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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인문학 (전국국어교사모임, 황

세계 해석과 의미구성

인간이 세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만들고, 이를 지표로 결단하는 것에 대해 제가 창안한 화쟁和諍 기호학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사물의 유사성을 통해 다른 사물을 유사한 것으로 유추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 은유입니다. 사물을 인접성을 통해 서로 관계있는 것으로 유추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 환유입니다. 원효의 화쟁원리를 따라 체상용體相用과 은유와 환유의 원리를 결합하여 세계의 인식과 그 의미를 종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과 세계의 현상, 작용, 본질을 통하여 그 사물의 세계로 들어가며 이를 은유나 환유로 유추하여 이해하고 설명합니다.

* 화쟁和諍: 원효 사상의 근본을 이루는 화해(和解)와 회통(會通)의 논리체계. 

* 체상용 體相用 : 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바탕을 말하고, 상이라 하는 것은 마음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고,   용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쓰임을 말한다.

 

상相은 동그란 보름달에서 엄마 얼굴을 떠올리듯 사물의 드러난 모습과 현상을 보고, 유사한 것으로 유추하는 것을 말합니다. 체體는 사물의 본질을 인지하고 이와 유사한 것으로 유츄하는 것입니다. 용用은 사물의 기능과 작용과 유사한 것으로 유추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 작용이 모두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달의 진정한 의미인 참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사물을 보고, 그 본질을 생각하며 유사한 원리를 유추하여,  스스로 철학을 만들고 이의 의미를 삶의 지표로 삼는 훈련을 합니다. 은유와 환유을 집단적으로 실천하면 의례나 문화가 됩니다. 의미의 이해와 공유의 교육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자연과 만나는 것입니다.  자연속에서 자연을 몸으로 느끼면, 계절과 시간에 따라 자신의 몸과 지혜에 따라 다양하게 느끼고 의미를 발견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과 우주로 확장하여 그 원리를 탐구하여 자연과 사물의 현상, 본질, 기능을 이해하고 은유나 환유의 의미를 구성하게 됩니다. 우리는 다양한 고전과 예술 텍스트를 통해 의미를 구성합니다. 풀어냄, 드러냄, 아우름, 뒤집어 읽기와 쓰기의 네 과정을 거칩니다.  풀어냄은 텍스트를 읽고 어려운 글월에 대해 해석학적 순환을 되풀이 하며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을 만나면,  나의 세계와 텍스트 세계 사이에서 대화를 합니다.  텍스트 세계에서 저자 의도와 사상, 글의 전체 문맥을 바탕으로 부분을 전체에서 이해하고 전체를 통해 부분을 이해합니다.  드러냄은 내적 구조를 분석하며 심층구조가 갖는 의미를 추출하는 것입니다. 

 

이분법적 모순을 넘어서서 음陰안의 양陽, 양안의 음, 내 안의 너, 너 안의 내가,  자신을 그려내면서도 상대방을 드러내고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대대待對입니다.  대대待對란 대립되는 것을 내 안애 모시는 입니다. 처절하게 사랑하지 않는자에게 이별은 없으며, 이별을 전제하지 않는 사랑은 모든 것을 던지지 않는다. 이승이 있어 저승이 있고, 저승이 있어서 이승이 있습니다. 삶이 있어 삶의 끝인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사람들은 언제인가 죽으리라는 유한성을 인식하고  하루하루를 의미로 채우려 합니다. 봄이 오면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서 싹이 돋고 꽃이 피듯, 삼라만상은 순환합니다. 낙엽이 떨어졌다해서 나무가 아주 끝났다든가 죽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육체가 소진하였다고 죽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며, 이별이라고는 더욱 말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해석을 낳습니다.

 

아우름은 텍스트의 맥락과 자신의 삶의 맥락을 화쟁하는 것입니다. 두사람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요?  텍스트를 읽은 차이입니다. '가난'을 예로 들어보면,  가난의 원인을 남에게 빼앗긴 탓으로 읽고 남에게 복수하자고 의지를 다진 아이는 히틀러와 같은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가난하면서도 정의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들은 가난의 원인을 사회적 모순이나 인간과 세계의 부조리로 읽습니다. 고통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 의례쯤으로 읽습니다. 텍스트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전이합니다.  맥락을 제거한 읽기는 인간, 삶, 자신이 놓인 현실에 대한 통찰의 기회 또한 앗아갑니다. 

 

마지막으로 뒤집어 읽기와 쓰기는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전복적顚覆的으로 읽고 다시 쓰면서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독자는 텍스트를 다시 쓰면서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자입니다.  언어도 그렇지만 텍스트는 억압하는 습성을 가집니다. 아무리 새롭고 혁신적인 의미로 가득한 텍스트라 하더라도 대중과 사회의 흐름을 따라 갈 수 없기에 언제든 낡은 의미나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텍스트 분석은 신화와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작업을 동반해야 하며, 가장 적극적인 읽기는 해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항신화와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텍스트를 다시 쓰며,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텍스트를 다시 쓰려면 먼저 가치에 따라 다양하게 읽어야 합니다.  저는 거울신경세포체제를 통한 공감과 연대가 의미를 올바로 해석하고 결단하는 주체가 동일성을 해체하고, 타자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타자성, 혹은 상호 주체성을 추구하는 눈부처 주체로 거듭나게 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찰나의 순간에도 나와 타자는 서로 조건이 되고 상호작용하면서 동시에 일어나고 동시에 서로에게 스며들고 동시에 서로를 포섭하고 차별없이 서로 하나가 됩니다. 이 구조 속에서 중생이 아프면 내가 아프고, 타자가 고통 속에 있으면 나 또한 괴롭습니다. 이 고통을 없애고 내가 자유롭게 되는 방법은 하나 입니다.  타자로 간주되는 모든 이가 바로 나와 깊은 연관을 갖는 또 다른 나임을 인식하고, 욕망을 자발적 으로 절제하고 상생을 도모하고, 동체대비의 자비행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 동체대비同體大悲: 불(佛)· 보살(菩薩)은 중생과 자신이 동일체라고 관찰하여 대자비심을 일으키는 것

 

 메리 고든이 공감의 뿌리 교육을 통해 내린 결론은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감정표현에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기본적인 요소이며이런 능력은 학습수 있고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예술 텍스트를 이성의 차원이 아니라 감성의 차원에서 느끼는 것입니다. 내용과 메시지가 아니라 형식, 기법, 장치 스타일이 가슴 속의 미적 감수성이 현絃을 당기는 대로 느끼고, 문학과 예술 텍스트 가운데 감각적 묘사, 희로애락에 대한 표현을 보며, 스스로 느끼고 토론하며, 그 질서를 공유합니다.  詩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림을 시로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그 반대로 해봅니다. 무엇보다 좋은 교육은 현장으로 가서 직접 공감하는 것입니다.

 

협력으로는 먼저 취미나 호기심에 따라 다양한 또래 집단을 만들어 스스로 사회의 원리와 사회성을 터득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류의 역사와 진화, 세계사, 사회학, 경제학, 인간의 본성,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몸의 역사,  공동체의 원리와 역사, 윤리 등에 대해 알려주고 대화합니다. 협력을 기르기 좋은 교육은 공동 노동입니다. 텃밭 가꾸기, 필요한 가구 만들기, 집짓기, 공동으로 농사짓기 등을 통해 노동의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면서, 자기 본성도 창조하는 진정한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또 그러한 공동 노동이 타자의 자유를 확대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일임을 몸이 체험하고, 노동론, 노동의 역사, 노동과 소외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