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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이한음

성은 우리 존재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 생활사의 각 단계마다 새로운 형태를 취하는 변화무쌍한 현상이자, 인간 생물학의 핵심이다. 성이 복잡성과 다양한 의미를 갖는 것은 성이 본래 번식용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나타난다. 진화는 짝짓기와 수정이라는 복잡한 절차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번식 방법들은 고안해 냈다. 박테리아는 그냥 둘로 분열하고 곰팡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의 포자를 퍼뜨리며, 히드라는 몸통에서 직접 자손을 싹 틔운다. 해면동물을 분쇄하면 각 조각은 다시 완전한 새 생물로 성장한다. 증식이 번식 행동의 유일한 목적이라면 우리의 포유동물 조상들은 성 없이 진화할 수도 있었다. 또 쾌락을 주고 받는 받는 것도 성의 주된 기능은 아니다. 대다수의 동물종은 기계적으로 그리고 최소한의 진화만으로 성행위를 한다. 쾌락은 기껏해야 동물들을 교미하게 만드는 장치이며 시간과 에너지를 구혼, 성교, 양육에 대규모로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수단 일뿐이다. 더구나 성행위는 어떤 의미에서 보아도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위험한 활동이다.

 

인간의 생식기관들은 해부학적으로 복잡하여 자궁의 임신이나 성병같은 치명적인 기능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구혼 활동은 에너지 측면에서 값이 비쌀 뿐아니라 더 열렬한 구혼자일수록 경쟁자나 포식자에게 살해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제일 효율적인 생식은 무성생식이다. 무성생식은 사적이고, 직접적이고 안전하고 에너지면에서 값싸다. 성은 왜 진화할까? 주된 해답은 '성이 다양성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이란 부모가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놓고 양쪽에 돈을 거는 방법이다. 암컷은 원래 난자를 만들도록 특수화된 개체다. 난자의 커다란 크기는 건조를 억제하고 열악한 시기에도 저장된 난황으로 생존할 수 있게 하고,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게 하고, 수정후 외부의 양분 섭취가 필요하기 전까지 최소한 몇차례 분열하게 해준다. 수컷은 작은 배우자인 정자의 제조업자로 정의된다. 정자는 최소의 세포단위로서 DNA로 채워진 머리와 그 수레를 난자까지 운반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꼬리로 이루어진다. 수정하여 두 배우자가 하나가 되면 난자의 울타리로 둘러싸인 유전자의 혼합물이 창조된다.

 

인간의 난자는 정자 보다 85000배나 더 크다. 여성의 경우 겨우 400개 정도의 난자만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중 기껏해야 20개정도가 건강한 아기로 태어날 수 있다. 갓난 아이를 보살피고 기르는 비용은 엄청나다. 반면에 남성은 한번 사정할 때 마다 약 1억 마리의 정자를 방출한다. 일단 수정이 끝나면 남성의 순수한 육체적 임무는 끝난다. 여성이 그를 양육활동에 기여하도록 유도하지 못하면 그는 여성보다 훨씬 적은 투자를 하게 된다. 이성 사이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이러한 갈등은 인간뿐만 아니라 대다수 동물종의 특징이다. 수컷들의 특징은 공격성인데 특히 번식기에는 그것이 서로를 향하게 되고 더 강해진다. 수컷들이 차례차례 암컷들에게 구애할 수 있으며 일부는 위대한 승자가 되고, 나머지는 철저한 패자가 되는데 반해 건강한 암컷들은 거의 모든 수정에 성공할 것이다. 수컷은 공격적이고 성급하고 변덕스럽고 무차별적일수록 유리하다. 이론상 암컷들은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수컷들을 식별해낼수 있을 때까지 수줍어하고, 주저할수록 유리하다. 새끼를 돌보는 종에서는 암컷들이 임신후에 자신들과 함께 머물 가능성이 높은 수컷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성적 상대의 교체가 대부분 수컷 주도로 이루어지는 일부다처제형이다. 인류사회의 약 4분의 3이 아내를 여럿 취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런 사회는 대체로 법과 관습을 통해 그런 행위를 장려하고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 20-30퍼센트 체중이 더 나간다. 마찬가지로 남성은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더 강하고 더 빠르게 움직인다. 남성의 신체, 골격형태, 근육밀도는 고대 수렵체집 시대 남성들의 전공분야인 달리기와 던지기에 특히 적합하다. 행동에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증거는 다양하고도 상당히 많다. 일반적으로 소녀들은 내밀한 사귐을 선호하고, 육체적 모험을 꺼리는 성향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소년들보다 많이 웃는다.

 

인간의 사회조직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성적 결합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그것은 성행위를 초월한다는 것이다. 즉 성행위라는 육체적 쾌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의 궁극적 기능인 유전적 다양화가 생식과정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남녀의 사랑과 가족 생활에 대한 정서적인 만족감은 타협이라는 유전적 담금질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프로그램 되어온 것으로 추정 할 수 있다. 그리고 남성은 여성보다 더 자주 성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남녀 한쌍의 결합은 다수의 아내를 취하는 일부다처제라는 흔한 풍습에 의해 다소 희석되어 왔다.

 

성적 활동의 강도와 다양성 면에서 볼 때 인간은 영장류 중에서도 독특하다. 다른 고등한 포유동물중 인간의 정열적인 성적 활동을 능가하는 것은 사자뿐이다. 인간의 외부 생식기는 유달리 크며, 음모의 숲을 통해 부각된다. 여성의 젓가슴은 젖샘을 담는데 필요한 크기보다 더 부풀어 있고, 젖꼭지는 성적으로 민감하며 눈에 잘 띄는 색깔의 젖꽃판으로 둘러쌓여 있다. 남녀 귓불은 살지고 접촉에 민감하다. 특이하게 여성에게는 발정기가 없다. 반면에 다른 대부분의 영장류중 암컷들은 오직 배란기에만 공격성을 띨 정도로 성적으로 활발해진다. 배란기가 되면 그들의 외음부는 팽창하고 색깔도 변하고 냄새도 달라진다.

 

유달리 빈번하게 행해지는 남녀의 성행위는 남녀결합을 확고하게 하는 주된 장치역할을 했다. 또한 그것은 남성끼리의 공격성을 약화시켰다. 인간은 성적 쾌락의 음미자다. 그들은 가능성 있는 상대방을 무심결에 훓어봄으로써 환상과 시와 노래를 통해 그리고 전희와 성교로 이어지는 온갖 유쾌한 유희 분위기를 통해 탐닉에 빠져든다. 이것들은 번식과 거의 관련이 없다. 그것들은 모두 결속과 관련이 있다. 성의 유일한 생물학적 기능이 수정이라고 한다면 접촉과 삽입 후 몇 초 내에 수정이 이루어지는 편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실제로 사회성이 가장 낮은 동물들일수록 짝짓기는 의례적이다.

 

우리는 문화를 합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가르치고 보상하고 강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교육에 드는 시간, 에너지 뿐 아니라 우리 천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인간의 행복이라는 무형의 통화로 측정되는 각 문화의 가치까지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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