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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이한음

문화적 진화

하늘을 나는 곤충 예를 들어 꿀벌을 생각해 보자. 벌은 기억을 할 수 있다. 아주 짧은 일생동안 - 50일 정도면 죽는다- 벌은 하루중 시각, 집의 위치, 같은 집, 동료의 냄새, 꽃밭의 위치와 등급을 학습한다. 벌은 자신을 잡으려는 과학자들의 엉성한 손놀림에 격렬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정보가 없는 인간 관찰자에게는 벌이 자유 행위자 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골무정도 크기의 몸을 가진 대상들의 다양한 신체특성, 곤충의 신경계, 꿀벌의 행동 특성, 그리고 이 특정 벌이 살아온 역사에 관해 알고 이런 모든 것을 한데 모은다면, 그리고 최신의 컴퓨터 기술을 적용한다면, 우리는 순수한 우연을 넘어 그 벌의 비행 경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의 입출력을 주시하고 있는 인간 관찰자에게는 그 벌의 미래가 어느 정도 까지 결정되어 있다.

 

인간의 행동이 곤충보다 엄청나게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고 해도, 이론적으로 그것은 나열될 수 있다. 유전적 속박이 있고,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수가 유한하기 때문에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세심한 행동들을 단기적으로라도 예측하려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예측은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는 그 어떤 지성을 지닌 존재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다. 뇌는 이야기들을 꾸며내서 상상하거나 기억한 사견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할 수 있다. 자아는 이 신경 드라마의 주연 배우다. 뇌의 하등한 부분인 감정 중추들은 자아가 무대위로 걸어 올라갈 때 마다, 매어놓은 꼭두가시 실을 더 신중하게 당기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스키마는 뇌속에 있는 타고난 또는 학습된 구조로서, 신경세포에 입력된 자료들은 이 스키마와 비교된다. 실제 패튼과 예상 패튼이 일치하면 몇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스키마는 좋고 싫음에 관련된 세부사항들을 파악하고 걸러내, 정신이 환경의 특정 부분을 더 생생하게 지각하고 특정 결정을 더 선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정신적 성향에 기여할 수 있다. 스키마는 감각기관에 실제로 입력된 것중 누락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현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정신속에 창조할 수 있다. 정신은 매우 복잡한 구조이며, 인간의 다양한 사회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 정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영향 하에 있는 개인이나 인간이 어느 한 사람의 구체적인 역사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한다. 이런 근원적인 의미에서 너와 나는 자유롭고 분별력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차적이고 더 약한 의미에서 볼 때, 우리의 행동이 부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행동 범주를 분명히 넓힌다면 사건의 예측은 신뢰를 얻는다. 동전은 회전 할 것이고 모서리로 서지 않을 것이며, 벌은 등을 위쪽으로 한채 날아 다닐 것이고 인간은 자기 종의 특징인 폭 넓은 사회활동을 이야기하고 수행 할 것이다. 또 개체군들의 통계적 특성들도 열거할 수 있다.

 

곤충학자들은 꽃을 찾는 꿀벌들의 평균적인 비행 패턴을 상세하게 규명해냈다. 그들은 벌이 꿀이 있는 곳에서 벌집까지 날아가면서 추는 춤의 통계적 특성들을 미리 알 수 있다. 또 꿀벌들이 그 정보를 전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오차의 분포와 발생시점도 정확히 측정해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 본성에 대한 충분한 지식, 각 사회의 역사, 그 사회가 처한 물리적인 환경이 주어진다면, 인간사회의 통계적 행동도 거의 알려져있지 않은 수준까지 예측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윈이 가장 경쟁력 있는 진화론, 즉 전체 개체군이 자연선택을 통해 변형된다는 이론을 타당성 있는 형태로 처음 제시한 것이 1859년 이었다. 개체군을 이루고 있는 개체들은 저마다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따라서 생존과 번식 능력도 제각각이다. 가장 성공한 개체는 더 많은 유전물질을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다. 그 결과 전체 개체군은 점차 성공한 개체군을 닮아간다.자연선택 이론에 따르면 목 길이를 늘이는 유전능력은 기린마다 다르다. 가장 긴목을 지닌 개체들은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 그 결과 기린 개체군의 평균 목길이는 세대가 지날 수록 길어진다.게다가 목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진화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

