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제활동을 할때에도 내적생활과 외적생활, 침묵과 말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지적소명과 활동은 대립한다. 사유에서 비롯하는 관조적 삶, 열망에서 비롯하는 활동적 삶은 줄곧 대비 되어왔다. 관조는 안으로 거둬들이고, 활동은 밖으로 내보낸다. 관조하는 이는 빛을 찾고 활동하는 이는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이들에게 주려 한다. 의식의 규제를받는 활동은 다시 의식으로 하여금 진리의 규칙을 따르게 하고, 적절한 때에 묵상하게 하고, 진리의 근원이기도 한 섭리와 하나가 되게 한다. 사유하는 이는 언제나 시간과 정신의 일부를 활동적 삶을 위해 떼어두어야 한다. 예술가는 전시회를 열고, 모임에 참여하고, 여행을 가고 강연을 한다.
고요는 영혼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반면, 외적활동은 영혼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내적인 삶의 척도에 따라 제한을 받고, 고독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러나 고요도 지나치면 도리어 영혼을 어지럽힌다. 누군가 자신의 모든 힘을 사유에만 집중할 때, 그는 쉽게 균형을 잃고 나아갈 길을 놓치게 된다. 사유하는 생활에는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살아있는 유기체는 고된 활동에 지칠뿐 아니라 지나친 휴식에도 지친다. 사람마다 활동과 휴식의 무게 중심이 다르긴 하지만, 모든 신체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신체는 너무 오래 꼼짝않고 있으면 위축 되고 무기력해진다. 정신은 너무 오래 가만히 있으면 약해지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된다. 지적인 삶에는 현실이 필요하다. 순전히 책으로만 쌓은 앎은 쉽게 허물어진다. 그런 앎은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버리고, 따라서 지나치게 정교해서 거의 환상처럼 보이는 판단 근거를 내놓는다. 사유하는 사람인 당신은 반드시 세상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 평정을 잃는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사유, 의지를 멈춘 사유가 몽상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발이 땅을 딛듯이 절름발이가 목발에 기대듯이 사유는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 삶은 하루하루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경험을 제공하는가! 경험은 서서히 그의 사유의 틀을 채울 것이고, 그의 보편 관념은 실례를 토대로 검증되고 예증될 것이다. 우리는 활동을 통해 실제적인 것에 뛰어듦으로써,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에서 새로운 형태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활동은 우리에게 경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한 교훈을 가르쳐주는 정력적인 교사이기도 하다. 활동은 권유와 저항, 역경과 성공, 지루함과 권태 등 활동이 수반할 수 밖에 없는 모순을 이용해 우리로 하여금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다. 또 새로운 필요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를 자극하고 우리의 능력을 다시금 담금질 한다. 활동은 실제 결과보다 더 해로운 우리의 근본적인 게으름과 자기만족적 평온에서 빠져나오도록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스스로 하지 않는 활동은 인간의 활동이 아니며, 그런 활동에서는 진정한 휴식이나 교훈, 훈련을 찾아볼수 없다. 그러므로 당신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 아직 없다면, 가치가 있기에 당신에게 영감을 줄 대의를 찾아라. 진보에 이바지 하는 운동일 수도 있고 공공선을 위한 연맹일 수도 있고, 권리 보호와 사회활동을 위한 단체일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 영감으로 돌아오면 세상의 보물뿐 아니라, 위험과 오물, 울퉁불퉁한 길까지 시험하고 돌아온 당신은 영감이 열어젖힌 천국을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낄 것이다. 활동과 외적교제는 은거와 고요, 내적고독이 전제될 때만 허용될 수 있으며, 이것들에 따라 규제되어야 한다. 고요와 정신은 삶 전체에 스며들어야 한다. 지성인에게 권하는 고독은 고독한 장소라기보다는 고독한 묵상이다. 고독은 사태에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사태에 초연하는 것을 의미한다. 밖으로 나가 의무나 지혜에 따라 활동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영혼을 우울하고 약하게 만드는 대신, 영혼에 양분과 활기를 주는 더 고차적인 고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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