행위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커다란 수수께끼가 남아있다. 절망의 순간에,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그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인간을 제외한 모든 포유동물중 침팬지가 가장 이타적일지 모른다. 그들은 공동사냥 뒤 고기를 공유하고 양자를 들이기도 한다. 그러한 사례는 척추동물에게 많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비견될만한 이타적 사실은 오직 하등동물, 특히 사회성 곤충에게만 만나볼 수 있다. 개미, 꿀벌, 말벌, 군체의 구성원들은 집을 방어하기 위해 침입자에게 미친 듯이 돌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들이 꿀벌통과 말벌집 근처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벌 군대수는 2-8만 정도며, 그들은 모든 여왕벌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자매들이다. 각 벌의 자연적 수명은 50일정도이며 그 기간이 지나면 노화하여 죽는다. 따라서 목숨을 내놓는 것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며, 유전자는 전혀 소모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희생을 공유한다고 해서 인간의 정신과 곤충의 정신이 비슷하게 작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 희생이 더 적은 자손을 낳는 결과를 빚는다면, 영웅이 창조될 수 있도록 혀용한 유전자들은 점차 집단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다윈의 자연선택을 편협하게 해석하면 그렇게 예측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기적인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사람은 이타적인 유전자를 지닌 사람보다 우월할 것이 분명하며, 또 이기적 유전자는 매 세대가 지날수록 증가하여 우월을 점하게 되고, 그 집단의 이타적 반응 능력은 계속 감소 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타적 행위가 문화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면, 인간의 사회적 진화는 분명히 유전적이기보다 문화적이다. 요점은 거의 모든 인간 사회에서 강력하게 나타나는 근원적인 감정들은 유전자를 통해 진화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타주의의 진화론은 이타주의의 유형들이 대부분 궁극적으로 이기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층 더 복잡해진다. 가장 고귀한 영웅적인 삶은 개인의 불멸성이라는 강한 신념이, 커다란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형성된다. 자비심은 선택적이며 궁극적으로 볼 때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한다. 자비심은 유연성이 있정치현실에 대한 적응 능력도 탁월하다. 말하자면 그것은 자기 자신, 가족, 동맹자들의 이익에 따른다.

 

사회적 곤충 속에는 어떠한 위선자도 없다. 이타주의는 거의 맹목적성이다. 실제로 원숭이와 유인원은 약간의 보답을 한다. 반면 목적성 이타주의는 인간에게서 극단까지 정교해져 왔다. 먼 친척 혹은 무관한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보답은 인간사회 구성의 열쇠다. 사회계약의 완성은 엄격한 친족 선택이 부과했던 고대 척추동물의 속박들을 깨뜨렸다. 탄력적이고 무한히 생산적인 언어 재능과 결합된 보답의 관습을 통해 인간은 문화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만큼 오래 기억되는 계약을 맺는다.

 

친족선택에 바탕을 둔 순수한 맹목성 이타주의는 문명의 적이다. 인간이 자신의 친척과 부족에게 호혜를 베풀도록 프로그램된 학습규칙 및 정서적인 발달성향에 의해 상당한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지구전체의 조화는 극히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인간은 한없이 더 큰 조화와 사회적 항상성을 이룰 수 있을 만큼 계산적이고 또 충분히 이기적인 듯하다.

 

하버드 대학의 올랜도 패터슨은 충성심과 이타주의에 대해 세가지 결론을 이끌어 냈다.

1. 역사적 상황이 인종, 계층, 민족 구성원 간의 갈등을 빚을 때 개인은 갈등을 최소화하는 작전을 쓴다.

2. 대개 개인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 하는 작전을 쓴다.

3. 인종적 및 민족적 이익이 일시적으로 중요시 될 수 있으나, 결국은 사회적 경제층 계층이 우세해진다.

 

한 개인이 지닌 민족정체성의 강도와 범위는 그가 속한 사회 경제적 계층의 일반 이익에 따라 결정되고, 그것들은 먼저 그 자신 그리고 그의 계층, 마지막으로 그의 민족집단의 이익에 봉사한다.

 

협잡꾼 , 배신자, 반역자는 보편적인 증오의 대상이다. 명예와 충성은 가장 경직된 규약을 통해 강화된다. 일차적 강화에 바탕을 둔 선천적인 학습규칙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과 관련하여 바로 그 집단의 가치들을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그런 규칙들은 다른 집단 구성원들을 향한 동일한 감정적 태도인 텃세와 이방인 혐오라는 발달성향의 대칭형 대응물들이다.

 

사회과학자들이 작성한 예측가능한 일반화, 가난해질수록 일종의 보상작용으로써 집단적 자기도취를 더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반화는 집단이 커질수록 개인이 집단과의 동일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기 도취적 만족감은 줄어들고 집단의 결속력은 약화되며, 개인들은 집단내의 하위 집단과 동화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일반화는 어떤 유형의 하위 집단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을 때, 더 큰 국가의 한 부분인 동안에는 동질적으로 보였던 지역도, 독립하고 나면 더 이상 동질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동질성을 좁게 봄으로써 정치적 경계를 협소하게 하는 반응을 보인다. 인간 사회성의 특징은 절대적이라고 믿는 규칙에 언제나 감정적으로 강하게 호소하면서 사실상 동맹관계가 쉽게 형성되고,깨지고, 재구축 된다는 점이다. 빙하기 이후 지속되어온 내집단과 외집단이라는 구분은 오늘날에도 존재하지만, 그 경계선은 이리저리 쉽게 옮겨진다. 국가도 동일한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지난 30년 사이에 지정학적 배치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연합군의 대결에서 공산국가와 자유세계의 대결로 변화 했고, 그 후 대단위 경제 블록 간의 대립으로 바뀌었다.

 

“그것이 모두 그렇게 단순하기만 하다면!” 이라고 알렉산드로 솔제니친은 수용소 군도에서 썼다. 악행이 교활하게 저질러지는 곳에 악인들만 있다면, 그리고 남은 우리 속에서 그들만 솎아내 파멸시킬 일만 남는다면, 그러나 선과 악을 가르는 선은 모든 인간의 마음을 가르며 지난다. 과연 누가 자신의 마음 한 부분을 기꺼히 파괴할 수 있을까? 교육심리학자인 로렌스 콜버그는, 개인의 정상적인 정신발달 과정에 따라 진행되는 윤리적 추론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었다.아이는 외부 규칙과 통제를 맹목적으로 의존하다가 그 다음 단계를 거치면서, 점점 정교한 일련의 내재화된 기준들을 향해 나아간다.

 

1. 처벌을 피하기 위해 규칙과 권위에 단순히 복종하는 단계

2. 보상과 교환이라는 이득을 얻기 위해 집단행동에 순응하는 단계

3. 착한 소년 지향단계, 즉 타인의 혐오나 거부를 피하기 위한 순응단계

4. 의무지향 단계, 권위자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순응. 질서 파괴, 그 결과로 나타나는 범죄단계

5. 준법 지향단계, 즉 계약 가치를 인식하고, 공공의 선을 유지하기 위한 규칙 형성시 약간의 독단이 있음을 인식하는 단계

6. 양심 또는 원칙 지향단계, 즉 법이 선보다 악이라고 판단될 때, 법을 무효화 할 수 있는 선택 원리에 우선적으로 충성하는 단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정에 바탕을 둔 직관을 통해 선택한 원칙들은, 대개 생물학적인 근원을 갖고 있으며 그것들은 원시적인 사회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 쉽다. 그런 원칙들은 무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새롭게 합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뇌는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의 행동은 인간의 유전 물질이 자신을 고스란히 보존해 가는 우회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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