 

문화적 진화로 창조된 사회환경이 결국에는 생물학적 자연선택의 길이 될 것이다. 자살하거나 자신의 가족을 파멸로 몰아가는 행동을 하는 개체들은, 유전적으로 그런 행동 성향이 약한 개체들보다 더 적은 수의 유전자를 남길 것이다. 한 사회에서 번성한 유전자가 경쟁력이 약한 문화를 형성한다면 그 사회는 쇠퇴하고 더 적저합한 능력을 가진 사회로 대체될 것이다.  노예제를 출현시킨 특수한 상황의 끝에는, 노예제를 파국으로 이끄는 인간 본성의 완고한 특성들이 함께 있다. 대규모 노예제는 일반적으로 전쟁, 제국의 평창, 그리고 주요 농작물의 대체로 전통적인 생산양식이 해체될 때마다 발생한다. 주요 농작물의 대체는 농촌의 빈민들을 도시로 이주시키고, 새로운 집단정착 마을이 형성되도록 유도한다. 제국의 수도에서는 토지와 자본이 점점 부자들의 손에 편입되어 가고, 시민 노동력은 점차 귀해진다. 국가의 영토확장은 다른 민족을 노예화하여 일시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뒤 새 문화 속에 새인간이 형성된다면, 즉 인간이 노예제를 당연히 여기는 사무라이개미(다른 개미의 여왕개미를 죽이고 일개미를 자기 노예로 만든다.)처럼 행동하게 된다면 노예사회는 영구적으로 정착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답게 만드는 특성은 그런 전환을 불가능하게 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낮은 지위를 싫어하고, 그 지위는 노동과 연관되기 때문에 시민노동계급은 생산수단과 점점 멀어진다.

 

생명의 역사에서 뇌보다 빨리 성장한 신체기관은 없다. 고대 원인에게서 진정한 인간이 갈라져 나왔을 때부터 뇌는 10만년마다 약 한 숟가락 만큼 커졌다. 그 속도는 25만년쯤 까지 유지되다가, 현대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기부터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육체가 성장하면서 문화적 진화도 점점 뚜렷해져 갔다.약7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도구문화와 함께 출현한 문화적 변화는 약 4만년 전 유럽의 크로마뇽인의 후기 고생대 문화를 발생시켰다. 만 년쯤 전에 농경이 발명되고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인구밀도는 급속히 증가했고, 무자비하기 성장을 거듭하던 부족, 국가는 곳곳에서 원시 수렵채집 사회를 굴복시켜 나갔다. 마지막으로 서기 1400년 전 유럽에 기반을 둔 문명이 다시 변속을 시작한 이후로, 지식과 기술의 성장은 가속도가 붙어 세계를 변화시키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수렵채집인의 유전적 특징들이, 그 뒤의 문화적 진화 경로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영향은 상당했다고 생각된다. 문화의 출현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정한 순서로 일어났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소규모 수렵채집 사회에서 출발한 사회는 규모가 커짐에 따라, 매우 일정한 순서로 출현하는 어떤 특징들을 받아들이면서 조직의 복잡성을 증가시켜 갔다. 무리가 부족으로 바뀌면서 진정한 남성 지도자들이 나타나서 지배권을 획득했고 이웃 집단간의 동맹이 강화되었으며, 계절변화를 상징하는 의례도 보편화 되었다. 인구밀도가 더 높아지면서, 가족 구성원의 서열의 공식적인 구분, 지도력의 유전적인 공고화 , 분업의 명확화, 부의 재분배 등이 나타났다. 인물과 역할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 관계는 상호작용 체제이며, 자아는 사건들의 배후에 반쯤 감추어진 실체가 아니라, 사건들이 전개되는 동안 자신을 관리하기 위해 변화할 수 있는 어떤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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