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사 인문학 (전국국어교사모임, 황

생명을 살리는 언어의 회복은 가능한가? (2)

시인은 평화롭다고 직접 말하는 대신 물고기와 새의 묘사만으로 그 느낌을 전달합니다.  자연과 사물의 한적한 움직임은 시인의 내면 변화를 가져다 줍니다. 자연, 사물은 이처럼 세상에 상처를 받고 병든 내면을 치유하는 힘을 갖습니다.  인간은 사물에 끌려들어가 사물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자연과 사물은 힌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 변화의 장이자 내면을 씻어주는 치유의 공간이 됩니다.  전체적인 배경을 소개한 후 점차 구체적으로 관찰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원근법이라 할만합니다. 

 

‘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날개보다 더 검은색이 없기는 하나 얼핏 옅은 황금색이 돌고 다시 연한 녹색으로 반짝인다. 햇볕이 비추면 자주색으로 솟구친다. 눈이 어른어른 하면 비취색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내가 푸른 까마귀라 말해도 괜찬은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 말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저 사물은 본디 정해진 색이 없는데도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리는 것이다. 어찌 그 눈에서만 판정할 따름이라. 보지도 않으면서 마음속에서 미리 판정해 버린다. 슬프다!  까마귀를 검은색으로 가둔 것도 충분한데 다시금 까마귀를 갖고 세상의 온갖 색을 고정하려 하는구나. 까마귀가 과연 검기는 하다. 그러나 누가 다시 이른바 푸르고 붉은색이 검은색안에 깃들어 있는 빛깔인줄 알겠는가?  (박지원 ’능양시집서菱洋詩集序‘)

 

모네는 똑같은 장소에서 날짜를 달리해 루앙 성당의 모습을 수십점 그립니다. 비오는 날, 흐린 날, 갠 날, 오전, 오후 등시간과 날씨에 따라 루알 성당은 각기 다른 색으로 나타납니다. 모네는  ‘빛은 곧 색깔이다’ 라고 하여, 그때그때 빛의 조건에 따라 다른 색을 갖는 사물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오늘날 현대 회화의 기본 이론도  ‘ 사물의 색은 정해져 있지 않다. 빛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라는 것입니다.  작가는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세계를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색으로만 가두는 폐쇄적인 사회를 비판합니다. 작가의 마음으로 들어가 글쓰기를 수행한 심리과정을 유추해 보면, 관찰하기- 발견하기- 적용하기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적용하기를 세분화 하면 ' 인식론으로 확장하기 - 현실 비판하기'라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오늘날 인간의 삶은 많이 편리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과연 그만큼 더 행복한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인간은 남과의 비교를 통해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얻곤 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빈부의 차이가 워낙 크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비교하는 순간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힙니다. ‘ 좋은 벗이 마음에 있어도 오래 머물게 하지는 못하는 것은 꽃가루 묻힌 나비가 올 제는 즐겁고, 잠깐 머물면 마음이 바쁘다가 가버리고 나면, 애틋해지는 것과 같다. ’ ( 이덕무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사물의 생태는 매순간 변화하므로, 그때그때 발견한 사물의 특징을 잘 담아내면 참신한 표현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생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둘러싼 생명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교감하는 태도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위는 문명의 도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늘날 둘러싼 일상의 사물(도구)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해서 의미를 찾고,  또 그것과 교감해서 얻은 깨달음으로 우리 삶을 고치고 되돌아 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생태 글쓰기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데서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합니다.  모방하지 않는 글쓰기,  나만의 새로운 표현을 하고 싶다면 일상의 사물을 잘 관찰하라고 말합니다. 연암의 글쓰기 요령은 ‘하나의 장면을 초점화하라'는 것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이것저것 알고 있는 정보를 다 말하고 싶습니다. 많이 나열하다 보면 하나는 건질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연암은 시시콜콜하게 이것저것 모두 말하지 않습니다.  연암은 하나의 장면이나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글을 쓸 때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다 말하면 오히려 기억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특정한 장면에 집중해야 글에 생동감이 흐르고,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