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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

시비를 말라

 

우울증이 찾아오면 자연 술을 찾게 된다. 나는 위스키 같은 독주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머리 맡에 위스키

병을 놓고 지낸다. 잠 잘 때 서너 잔 마시고 잠이 들곤 했는데 이것도 버릇이 되는지 술기운이 없으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가 막막하다. 하루하루가 건너지 못할 사막처럼 느껴진다.

 

 기분이 더 우울한 날은 제일 가파르고 높은 매봉을 오른다. 일부러 땀을 많이 흘리고 싶어서  달음질 치듯

산을 오른다산을 오른다고 해서 우울증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산을 오르면서 나는 내 우울증이 내 욕심

에서 비릇된 하나의 망상일 뿐이라는 불고적 깨달음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긴다. 그러나 우울증이 마음에

따라 일어나는 거짓의 망상임을 깨닫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 허무의

실체를 냉정하게 끝까지 바라볼 수 밖에..

 

한주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깊은 산의 계곡을 찾아 조용히 누워 잠들고, 가만히 귀기울여 물소리 바람소리

듣고, 찬물에 손발 담그고, 서로 얼굴 마주보고, 미소짓고 이야기 나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꿈속의 일이로다.

북망산 아래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이더냐?

 

산도 절로 푸르고

물도 절로 푸른데

맑은 바람 떨치니 흰구름 돌아가네.

종일 토록 바위에 앉아서 노나니

내가 세상을 버렸거니 다시 무엇을 바라리오.

 

눈은 다만 대상을 비출 뿐, 보는 것은 마음이다.

우리는 눈으로 사물을 본다.

그러므로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눈 뜬 장님인지 모른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다.

마음의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고 머릿속에 맨처음 떠오른 것은  '이제는 더이상 쵸코렛도, 설탕 넣은 커피도 마시지

못하겠구나!' 어느날 눈을 떠고 보니 내 삶에서 그런 음식이 사라져버린것이다. 그러자 이 세상의

모든 음식들이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양분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에 알코올 중독자가 있고 마약 중독자가 있듯이 나는 설탕중독 환자라는 것을게 된다.

 

당뇨병이 내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자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하는 열등생에게

매일매일 숙제를 내어주는 선생님처럼 나의 게으른 성격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이  내게 평생을

통해서 먹고 마시는 일에 지나치지 말고 절제하라는 숙제를 주신 것이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은 육체의 헐벗음이 아니라 영혼이 메말라 가는 것이다. 육신은

영혼을 그리워하고, 영혼은 끊임없이 육신을 찾아 떠도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컴퓨터릍 통한

쓸데없는 엄청난 정보의 쓰레기들로 인하여 인간의 가치관은 한층 복잡해지며, 따라서 보다 분명

하고 확실한 가치관의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