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교들이 갖고 있는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은 아이들이 학생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방해가 된다. '여기에 네 인생이 걸렸다' '네 미래가 바로 여기 달려있다'. 학생들은 시험을 보느라 지쳐서, 이제는 시험 성적이 잘 나오든, 못나오든 신경도 안쓴다. 시험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평가할 필요는 있다. 정확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험이라면, 지금 어떤 기술들을 익히고 있고 또 어떤 부분을 더 보충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정확한 평가자료는 부모에게나,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모두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시스템은 엉망이다. 걸핏하면 수업시간에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 이상 시험에 신경쓰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들은 시험결과를 확인 조차 하지 않는다. 자신이 쓴 답을 훑어보면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도 알지 못한다. 아무 의미도 없는 백분위 숫자만 알 뿐이다.
존경받는 교육자들은 교육평가를 하는 위탁업자들이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이들 업체들은 기준 미달인 학교들 덕분에 엄청난 돈을 벌면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우리의 표준화 시험은 이렇다. 적어도 1년에 한번 신문사는 표준화 시험결과를 신문에 게재하여 다른 학교들과 비교한다. 주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별도의 감독없이 진행된다. 보통 감독관이 따로 나오지 않고 학생과 교사만 있는 교실에서 시험이 치러진다. 어떤 선생님은 답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시험 시간을 더 주기도 한다. 우리반 학생들은 시험전에 미리 답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도 시험을 잘 본다. 나와 아이들은 매우 진지하게 시험에 임한다. 우리 반에서는 '해야 할 가치가 있다면 잘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특정 시험을 준비하는데 따로 시간을 쏟거나 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배운다.
나는 얼마나 더많이 공부하느냐보다는 어떻개 공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학생들은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시험 때와 똑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6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공부한다. 어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시험성적에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시험을 망치면 선생님의 실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교사도 있다. 56호 교실의 나는 긴장을 풀고, 시험을 잘 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험은 온도계와 같다는 중요한 개념을 설명해준다. 시험은 순수하고 단순한 측정도구이다. 온도 대신에 학업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것 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만약 시험을 못보면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미래가 끝날까? 다음날 해가 뜨지 않을까? 시험점수를 잘 받지 못해도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뛰어넘어야만 하는 장애물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또한 부모와 교사는 절대 아이들의 시험성적을 서로 비교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항상 그 아이의 이전 학업성취도와 비교하여야 한다. 읽기를 더잘하고, 수학을 더 잘하고, 야구를 더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목표는 학생 하나 하나가 옆자리에 앉은 아이보다더 특별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인으로서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많이 아는 것만큼이나 시험보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순한 문제든, 복잡한 문제든, 나는 문제 푸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서 아이들이 스스로 풀 수 있도록 열개 내지 열다섯개의 문제를 내준다.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실수하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전문가이다. 만약 어떤 학생이 문제푸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는데 자신의 오답이 거기에 있을 경우, 그 학생은 자신의 답이 맞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반 아이들은 탐정놀이를 하듯 이런 함정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들의 시험보는 기술을 키워주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전략은 모의시험을 보는 것이다. 단순히 답을 알아내고 점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56호교실의 아이들은 문제를 다시 풀어 보면서 왜 자신이 그 답을 선택했는지 설명한다. 더불어 왜 다른 답은 정답이 될수 없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학생들이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훈련할수 있게 교사는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야 한다. 답을 얘기 할때 마다 왜 그 답이 맞는지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항상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절대 표준화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성격, 정직성, 관대함과 관련된 문제가 나오는 시험은 없다. 존경심과 도덕성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니다. 나는 시험에서 만점 받는 것보다 오리건 주에서 모르는 사람을 도와 쓰레기를 함께 치웠다는 점이 더 자랑스럽다. 성적이 곧 학생 자신이 되는 시대에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은 인생에서 성적은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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