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학생들은 저마다 주어지는 온갖 프로제트와 공부를 성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셰익스피어 희곡을 무삭제로 기획해서 무대에 올린다. 이걸 해내려면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교사들은 엄청난 양의 개인시간을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 이는 항상 어떤 일을 하기전에 이 일을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길 원하는지 설명한다. 아이들은 전문희곡배우가 아니며, 그렇게 만들려고 해서도 안될 것이다. 나는 연극감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우리는 이 활동을 통해 언어가 가진 힘을 배우고 한 팀으로서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한다. 아이들은 여러가지 도전들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위험을 헤쳐 나가는 동안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상당한 분량의 어려운 곡들을 배우고, 잘 연주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한다.

 

작품의 주제를 살펴보고 작품이 주는 교훈을 각자의 삶에 적용해 본다. 희곡을 분석하고, 비편하고, 해부한 후 연극을 구성하면서 자신과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연말에 올리는 공연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진정한 보상은 공연 그 자체에서 나온다.  아무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아도 학생들이 경험한 발견의 여정, 수천 시간의 노력으로 각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 내는 과정과는 비교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우리 공연을 한번도 와보지 않고 비판만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정말로 이해할까 의심스러워한다.  이안 맥켈런 경은 이렇게 말한다. ‘ 호바트 셰익스피어 연극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들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셰익스피어 희곡중에도 대사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나는 이안 맥켈런경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장담한다.  나는 무대에 올리기1, 2년 전에 벌써 연극작품을 선택한다. 그러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연극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예행연습 계획을 치밀하게 세울수 있다. 나의 학생들이 최고중의 최고가 되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호바트 셰익스피어 연극반은 방과후에 모여서 예행연습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지 물어서, 다른 학생들처럼 열심히 할 마음이 없는 학생들을 미리 제외시킨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데는 1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좋아하는 TV, 비디오 게임, 대중문화 정보 등을 포기해야 하는것이다. 둘째 방과후에 모이면 다른 학급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열심히 활동하려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우리가 공연할 희곡의 줄거리와 인물의 특성을 이해한다. 또한 희곡 주제와 1년동안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학생들은 모임이 끝나고 교실을 나서기가 무섭게 실제 대본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다. 문제가 있다면,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뿐이다.

 

마이클 요크라는 배우가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셰익스피어의 날, 사람들은 연극을 보러가는게 아니라 들으러 간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기적같은 언어들은 귀로 들어야 제맛이다.  호바트 셰익스피어 연극반도 듣기를 통해 연극을 배운다.  오디오 수업을 진행할 때는 특정 지점에서 CD를 멈추고 특정 어구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에는 설명없이 넘어가는 부분들도 있지만, 한 장면을 여러번듣고 나면, 학생들은 그 의미를 이해한다.  일단 말의 뜻을 이해하면, 대사를 익히는 속도가 놀랄 만큼 빨라진다. 우리 교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중 상당수는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우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로 어려운 것은 대사를 암기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마치 음악과 같다.  들으면서 배우면 얼마나 빨리 배울수 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대사를 하는 데서 오는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교실에서 게임을 한다.  셰익스피어 희곡 제목 말하기와 희곡에 나오는 표현들을 빠르게 돌아가면서 연겨해서 말해야 한다.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아무리 많아도 늘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상황들이 있다.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갈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하거나,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가정의 아이들도 있다. 행정관의 대다수가 영혼을 판지 이미 오래다. 반에 위험한 아이가 있는가?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 우리는 모두 같은 내용을 같은 방식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이유로 가르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믿어야 할 이유를 계속 찾고, 그렇게 찾다보면 결국 학생들에게 이르게 된다. 어쩌면 현실주의자의 말이 옳을지 모른다.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려는 것은 돈키호테 같은 무모함인지 모른다. 며칠을 밤낮으로 포기하고 싶은 위험한 순간에 이를 때가 있다.

 

단순히 연극하는 것만으로 그렇게 많은 것을 배울수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56호 교실은 내게 제2의 집이 되었고, 우리반 친구들은 제2의 가족이 되었다. 나는 56호교실에서 많이 성장했다. 저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 은신처에만 오면, 내 모든 고민을 말끔히 해결할수 있었기에 가족과 불화가 있을 때면 늘 이곳을 찾았다.  심지어 오늘도 사랑과 기쁨만이 존재하는 곳, 분노와 미움이 존재하지 않는 곳을 찾아서 나는 56호 교실로 들어간다. 모든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이 갖지 못한 용기와 인내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도 않는 길을 용감하게 걸어가는 아이들이다. 더러운 세상속에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포기할 때도 열심히 노력한다.  이 아이들은 변명을 하지 않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이 만난 모든 사람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