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긴장을 이완하는 과정이다. 자는 동안 자각적 의지는 기능을 멈추고, 생활을 고민하지 않고, 어떤 목표도 겨냥하지 않으며, 그리하여 대체로 자연의 일반적인 조건을 따른다. 잠자는 동안 강렬한 삶은 활동을 멈추고, 개인의 자유의지는 우주적 힘의 자유로운 활동으로 바뀐다. 우리 내면의 힘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무리를 짓고, 우리의 생각들은 서로 가로지르면서 정렬한다. 우리는 수면의 힘이나 법칙을 활용할 수 있고, 불순물을 걸러내는 밤의 정화과정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약간의 정신노동을 거쳐 이제 막 생겨난 관념, 어떤 내적, 외적사건 때문에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거나, 자연스러운 자리를 찾지 못한 관념은 밤 동안 전개되고 다른 관념들과 연결된다.
그냥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임무와 기록을 끝마친 수면과 공동작업을 발견할 것이다. 전날의 공부가 더 명료하게 보이고, 새로운 길과 아무도 손대지 않은 영역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어떤 관념들, 사실들, 표현들 사이의 관계, 어떤 행복한 대조나 빛나는 이미지, 현실화 하기 쉬운 명확한 과정이나 계획이 의식안으로 밀려올 것이다. 자연은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연은 자신의 길을 간다. 흔히 잠 못이루는 동안 어떤 빛이 어슴푸레 깜빡거린다. 그 빛을 잡아 고정해야 한다. 이튿날 아침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흔적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손이 닿는 곳에 공책이나 메모상자를 두어라. 사유를 적어두는 것은 수면을 어지럽히지 않고 오히려 촉진할 것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섬광이 번쩍일 때도 있다. 면밀히 살펴보고 대강의 윤곽을 마음에 새겨 두라. 탁 트인공간이라곤 없는 숲에서 길을 헤매는 것처럼, 오랫동안 힘들여 탐구한 끝에 내놓은 논문은 그 경험 덕분에 훨씬 더욱 명확해진다.
정신안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요소들,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는 과거의 실험이나 정보조각이 한데 모이고, 문제해결이라는 관념을 표상하는 정신의 이미지들이 자연적으로 분류됨으로써 문제가 해결된다. 한조각의 행운이 오면 재빨리 공책을 펴라. 관념이 당신에게 오는 동안은 끊임없이 추적하라. 정신을 어지럽히는 어떤 일도 하지 말고, 당신에게 작용하고 있는 본질에만 고분고분히 주의를 집중해라. 당신의 사유의 산물을 주의깊게 관찰하라. 그 산물은 계속 불어날 것이고, 사유의 사슬은 계속 새로운 고리들을 덧붙이며 성장할 것이고, 부속사슬은 계속 세분화 되면서 셀수 없을 만큼 많아질 것이다. 수면은 대상을 결합하고 단순화하고 머릿속으로 가져오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경험으로 발견한 것과 낮동안의 노동에만 작용할 수 있다. 수면이 작용하려면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밤의 밭에 공부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잠에 빠져들면서 당신을 사로 잡고 있는 문제와 서서히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거나, 도무지 파악하기 어려운 관념을 마음에 떠올려라. 수면을 늦출 어떤 노력도 하지마라. 반대로 우주가 나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평온하게 쉬어라. 우리는 이튿날 일어나서 자연과 신이 일궈놓은 열매를 조금 수확할 것이다.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튿날 아침을 걱정하기보다는 특히 낮에 하던 걱정을 밤에 되새기기보다는 이 고요한 정신안에서 모든 걱정을 떨치고 편히 쉬어라. 수면은 본성을 새롭게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기에 우리는 꼭 자야 한다. 밤은 그 자체로 고유한 작용을 하고, 휴식은 그 자체로 힘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밤의 수면과 휴식에서 도움을 얻으려면 그 고유한 기능을 파괴할 것이 아니라, 그 본성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휴식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며 모든 삶은 열매를 맺는다.
공부하는 이에게도 아침과 저녁은 극히 중요하다. 수면 바로 앞과 뒤에 놓인 시간을 우연에 맡겨둔다면 집중해서 휴식을 준비하고, 감시하고, 마무리할 수 없다. 우리가 하나의 인간이자 지성인으로서의 소명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굳건히 다질 순간은 바로 아침이다. 하나의 인간이 그렇게 변하는 것은 잠에서 깨는 순간과 아침 명상의 순간이다. 잠에서 깨는 순간 일정한 기도를 반복하는 것은 훌륭한 습관이다. 큰소리로 기도하면 더 좋다. 정신의 산들바람을 맞으며 생기를 회복한 아침시간은 결실을 맺지 않을 리 없다. 당신은 믿음을 가지고 아침을 시작할 것이다. 당신은 용기를 가지고 아침을 보낼 것이다. 아침 기도는 온종일 빛을 내품을 것이다. 저녁을 성스럽고 조용하게 보내는 법, 원기를 회복하는 수면을 준비하기 위해 저녁을 활용하는 법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드문가. 저녁은 얼마나 낭비되고, 오염되고, 오용되고 있는가? 저녁이 오면 쾌락을 쫓는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생각을 대던진다. 방탕에 정신을 내맡겼다가 흐트러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난롯가에 놓인 안락의자에 몸을 누이고, 적절한 조명속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책을 읽거나 유쾌한 활동에 빠져든다. 온종일 고생스럽게 일하고, 잠시나마 사는 듯이 사는 것이다. 평온은 무척 필요하다. 지성인에게 저녁은 고요한 시간이이어야 한다. 저녁 시간은 가벼운 성찰이어야 하며, 놀이는 하루의 일과를 정돈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단순한 활동이어야 한다.아침이 되면 우리는 당장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저녁에 고유한 방식으로 의식적인 노고의 시간을 연결하는 밤을 준비해야 하고, 아침을 준비해야 한다. 방탕한 생활은 휴식이 아니라 소진이다. 휴식이란 모든 노력을 그만두고 삶의 원천으로 물러나는 것을 뜻한다. 휴식이란 어리석게 힘을 다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힘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저녁에는 정신과 신체 둘다 쉬어야 한다. 저녁에는 조용히 규칙적인 활동에 몰두해야 한다. 저무는 하루는 위안을 얻을 것이며 조화로운 분위기가 가정을 감쌀 것이다. 단련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자신에게로 물러나면서 진행된다. 단련은 요란스러운 활동으로 달성할 수 없다. 단련은 기도와 침묵과 수면을 통해 행복하게 긴장을 늦춤으로써 유기적 삶과 성스러운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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